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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불도저 카리스마’ vs 김동관 ‘글로벌 전략’…한화, 정무 감각 공백이 부른 신뢰 리스크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사진=한화 제공.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2.4조→1.8조 축소에도 시장 불신 지속…김승연 시대 ‘사람 읽기’가 사라진 자리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2조4000억원에서 1조8144억원으로 약 24% 줄였다. 발행 주식 수는 7200만주에서 5600만주로, 증자 비율은 약 41%대에서 32.1%로 낮아졌으며 채무상환 자금도 1조5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미래 성장 투자 9000억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족한 6000억원은 자산 유동화 등 자체 조달로 충당한다. 회사는 “2030년까지 추가 유상증자는 없다”는 약속과 함께 연결 당기순이익의 10%를 주주환원(배당·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정안은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4월 9일)와 주주 반발을 받아들인 결과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금 조달 과정의 미숙이 아니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시대의 ‘강한 카리스마와 정무 감각’이 김동관 부회장 체제로 넘어오면서 상대적으로 약화된 데 따른 구조적 리스크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김승연 시대: 현장·타이밍·사람으로 리스크를 막다

김승연 회장 재임 기간 한화는 ‘불도저 경영’으로 불릴 만큼 과감한 의사결정과 현장 중심 리더십이 특징이었다. 2014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에서는 섭씨 50도 넘는 열기와 보안 위협 속에서도 총수와 함께 움직이며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조율했다. 중국 시장 진출 때도 ‘토착화 경영’을 주도하며 관료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하고, 총수 결단의 완충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금춘수 전 수석부회장(46년 한화맨)이었다. 그는 숫자 중심 논리보다 타이밍과 신용, 외부 파고를 사전 관리하는 ‘정무적 촉’으로 평가받았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강한 오너십 아래 금 전 수석부회장이 현장과 정계·관계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복심’ 역할을 했다고 본다. 대형 M&A나 해외 프로젝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 리스크를 사람 관계와 타이밍으로 완화한 사례가 많았다.

■ 김동관 시대: 정교한 전략 vs 반복되는 소통 미스

김동관 부회장은 글로벌 안목과 전략적 설계 역량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피터 자이한의 지정학 저서를 참모진에게 공유하며 국제 질서 변화에 대한 인식을 조직 전반에 확산시켰고, 해양 패권 재편을 염두에 둔 한화오션 인수, 방산 사업 통합,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MASGA) 참여 등을 통해 그룹의 중장기 성장 축을 구체화했다. 특히 삼성과의 이른바 ‘빅딜’을 기점으로 방산·조선·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재편하며 한화그룹의 사업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사진=한화그룹 제공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진=한화그룹 제공

다만 국내 시장과 주주, 규제 당국을 상대하는 국면에서는 소통 방식과 타이밍 측면에서 아쉬움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를 두 차례 받으며 최종 규모를 2조3,000억 원으로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내부 의사결정 구조와 자금 사용 목적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어 2026년 한화솔루션 역시 주주총회 직후 2조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하며 주가가 당일 18.2% 급락했고, 이틀 만에 누적 하락폭이 20% 안팎까지 확대됐다. 이후 개인투자자 간담회에서의 CFO 발언을 둘러싼 논란과 금융당국의 반박이 겹치면서, 증자 규모는 결국 1조8,000억 원대로 축소됐다.

두 사례 모두 재무적 논리 자체는 타당했지만, 주주 심리와 시장 정서, 규제 기관의 미묘한 기류를 사전에 충분히 읽지 못했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전략의 옳고 그름보다는, 결정 과정에서의 소통 방식과 타이밍 감각이 신뢰 비용을 키웠다는 의미다. 실제로 김동관 부회장 주변에는 JP모간, 하버드·와튼 MBA, BCG 등 글로벌 컨설팅 출신의 젊은 엘리트 참모진이 포진해 전략 보고서의 완성도는 높지만, 보고서 밖의 ‘현장 민심’과 ‘정무 리스크’를 포착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분석이 재계에서 나온다.

이 같은 인식은 인적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김동관 부회장의 측근으로 꼽혀온 전략실 핵심 인사였던 전태원 전 부사장의 돌연한 퇴사 역시, 전략 실행 과정에서 누적된 내부 피로와 조직 내 균열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물론 김동관 부회장이 추진해온 방산 수출 확대, 에너지 전환,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라는 큰 방향성 자체는 재계 전반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승연 시대처럼 총수의 강한 카리스마가 불확실성을 직접 눌러 해결하던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제는 개인의 결단이 아니라, 시스템이 주주·시장·규제 당국과의 소통 밀도를 높여 신뢰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유상증자 규모 축소와 주주환원 강화는 한 발 물러선 긍정적 변화로 볼 수 있다. 다만 시장의 완전한 신뢰 회복까지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향후 3개월 내 정정신고서 최종 심사 과정과 실제 자금 집행의 투명성, 그리고 대형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 방식이 김동관 리더십의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전략의 방향은 글로벌을 향하고 있지만, 소통 방식은 아직 국내 시장과 주주들의 눈높이에 충분히 맞춰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려한 미래 설계도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그 비용과 부담을 감내해야 할 주주들의 체감과 우려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람 읽기’의 감각이 약화된 자리에서 김동관 부회장이 마주할 진짜 도전은 외부 환경 그 자체라기보다, 조직 내부에 누적된 정무적 감수성의 공백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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