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자본 형성’을 창립이념으로 내건 교보생명이 일본 SBI홀딩스 산하 4개 법인으로부터 SBI저축은행 주식 50%+1주를 9000억7000만원에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저축은행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은 30%만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SBI홀딩스그룹은 약 9000억원을 회수하면서도 SBI저축은행 경제적 이익 70%와 교보생명 지분 20%에서 나오는 이익을 함께 얻었다.
겉으로는 SBI홀딩스그룹에 크게 유리해 보이지만 교보생명은 보험업법상 자회사 투자한도 때문에 50%의 경제적 권리를 모두 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도 안에서 30%의 경제적 권리만 사고 의결권 과반을 확보해 경영권과 금융지주사 전환 기반을 얻었다는 것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SBI홀딩스 자료를 종합하면 교보생명은 지난 4월 SBI BF·SBI CF·SBI IF·SBI AF 등 SBI홀딩스의 100% 자회사 4곳이 보유하던 SBI저축은행 주식 1억5614만7223주를 9000억7000만원에 인수했다. 지분은 50%에 1주를 더한 규모이며, 자사주를 뺀 의결권 기준으로는 약 58.6%다. 이사회도 교보 측 추천 이사가 SBI홀딩스 측보다 항상 최소 한 명 많도록 정해 교보생명이 경영을 주도한다.
돈을 받을 권리는 반대다. 교보생명과 SBI홀딩스는 SBI홀딩스그룹이 SBI저축은행의 경제적 지분 70%를 보유하기로 합의했다. SBI홀딩스는 올해 5월 실적자료에서도 지난 4월 이후 SBI저축은행 실적의 70%를 지분법 이익으로 반영한다고 명시했다.
교보생명 반기보고서에도 같은 구조가 반영됐다. 인수 당시 SBI저축은행의 식별가능 순자산 공정가치는 2조935억50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교보생명 몫인 30%는 6280억6500만원이다. 교보생명은 여기에 2720억400만원의 영업권을 얹어 지급액 9000억7000만원을 회계처리했다. 나머지 70%인 1조4654억8400만원은 비지배주주 몫으로 잡혔다.
■ 교보생명 “50% 경제권 사면 1조5000억원…법정 한도 초과”
교보생명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제적 이익을 30%만 확보한 이유에 대해 보험업법상 자회사 투자한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우리도 일반적인 거래처럼 지분 50%를 취득하면 경제적 권리도 50%를 갖고 싶었다”며 “하지만 보험업법상 자회사 투자한도를 넘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거래 당시 평가된 SBI저축은행 기업가치는 약 2조8000억∼3조원이었다. 경제적 권리 50%를 모두 사려면 약 1조5000억원이 필요했지만, 교보생명의 자회사 투자 여력은 약 1조원 수준이어서 법정 한도를 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1조원 한도 안에서 살 수 있는 수준이 약 9000억원이었고, 그래서 경제적 권리는 30%만 가져왔다”며 “대신 우리는 의결권과 경영권을 가져오고 SBI의 투자금 회수 수요도 해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언급한 투자 제한은 실제 보험업법에 존재한다. 보험업법 제106조는 보험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대주주와 자회사 발행 주식·채권의 합계액을 일반계정 자기자본의 60%로 제한한다. 자기자본의 60%가 총자산의 3%보다 크면 더 작은 총자산의 3%가 한도가 된다. 주식 보유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3대7이라는 숫자만으로 이번 거래가 교보생명에 불리한 구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교보생명은 투자 가능한 약 9000억원에 맞춰 경제적 권리 30%를 확보하고, 의결권 과반과 경영권까지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다만 교보생명은 당시 회사의 법정 투자한도와 기존 자회사 투자액, 실제 남아 있던 한도 여력을 보여주는 계산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1조5000억원을 투입해 경제적 권리 50%를 사는 방안 대신 30%의 경제적 권리와 경영권을 결합한 방안을 선택했을 때 교보생명이 얻을 예상수익과 투자금 회수기간도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SBI가 공개한 경제적 이익은 구체적이다. SBI는 SBI저축은행에 투입한 약 1230억엔(약 1조1685억원) 가운데 약 900억엔(약 8550억원)을 이번 매각으로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저축은행 이익 70%는 계속 가져간다.
SBI는 교보생명에서도 이익을 얻는다. SBI는 기존 재무적투자자들의 주식을 사들여 올해 1월 교보생명 지분 20%를 확보했다. 교보생명을 지분법 회사로 편입하면서 올해 3월 결산에 약 674억엔(약 6403억원)의 염가매수 이익을 반영했다.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교보생명에서 연간 약 120억∼130억엔(약 1140억∼1235억원)의 지분법 이익도 예상했다.
회사 간 거래만 비교하면 SBI는 투자금 상당 부분을 회수하고도 SBI저축은행 이익 70%와 교보생명 이익 20%를 얻었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의 경영권과 경제적 이익 30%, 종합금융그룹 구축과 금융지주사 전환 기반을 얻었다. 결국 거래의 적정성은 현금이익 30%뿐 아니라 교보생명이 경영권을 통해 만들어낼 추가 수익이 9000억7000만원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 日 SBI, 신창재 FI분쟁 지분 인수…11일 뒤 9000억원 거래 결정

이 거래를 둘러싼 또 다른 질문은 교보생명의 오랜 주주 분쟁과 맞물린다. 2012년 어피니티 등 재무적투자자들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약 24%를 약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신 회장은 2015년까지 교보생명이 상장하지 못하면 이들이 가진 주식을 되사주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투자자들은 2018년 주당 약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했고 신 회장과 수년간 국제중재와 소송을 벌였다. 2024년 12월 국제상업회의소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에게도 평가기관을 선임해 주식가격 산정 절차를 밟으라고 명령했다.
석 달 뒤인 지난해 3월 SBI가 어피니티의 교보생명 지분 9.05%를 인수했다. 이후 다른 투자자들의 지분도 사들여 올해 1월 보유 지분을 20%로 늘렸다. 신 회장과 해당 투자자들의 오랜 분쟁은 정리됐고 SBI는 교보생명 2대 주주가 됐다.
두 거래의 결정 시점도 붙어 있다. SBI가 교보생명 지분을 20%까지 늘려 지분법 회사로 만들겠다고 이사회에서 결정한 날은 지난해 4월 17일이다. 11일 뒤인 4월 28일 교보생명 이사회는 SBI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신 회장도 해당 안건에 찬성했다.
교보생명은 두 거래가 완전히 독립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SBI는 과거에도 교보생명 주주였고 오랫동안 협력한 관계”라며 “SBI는 한국 보험시장 진출을 원했고 교보생명은 종합금융그룹과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저축은행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SBI가 매각을 원해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혹시 두 거래가 연결된 것은 아닌지 약 6개월 동안 살펴본 뒤 승인했다”며 “두 거래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가 SBI저축은행의 대주주 변경을 승인한 사실은 확인되지만, 심사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두 거래가 맞교환이었다는 계약이나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SBI가 신 회장과 분쟁하던 투자자의 지분을 인수한 직후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인수를 결정했다는 시간적 연관성만으로 두 거래의 대가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거래 결과 신 회장에게 지배구조상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33.79%다. SBI가 가진 20%가 신 회장 측과 같은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면 신 회장의 지배력은 강해지고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 금융지주사 전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SBI가 지분을 제3자에게 팔지 않기로 했거나 신 회장 측과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했다는 약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 SBI저축은행 인수 직후 차남 신중현 이동…두 달여 만에 상무

인수 뒤에는 신 회장 차남의 경영 무대도 넓어졌다. 신중현 당시 SBI저축은행 시너지팀장은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한 직후인 지난 4월 신설 시너지팀장으로 이동했다. 약 두 달 뒤인 7월 상무로 승진해 신설 미래성장실장을 맡았다. 신 상무는 신사업과 디지털 전략 등 SBI저축은행의 중장기 성장사업을 총괄한다.
교보생명은 총수 자녀가 자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일반적인 기업 인사이며 신 상무의 이동도 공개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기업 오너의 자녀가 회사에 들어와 있으면 자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인수와 인사를 연결하는 시각에 반박했다.
신 상무의 이동이나 승진이 인수 협상에서 약속됐다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과거 일본 SBI손해보험과 SBI스미신넷은행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교보생명과 SBI저축은행의 협업을 담당할 업무 연관성도 있다.
그러나 회사 돈으로 경영권을 확보한 직후 총수의 차남이 새 자회사의 핵심 보직을 맡고 단기간에 임원으로 승진한 만큼, 이동과 승진을 누가 언제 결정했으며 어떤 심사와 평가를 거쳤는지는 별개의 지배구조 문제로 남는다.
이번 거래는 교보생명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창립이념과도 대비된다. 교보생명 창업주 신용호 선생은 중국에서 사업으로 번 돈을 이육사 등 독립운동가들에게 지원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신 회장의 조부 신예범 선생과 백부 신용국 선생도 일제에 맞선 소작쟁의와 항일운동에 참여했으며 신용국 선생은 대통령표창을 받은 독립유공자다. 교보생명은 ‘국민교육 진흥’과 ‘민족자본 형성’을 창립이념으로 내세워 왔다.
물론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이 일본 기업과의 거래 자체를 문제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교보생명도 이번 거래가 법정 투자한도 안에서 SBI의 투자금 회수 수요와 교보생명의 경영권 확보 수요를 맞춘 결과라고 설명한다.
결국 따져볼 것은 일본 기업과 거래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9000억7000만원을 투입해 경제적 권리 30%와 경영권을 확보한 결정이 교보생명에 어떤 경제적 가치를 가져오느냐다. 경영권에서 나올 추가 수익이 교보생명 전체 주주와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갈지, 거래 결과 신 회장의 지배구조 안정과 차남의 경영 기반에도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따라 이번 투자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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