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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 회장. (출처=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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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사회, ‘신동빈 회장 63억’ 손해 회수 외면 논란…시민단체 “변호사비 대납은 횡령 판례 존재”

롯데 신동빈 회장. (출처=롯데그룹)
롯데 신동빈 회장. (출처=롯데그룹)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신동빈 회장의 개인 형사사건 변호사 비용을 대신 냈다가 60억 원이 넘는 세금 폭탄을 맞았지만, 회사의 손해를 회수해야 할 이사회는 이를 안건으로조차 올리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 판례상 총수의 개인 변호사비를 회삿돈으로 대납한 행위는 ‘업무상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사회가 안건으로 올리지 않은 사실은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를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 “개인 변호사비 대납은 횡령” 판례…원고 15곳 중 13곳 패소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1일 롯데지주에 계열사가 부담한 신 회장 개인 변호사비용의 구체적 내용과 보전 계획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근거로 든 것은 대법원 판례 두 건이다. 대법원은 1990년 2월 23일 선고한 89도2466 판결과 2003년 5월 30일 선고한 2002도235 판결에서 대표자 등 개인이 법인으로 하여금 개인 변호사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경우 업무상횡령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회사 재산을 사적인 목적을 위해 부당하게 유출시킨 것과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회사가 부담한 변호사비용만큼 부당하게 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민사적으로도 당연히 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각 회사 이사회는 회사 재산의 부당한 유출이 확인된 만큼, 이를 보전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6년 수사였다. 검찰은 그해 6월부터 10월까지 신 회장과 총수 일가의 기업 사유화, 계열사 불법 지원, 세금 탈루 등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했다. 이어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수사했다. 신 회장은 이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계열사들은 수사 대응에 쓴 변호사 자문료 등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신고했다. 그러나 서울지방국세청은 법인 통합 세무조사를 벌인 뒤 이를 법인 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추가 과세했다.

소송의 규모는 롯데케미칼 사업보고서에 기재돼 있다. 이 회사가 2024년 4월 제출한 2023사업연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사건번호 2023구합69794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의 소 제기일은 2023년 6월 30일, 원고는 ‘롯데케미칼 외 14명’, 피고는 ‘잠실세무서장 외 10명’으로 적혀 있다. 대상은 2016~2017 사업연도 법인세 등이며, 소송가액은 63억4161만2338원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나진이 부장판사)는 지난 3월 31일 코리아세븐 등 계열사 15곳이 세무서 10곳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이 소송에서 원고 대부분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경영 판단과 무관한 부분도 있었고 회사는 범죄 피해자이기까지 해 법률비용 전액이 법인세법·부가가치세법상 공제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이 판결로 원고 13곳의 청구가 기각됐고, 1곳만 일부 쟁점에서 제한적으로 승소했다. 그마저도 변호사비용이 아니라, 직원 복리후생 목적으로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에 사업장을 무상 제공한 부분이 정당한 경영 활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인정된 것이다.

롯데 측은 재판에서 “검찰이 계열사와 소속 임직원들을 상대로 경영 활동 적법성에 관해 광범위한 수사를 해 계열사들이 방어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수사 단계에서 지출된 법률 비용을 계열사의 업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특별검사팀이 뇌물 제공 주체를 법인이 아닌 신 회장 개인으로 특정해 기소한 점 등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롯데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항소심은 서울고법 행정3부가 맡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비용이 인정되지 않아 부담하게 된 법인세 규모가 약 63억원이라면, 세율을 고려할 때 실제 변호사비용은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지적했다.

■ 이사회 61차례 열렸지만…회수 안건은 0건

문제는 회수다. 그러나 계열사 이사회가 이 사안을 논의한 흔적은 공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롯데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 5~6월 제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는 지난 1년간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이 모두 기재돼 있다. 이 기간 이사회는 롯데쇼핑 14차례, 호텔롯데 18차례, 롯데케미칼 15차례, 코리아세븐 14차례 등 61차례 열렸다. 이 가운데 롯데케미칼과 코리아세븐은 이번 소송의 원고로 확인된 회사다.

안건은 해외법인 지급보증, 점포 출점과 영업종료, 자산 매각, 배당, 차입한도 승인,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 사업재편 등이었다. 네 회사 어디에서도 변호사비용 부담이나 회수, 구상권 행사를 다룬 안건은 발견되지 않는다.

감사 기구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감사위원회는 롯데쇼핑 5차례, 호텔롯데 5차례, 롯데케미칼 6차례 열렸으나 안건은 외부감사인 선정, 내부회계관리제도 평가, 감사보고서 작성 등에 그쳤다. 호텔롯데 감사위원회는 다섯 차례 모두 의결사항이 없었다. 내부거래를 심의하는 투명경영위원회에서도 관련 안건은 확인되지 않는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두 곳의 등기 대표이사이자 사내이사다. 롯데쇼핑에는 지난해 3월 24일, 롯데케미칼에는 2004년 5월 28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회사가 부담한 개인 비용을 되돌려받을지 결정하는 이사회에, 그 비용의 귀속 주체가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구조다.

다만 이번 분석은 소송 원고 15곳 가운데 공시가 확인되는 4곳의 지난 4월까지 내역이다. 나머지 계열사나 이후 이사회에서 논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롯데 관계자는 1심 선고 직후 “판결문을 검토한 뒤 향후 대응 방안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롯데지주는 경제개혁연대의 질의에 대한 답변 여부와 계열사 차원의 보전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 직원 임금체계는 손대면서…노조 “공개·기명 동의는 강제”

총수 개인 비용의 회수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가운데, 현장에서는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반발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은 24일 오후 1시 서울 잠실 롯데에비뉴엘 앞에서 직무급제 도입과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롯데백화점지회, 롯데면세점지회, 롯데주류영업지회, 롯데마트지회가 함께 참여한다.

노조는 회사가 성과와 직무 가치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직무급제를 전사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취업규칙 변경 동의를 공개·기명 방식으로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원천적으로 위축시키는 반민주적 방식”이라며 “불공정한 강제 동의 절차로 계열사 곳곳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 노조는 지난 1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조사와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판례는 이때 사용자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들이 의견을 교환해 찬반을 집약하는 방식을 요구한다. 공개·기명 방식 자체가 곧바로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의 개입이 인정되면 동의의 효력이 문제 될 수 있다.

다만 기자회견에 참여하는 4개 지회는 모두 해당 사업장의 소수노조다. 각 사업장 교섭대표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으로, 서비스일반노조는 이들이 “그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아 사실상 묵시적 동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반수 노조가 동의한 경우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적 요건은 형식적으로 충족될 수 있는 만큼, 실제 위법 여부는 동의 과정에서 사용자의 개입이나 부당한 영향력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비스일반노조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강화하는 법 개정도 함께 촉구할 방침이다.

한편 총수 개인 변호사비 부담에 따른 회사 손실의 회수 여부와 직무급제 도입을 둘러싼 절차 논란은 성격은 다르지만, 모두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 내부 통제, 의사결정의 투명성이라는 공통된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지주와 해당 계열사들은 변호사비 보전 계획과 직무급제 도입 범위 및 동의 절차 방식에 대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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