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태안화력 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2차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차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던 고 김충현 씨가 숨진 지 13일째 되는 이날, 유족과 노동계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진실과 변화 없는 현장에 대한 울분을 토해냈다.
태안화력 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위험의 외주화로 더욱 위험해진 발전소 현장과 억울한 죽음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이 아직 요원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한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대통령 직접 지시와 진상조사 촉구
대책위는 이 대통령이 ‘김충현 사망사고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직접 지시하고, 노동자·유족·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또한 하청·도급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 위험 작업의 전면적 직접고용, 그리고 안전 인력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을 요구했다. “이 요구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생존의 절규”라고 대책위는 피력했다.
현재 112개 단위가 함께하고 있는 대책위는 연대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투쟁 거점을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옮겨,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그리고 ‘죽음의 외주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의 대책 기구가 마련될 때까지 무기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왜 충현이 형님이 죽어야 했나?” 동료들의 절규
추모문화제에서 한전KPS 비정규직지회 태안분회 정철희 분회장은 “왜 충현이 형님이 죽어야 했습니까?”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김충현 씨의 죽음이 단순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일터에서의 반복되는 위험, 외면된 목소리, 방치된 책임 속에서 죽임을 당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가 침묵하면 또 다른 충현이가 나올 것이고, 우리가 무너지면 이 시스템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굴러갈 것”이라고 경고하며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정 분회장은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 사업장과 관리 책임자, 원청의 명확한 책임 인정 및 사과,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중심에 둔 노동 환경의 전면적인 개선,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는 “충현이 형을 기억하며 우리는 살아서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용균의 동료, 김충현을 애도하며 “다시는 이런 죽음 없게 하자”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지회 조창희 지회장은 “김용균의 동료가 김충현을 애도한다”며 6년 전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과 김충현 노동자의 사고가 너무나 닮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혼자 일하다 기계에 끼여 세상을 떠난 김충현님은, 6년 전 용균이의 사고와 너무나도 닮은 모습이었다”고 말하며, 당시 김충현 씨도 혼자 기계설비를 점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조 지회장은 “우리는 그렇게 다짐했었다. ‘홀로 일하다 죽는 동료가 더 이상 없게 하겠다.’ 그런데 우리는 또 한 명의 동료를 떠나보냈다”며 자책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용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싸웠듯, 형님의 죽음 또한 잊지 않고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제 두 개의 이름을 함께 외칠 것”이라며 ‘김용균과 김충현,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게 하자’고 강조했다.
■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한 서부발전과 한전KPS가 김충현을 죽였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고 김충현 노동자를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책을 즐겨보며 자격증 공부도 열심이었고, 어려운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는 “그런 그가 김용균을 집어삼킨 발전소에서 또다시 희생되었다”며 분노를 표했다. 양 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음에도 ‘2인 이상 함께 일하도록 해달라’는 외침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김충현 씨가 희생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위험을 비정규직으로 외주화하지 말고, 직접고용하라는 요구를 수용했다면 김충현은 지금 어딘가에서 선행을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하며,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한 서부발전과 한전KPS가 김충현을 죽였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양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사명이라고 한 만큼, 김충현 씨의 죽음에 함께 분노하고 정부가 나서서 노동자들과 대화하며 책임 있는 기업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죽음이 반복되는 사회, 멈춰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김금영 지부장은 “서부발전에서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김용균 노동자의 비극 이후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현실에 참담함을 표했다. 그는 “위험은 여전히 외주화되어 있고, 죽음은 여전히 비정규직의 몫”이라고 단언했다. 김 지부장은 이번 사고가 결코 예외나 우연이 아니며, 최소한의 정비 인력조차 없는 현장과 기본적인 안전 조치조차 무시된 작업 환경이 또 한 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외주화된 구조 속에서 안전과 존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며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김용균 노동자의 이름으로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조차, 정작 비정규직에게는 온전히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새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 대책과 고용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외주화와 간접고용 구조를 즉각 철폐하고 정규직 전환을 비롯한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사회적 타살, 투쟁 거점 용산으로 옮겨 무기한 투쟁”
공공운수노조 엄길용 위원장은 고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을 “사고라고 말하기 이전에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 약속되었던 ‘위험의 외주화 중단’, ‘2인 1조’, ‘인력 충원’,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약속이 지켜졌다면 이번 사고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 위원장은 특히 당시 약속이 민주당 정권에서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민주당이 해결하십시오. 이재명 대통령이 해결하십시오. 지금 즉시 할 수 있습니다”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더 큰 투쟁을 위해 투쟁의 거점을 용산으로 옮겨,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죽음의 외주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의 대책 기구가 마련될 때까지 대통령실 앞에서 무기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발전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앞당겨 조직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서부발전과 한전KPS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