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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및 현대모비스 대표. (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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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가 ‘0원’ 털어낸 골프장에…정의선 현대차그룹 3사, 900억 ‘수혈’ 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및 현대모비스 대표.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및 현대모비스 대표. (사진=현대차)

현대모비스, 장부서 지운 22억 투자에 225억 재투입

계열사 회원만 쓰는 골프장에 대규모 증자…회원보증금 2600억 부담도 변수

해비치컨트리클럽 최대주주 현대엔지니어링은 아직 미공시

현대모비스가 회계상 가치를 ‘0원’으로 털어내 사실상 투자 실패로 정리했던 골프장 계열사 해비치컨트리클럽㈜에 225억원을 다시 투입한다. 처음 이 지분을 사들이는 데 들인 22억7,400만원의 9.9배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가 450억원, 기아가 225억원을 함께 출자하면서 정의선 회장이 이사로 있는 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나란히 자금 지원에 나섰다.

자동차·부품·건설을 본업으로 하는 계열사들이 외부 회원 없이 계열사 법인만 회원으로 둔 임직원·계열사 전용 복리후생 및 접대 인프라 성격의 골프장에 대규모 자금을 다시 투입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 24일 해비치컨트리클럽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통주 2,368,800주를 450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기아와 현대모비스도 같은 날 각각 1,184,400주를 225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출자 예정 시점은 세 회사 모두 오는 9월이다. 이 골프장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낸 회사로, 주주 네 곳과 회원 260좌가 모두 계열사다.

■ 스스로 ‘0원’ 처리한 지분에 9.9배 재투입…3사 900억, 증자 규모는 1500억

현대모비스가 지난 3월 제출한 202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해비치컨트리클럽 지분 15%의 최초 취득금액은 22억7,400만원, 취득 시점은 2008년 5월 31일, 취득 목적은 ‘단순투자’로 적혀 있다. 그러나 기초·기말 장부가액은 모두 ‘-‘다. 취득원가가 장부에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번에 넣는 225억원은 그 취득원가의 9.9배다.

지분 40%를 가진 최대주주 현대엔지니어링의 장부도 같다. 2025년 사업보고서상 최초 취득금액 60억원이 전액 지워져 장부가액이 ‘-‘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증자와 관련해 아직 출자 공시를 내지 않았다. 지분율대로 배정분을 모두 인수한다면 부담액은 600억원이 되지만, 참여 여부와 금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기아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는 같은 15% 지분의 기말 장부가액이 52억2,800만원으로 남아 있다. 취득금액은 22억5,000만원, 취득일은 2008년 6월 2일이다. 현대모비스와 이틀 차이로 같은 수의 주식을 사실상 같은 값에 사들였지만 기아 장부에는 취득원가의 두 배가 남은 반면 현대모비스 장부에는 한 푼도 남지 않았다. 더욱이 기아와 현대엔지니어링은 모두 취득 목적을 ‘경영참여’로 기재했지만 장부가액은 각각 52억원과 0원으로 갈렸다. 같은 자산을 두고 계열사별 회계 처리 결과가 크게 엇갈린 이유는 사업보고서 어디에도 설명돼 있지 않다.

증자 규모는 세 회사 공시로 900억원, 신주 473만7,600주가 확인된다. 출자액은 현대차 30%, 기아 15%, 현대모비스 15%의 지분율에 정확히 비례하고 세 건 모두 주당 1만9,000원 수준이다. 세 회사가 받는 주식 수를 각자 지분율로 나누면 모두 789만6,000주로 일치해, 이번 증자로 발행되는 신주 총수가 그 규모임을 보여준다. 현재 발행주식 총수 300만주의 2.6배다. 세 회사 지분 합계가 60%이므로 주주 전원이 배정분을 인수할 경우 증자 총액은 1,500억원이 된다.

■ 주주 4곳·회원 260좌 전원 계열사…매출 61%도 계열사가 채웠다

돈을 받는 쪽은 외부 자본이 한 푼도 없는 회사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분은 현대엔지니어링 40%, 현대자동차 30%, 기아 15%, 현대모비스 15%로 계열사가 100%를 갖고 있다. 오너 일가 지분은 없다. 회원도 정회원 260좌뿐인데 감사보고서는 “당사의 회원은 모두 법인 회원으로 당사와 특수관계자”라고 적었다. 외부 회원이 한 명도 없다.

회원들이 낸 보증금은 2,600억원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460억원, 현대제철 280억원, 기아 240억원,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현대트랜시스가 각각 120억원씩을 넣었다. 은행 차입금은 없다. 계열사 보증금으로 지어 계열사 법인 회원만 쓰는 골프장이다.

매출도 계열사에서 나온다. 2025년 특수관계자를 상대로 올린 영업수익이 102억원으로 전체 167억원의 61.1%다. 매출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고객 두 곳은 현대차(24억원)와 현대모비스(17억원)로, 증자에 돈을 넣는 주주가 곧 최대 고객이다. 영업수익 가운데 ‘광고 매출’은 32억원인데 2023년과 2024년에도 똑같이 32억원이었다. 계열사들이 광고선전비 명목으로 낸 돈으로,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낸 17억원 중 5억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대차는 10억원, 기아는 5억원, 현대제철은 4억원을 각각 냈다. 이 32억원을 빼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41억원대로 불어난다.

실적은 계속 뒷걸음질했다. 2021년 영업이익 7억3,500만원을 낸 뒤 2022년 1억5,000만원, 2023년 4억3,400만원, 2024년 3억6,100만원, 2025년 8억9,300만원의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4년 중 지난해 손실이 가장 컸다. 그럼에도 당기순이익 1억3,900만원을 남긴 것은 예금 이자수익 9억9,700만원 덕이다. 남양주 18홀 규모에 종업원은 78명이다.

■ 공시된 목적은 한 줄…2600억 회원보증금과 통합 정지작업

의결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각 사의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서 이뤄졌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3일 장승화 위원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7명과 사내이사인 호세 무뇨스 사장이 참여한 위원회에서 가결했다. 현대모비스도 23일 김화진 위원장 등 독립이사 4명과 이규석 사장이, 기아는 24일 전찬혁 위원장 등 사외이사 5명과 송호성 사장이 참여한 위원회에서 각각 의결했다. 정의선 회장은 세 회사 모두의 등기이사로 현대차에서는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현대모비스에서는 공동 대표이사, 기아에서는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다만 이번 안건을 의결한 세 위원회의 위원은 아니며, 세 회사는 세부 사항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했다고 공시했다.

세 공시에 적힌 출자 목적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 한 줄뿐이다. 돈을 어디에 쓰는지는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단서는 재무제표에 있다. 2025년 말 부채는 2,725억원, 자본은 192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415.72%다. 자본금 150억원보다 자본총계가 많아 자본잠식은 아니지만, 부채의 거의 전부인 회원보증금 2,600억원이 전액 유동부채로 잡혀 있다. 회칙상 입회 5년이 지나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에 대응할 유동자산은 387억원뿐이다. 1,500억원이 들어오면 자본은 1,692억원, 부채비율은 161% 수준으로 내려간다. 골프 사업을 키우는 돈이 아니라 계열사가 부채로 넣어둔 돈을 떠받칠 자본을 계열사가 다시 대는 셈이다.

시점도 눈에 띈다. 그룹은 올해 1월 13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와 해비치컨트리클럽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변경과 이사 경업 승인을 의결해 황규석 대표가 두 회사 대표이사를 겸임하도록 했고, 3월 16일에는 호텔이 골프장에 경영자문 수수료를 청구하는 안건을 양사가 각각 의결했다. 지난 4월에는 두 법인 통합이 검토될 경우 지분과 고용, 회원권 부채가 난제이며 해비치호텔 지분 16.27%를 가진 정윤이 사장의 지분가치 변동이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심사의 변수가 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비치호텔도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1,318억원에 영업손실 152억원, 순손실 207억원을 냈다.

돈을 대는 쪽 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현대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5조3,65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8% 줄었고, 기아도 4조8,337억원으로 16.3% 감소했다. 지분 40%를 쥔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10조2,078억원에 영업손실 827억원을 냈다. 그 사이 현대차는 23일 주당 2,500원씩 총 6,546억원, 현대모비스는 24일 주당 1,500원씩 총 1,324억원의 분기배당을 결정했고 현대모비스는 5,000억원 규모 자기주식을 다음달 3일 소각한다. 주주에게 돌려줄 돈과 적자 계열사에 넣을 돈이 같은 주에 함께 결정됐다.

기존 주주가 주주배정 증자에 지분율대로 참여하는 것 자체는 지분 희석을 막는 통상적 선택으로 설명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이 골프장에 보증금 460억원씩을 넣고 시설을 쓰는 이용자이자 매출 10% 이상을 채워주는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동차 부품이 본업인 현대모비스가 스스로 장부에서 지운 지분에 취득원가의 9.9배를 다시 넣는 만큼, 그룹 안에서 자원이 어디로 흐르는지에 대한 시선은 남는다. 세 회사는 공시에서 이번 거래가 관계기관 협의와 승인 절차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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