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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감사위원 격돌’…APG 의결권 vs 딜로이트 거래

오는 9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세운 백인규 전 딜로이트안진 파트너와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내세운 박유경 전 APG 신흥시장주식부문 대표가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한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로 꼽히는 감사위원 선임을 앞두고 백 후보에게는 딜로이트 측과 고려아연의 업무 거래가, 박 후보에게는 APG의 고려아연 지분 보유와 의결권 행사가 각각 독립성 검증 사안으로 떠올랐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의안분석 결과가 알려진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9곳 가운데 ISS, 글래스루이스, 이건존스 프록시서비스, PIRC, 서스틴베스트, 한국ESG연구소, 한국의결권자문, 한국ESG평가원 등 8곳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 후보 선임에 찬성하고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추천한 박 후보 선임에는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ESG기준원은 반대로 백 후보에 반대하고 박 후보에게 찬성했다.

백 후보를 지지한 자문사들은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고 딜로이트안진에서 약 30년간 근무한 회계·감사 및 내부통제 전문성을 높이 평가했다. 고려아연이 지난 7월 회계처리 기준 위반과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중요한 취약사항 등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84억281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만큼 감사위원회의 회계 전문성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한국ESG기준원은 백 후보가 이사회 의장을 지낸 한국 딜로이트그룹이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재무실사를 수행한 점을 들어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영풍 측도 백 후보와 고려아연 사이의 거래관계와 후보 추천 절차를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 제공= 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 제공= 고려아연

반면 박 후보의 APG 경력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과 법조계에서 독립성 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APG가 고려아연 주주였고 박 후보 재직 당시인 2025년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측 이사 후보들에게 반대하고 영풍·MBK 측 후보들을 지지한 이력이 쟁점이 됐다. 다만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이 경력을 박 후보의 독립성 흠결이나 반대 사유로 명시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영풍은 본지에 “APG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는 주식팀과 별도의 책임투자팀이 전담했다”며 “박 후보는 2023년 주식팀으로 보직을 변경해 2025년 고려아연 주총 당시 의결권 행사 업무와 조직적으로 완전히 분리돼 있었다”고 답했다. 박 후보가 당시 APG 이머징마켓 주식부 전체 부서장이었지만 고려아연 관련 투자 결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박 후보가 고려아연에 대한 주주 관여 활동까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달 20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PG가 고려아연의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었고 자신이 고려아연 IR팀과 계속 소통했다고 밝혔다. 모든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과 주주 간 동등한 대우를 요구했지만 회사가 원론적으로 답해 이사회의 역할을 의심했다고도 말했다.

영풍의 답변과 박 후보 인터뷰를 종합하면 박 후보가 APG 재직 중 고려아연을 상대로 주주 관여 활동을 한 사실은 확인되지만, 2025년 APG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나 고려아연 투자 결정을 직접 정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영풍은 박 후보가 2025년 12월 APG에서 퇴사했으며 현재 APG와 고용·자문·보수 등 경제적 이해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영풍은 박 후보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 후보자심사위원회의 공개추천과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1주 이상을 보유한 주주와 외부 기관·전문가 단체 등에 추천을 개방하고 10명 이상의 후보를 심사했으며 영풍·MBK는 평가와 선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다만 독립심사위원 명단과 후보별 평가자료는 이번 답변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고려아연 측은 딜로이트 계열사가 최근 5년간 수행한 용역의 내용과 금액, 백 후보의 직접 관여 여부, 후보 추천 과정 등을 묻는 본지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자문사 권고와 실제 기관투자자의 선택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은 2일 다수 자문사의 권고와 달리 박 후보 선임에 찬성하고 백 후보 선임에는 반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은 감사위원 후보가 중요한 지분·거래관계 등에 있는 회사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인 경우 선임에 반대할 수 있도록 정한다. 다만 ‘중요한 지분관계’의 일률적인 수치 기준은 제시하지 않아 APG와 박 후보의 관계가 해당 조항에 적용되는지는 국민연금의 개별 판단에 달렸다.

이번 감사위원 선임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 규칙이 적용된다. 자문사 권고에서는 백 후보가 8대1로 앞섰지만 캘퍼스가 박 후보를 선택하면서 국민연금과 외국인·소액주주의 실제 표심이 최종 승부를 가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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