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선 송파구와 “세금 아깝다” 소송 중 베트남 부실 계열사엔 2,300억 신용 공여
채권자는 일본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 해외 계열사 부실 시 롯데물산 원리금 상환 안전판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일본 자본이 직·간접적으로 98% 가까이 지배하는 롯데물산이 국내 지자체를 상대로는 ‘세금 174억 원을 낼 수 없다’며 소송을 벌이면서, 정작 일본 메가뱅크에는 2,3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빚보증을 선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 등에서 창출된 수익과 소송을 통해 국내 세금을 절감하고 있고, 일본 금융권 차입에 대한 지급보증을 통해 해외 계열사의 채무를 떠받치는 ‘안전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8월, 대법원 특별1부는 롯데물산과 롯데쇼핑·호텔롯데가 서울 송파구를 상대로 낸 취득세 등 경정청구 거부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을 기각했다.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이 적절했다는 결론이다.
롯데물산 등은 서울 송파구에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을 신축하며 2014~2017년 송파구에 취득세 1,097억 원을 납부했으나, 납부 세금에는 타워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지하철 2·8호선 잠실역 공사비용 등이 포함됐다며 약 174억 원의 환급을 신청했다.
결국, 롯데물산을 포함한 롯데 계열 3사는 환급 청구에 대해 최종 승소했다.
소송이 한창이던 2024년 2월 20일, 롯데물산은 베트남 현지 법인 ‘롯데 코랄리스 베트남(Lotte Coralis Vietnam Co., Ltd.)’을 위해 총 2,286억 원(JPY 242억 2,100만) 규모의 지급보증 계약을 체결했다. 이 법인은 롯데물산이 2022년에 인수한 베트남 하노이 롯데센터 운영 법인이다.
구체적으로는 2024년 2월 20일부터 2027년 2월 22일까지 1,777억 원(JPY 188억 3,000만), 같은 날부터 2029년 2월 20일까지 508억 7,600만 원(JPY 53억 9,100만)에 대해 각각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조건이다.
주목할 점은 채권자다. 롯데물산이 보증을 선 해당 차입금의 대주단은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SMBC·SUMITOMO MITSUI BANKING CORPORATION) 싱가포르 지점’이다. SMBC는 일본의 3대 메가뱅크 중 하나다.
결국 한국 롯데물산의 신용과 자산이 베트남 계열사의 빚을 갚고, 일본 은행에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담보로 잡혀있는 구조다.
만약 베트남 법인이 경영 악화 등으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파장은 롯데물산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지급보증 계약에 따라 채권자인 SMBC는 즉시 보증인인 롯데물산에 대출금 2,387억 원의 상환을 요구하게 되며, 롯데물산은 국내 롯데월드타워 운영 수익이나 보유 현금을 털어 일본 은행의 빚을 대신 갚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채권자인 SMBC 싱가포르 지점은 차주인 베트남 법인에 대해 ▲부채상환비율(DSCR) 1.1 이상 유지 ▲담보가치 대비 대출금액(LTV) 0.8 이하 유지 등의 재무비율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물산이 Coralis Vietnam Co., Ltd.의 의결권 있는 주식 51%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며 지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명시돼 있다.
사실상 한국의 랜드마크가 일본 은행의 채권 회수를 위한 확실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지 자금 조달의 한계를 이유로 들 수 있으나, 베트남은 국내 시중은행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K-금융’의 핵심 거점이다. 실제로 신한은행 베트남은 현지 외국계 은행 중 자산 규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은행 또한 현지 법인을 통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KB국민, 하나, 농협은행 역시 베트남 전역에 지점망을 갖추고 있어 한국 기업의 현지 조달 여건은 충분한 상황이다.
◇ 한국 랜드마크 운영하는 3사… 실소유주는 ‘일본’
송파구와의 소송 주체이자 한국 내 핵심 자산을 보유한 롯데물산과 롯데쇼핑·호텔롯데 3개 기업을 살펴보면, 국내 대표 기업으로서의 위상과 이들 기업의 지배 구조에서 일본계 주주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2025년 9월 30일 기준 롯데물산의 최대 주주는 일본 (주)롯데홀딩스(60.10%)이며, 3대 주주는 일본 (주)L제3투자회사(5.25%)다. 특히 3대 주주인 L제3투자회사는 롯데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L제2투자회사가 다시 100% 출자해 설립한 손자회사다. 2대 주주인 (주)호텔롯데(32.83%)를 포함하면 사실상 일본계 지분이 지배하는 구조다.

이 호텔롯데의 지분 99.28%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주)광윤사, 11개의 일본 주식회사인 ‘L투자회사’, 일본 (주)패미리 등 일본 자본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19.07%)는 직접 지분 보유 외에도, 100% 자회사인 ‘L제2투자회사’를 통해 L제4·5·6투자회사를 손자회사로 거느리며 수직적인 직할 통치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나머지 과반 지분은 롯데홀딩스와 일본 관계사들이 지배하는 별도 법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가 L제1·7~12투자회사를 100% 자회사로 두는 방식으로 우회 장악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지주(40.00%)와 신동빈 회장(10.23%)이 주요 주주로 구성돼 한국 지주사 체제에 속해 있지만, 일본 자본이 장악한 호텔롯데(8.86%)가 여전히 주요 주주로 남아있다.
한국 롯데의 지주사 격인 롯데지주 역시 일본 자본과 무관하지 않다. 2025년 9월 30일 기준 롯데지주의 최대 주주는 신동빈 회장(13.0%)이지만, 2대 주주는 일본 자본이 장악한 호텔롯데(11.1%)다.
이외에도 일본 롯데홀딩스(2.5%), 일본 L제2투자회사(1.5%)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의 주체인 롯데물산은 롯데지주 지분 5.0%(5,245,461주)를 매수하며 주요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랜드마크(타워)와 핵심 관광·유통 인프라(면세점, 호텔, 월드)를 쥐고 있는 이들 기업 중, 롯데물산은 국내 최고층 빌딩인 지상 123층, 높이 555m의 ‘롯데월드타워’와 복합쇼핑몰 ‘롯데월드몰’을 개발 및 운영하는 기업이다.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인 ‘롯데센터 하노이’도 운영하며 국내외에서 마트, 백화점, 오피스, 호텔,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명동본점, 월드타워점 등 시내 및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며 글로벌 시장 입지를 다진 면세사업부, 프리미엄 랜드마크 호텔 ‘시그니엘’과 ‘롯데호텔’ 등 6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춘 호텔사업부, 그리고 1989년 개장해 누적 입장객 1억 명을 돌파한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운영하는 월드사업부를 거느리고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할인점, 전자제품전문점(하이마트), 슈퍼, 홈쇼핑, 영화상영업(컬처웍스), 이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부문을 영위하는 국내 유통업계의 공룡이다. 2025년 3분기 기준 매출 비중은 할인점(40.3%), 백화점(23.4%), 전자제품전문점(17.4%) 순으로 높다. 국내외에 백화점 63개점, 할인점 175개점(해외 63개 포함), 전자제품 매장 305개 등을 운영하며 방대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 174억은 약과… “국세청 상대 3,300억 환급 승전보도”
롯데물산과 호텔롯데의 ‘세금 불복’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롯데 측은 국세청을 상대로 수천억 원대의 세금 부과 취소를 이끌어내며 막강한 소송 화력을 입증한 바 있다.
롯데물산은 지난 2021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 결과 1,451억 원의 법인세를 부과받았다. 국세청은 2018년 롯데물산과 호텔롯데가 롯데케미칼 주식을 롯데지주로 넘기는 과정에서 특수관계법인 간 주식 저가 양도가 발생했다며 과세 근거를 제시했다. 같은 이유로 호텔롯데에도 1,541억 원의 법인세가 부과됐다.
그러나 롯데물산과 호텔롯데는 국세청의 추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즉각 반발했고,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제기했다. 치열한 법리 다툼 끝에 2023년 5월 조세심판원은 롯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결정으로 국세청은 롯데물산 약 1,600억 원, 호텔롯데 약 1,700억 원 등 총 3,3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세금을 환급해줘야 했다.
이 환급 규모는 법조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세청이 김앤장·광장·태평양 등 6대 대형 로펌을 상대로 패소한 연평균 금액이 약 6,600억 원 수준이다. 롯데가 승소한 3,300억 원은 6대 로펌이 국세청을 상대로 1년 동안 얻어낸 승소 금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단일 재판에서 발생한 셈이다.
한편 국내에서 조성된 자산과 신용이 해외 계열사의 차입과 일본 금융권의 채권 회수에 활용되는 구조는, 롯데물산이 비상장사라는 점에서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작동하는 상장사였다면 동일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번 사례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가 한국 내 핵심 자산의 재무 운용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