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노동·인권 전문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경제 주요 기사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본텍→현대모비스 쪼개기→보스턴 20조’…3번의 승계 도박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

지분율 0.33%로 수백조 그룹 지배…3번의 ‘모비스 활용’ 시도

소프트뱅크 풋옵션 만료 D-30, 모비스 1조988억 신설법인 출자 ‘뇌관’

정의선(55)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0.33%(보통주 30만3,759주)다. 시가총액 약 57조원, 연 매출 61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사에 대한 직접 지분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다만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한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모비스 → 현대자동차(지분 22.36%) → 기아(35.17%) → 현대모비스(18.10%)로 이어진다. 이 구조를 해소하고 지배력을 개인 지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필요한 자금 규모를 최소 10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여 년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추진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는 핵심 축으로 활용돼 왔다.

■ ’15억→570억’ 본텍부터 ’20조 대박’ 보스턴까지…모비스를 향한 집념

첫 번째 시도의 출발점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아자동차 부사장이던 정 회장(30)은 사재 15억원을 들여 본텍 지분 30%를 확보했다. 본텍은 1997년 기아전자가 부도처리된 후 2000년 사명을 바꾼 카오디오·자동차 전장 업체이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한 본텍은 이후 비상장 상태로 현대모비스와의 합병이 추진됐다. 성공했다면 정 회장은 단숨에 모비스 주요 주주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2002년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대로 1차 시도는 무산됐다.

정 회장은 2005년 본텍 지분을 독일 지멘스에 매각했다. 4년 만에 15억원이 570억원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수익률 38배. 시장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후 본텍은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오토넷과 합병됐고, 2009년 최종적으로 현대모비스에 흡수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본텍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대주주들을 부당 이익 수취에 가담시켰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은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했다.

정 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18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지만 끝내 기소되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그룹 경영 공백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금도 ‘황태자 면죄부’라는 말이 회자된다.

두 번째 시도는 2018년이었다.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해 모듈·AS 부품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키고, 정 회장이 합병 후 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해 모비스 존속법인 지분을 추가 매입한다는 구상이었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강하게 반발했다. “합병 비율이 정의선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논리였다.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결국 개편안은 주총 표결에 붙이기도 전에 자진 철회됐다. 정 회장은 “주주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공개 사과하는 굴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세 번째 시도가 바로 현재 진행형이다. 2021년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약 1조 1천억 원에 공동 인수할 당시, 그룹 계열사들이 60%(약 8천여억 원)를 책임지고 정의선 회장은 사재 2천490억 원을 투자해 개인 지분 20%를 별도로 확보했다. 그룹 차원의 인수에 최대주주가 개인 자격으로 끼어든 것이다. 본텍 지분 30%를 15억원에 선취한 뒤 계열사 지원으로 가치를 키우던 수법과 구조가 판박이다.

여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소프트뱅크에 4년 내 상장 기회를 제공하되, 상장이 무산되면 인수주체가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을 되사야 한다는 풋옵션 조항이었다. 이 만료 기한이 2026년 6월, 불과 30여 일 남은 시한이다.

시장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최대 100조원 이상으로 전망한다. 지분 22.6%(2025년 8월 유증 참여 후)를 보유한 정 회장은 나스닥 상장 성공 시 기업가치 100조원 가정 시 최대 20조원, 일부 증권사 최고 추정치(약 122조원) 기준 시 최대 27조원가량의 현금화가 가능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이미 2025년 8월 1조3천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개인 자격으로 2천934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인수 당시 2,490억원에서 2025년 8월 유증까지 누적 개인 투자금은 약 7,100억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상장 추진 자체를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다. 모회사인 현대모비스가 이미 코스피에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를 별도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방식은 사실상 이중상장 규제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재계 안팎에서도 “국내 자본시장 규제의 허점을 활용한 편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HMG퓨처콤플렉스’ 출자와 알짜 사업부 매각…3차 개편의 숨은 그림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4월 24일 ‘에이치엠지퓨처콤플렉스 주식회사(예정)’의 주식 109만8천800주를 1조988억원에 현금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5월 21일에는 해당 공시의 기재정정이 이루어졌다.

취득 후 지분율은 13.7%이며, 최종 취득 예정일은 2030년 12월 23일이다. 그룹 전체로는 현대자동차 2조8천885억원(36.1%), 기아 2조3천634억원(29.5%), 현대모비스 1조988억원(13.7%), 현대제철 5천164억원(6.5%), 현대글로비스 6천720억원(8.4%), 현대로템 4천608억원(5.8%) 등 약 8조 원의 자금이 이 법인에 집결된다.

HMG퓨처콤플렉스는 서울 송파구 복정역 인근에 조성되는 SW·AI 연구 및 업무 복합거점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거점”이라고 명분을 내세우지만, 현대모비스는 별도로 보유하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전량을 미국 투자 지주사 HMG Global LLC에 현물출자한 사실도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 확인된다.

현대모비스 자산이 HMG Global을 통해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연결되는 구조다. 현대모비스는 이와 별개로 1조988억원을 부동산 임대업 법인인 HMG퓨처콤플렉스에 출자하기로 했다. 이 건물의 임차인이 누구냐에 따라 모비스 주주 자금의 최종 수혜자가 가려진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자금 집행이 그룹의 중장기 지배구조 재편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모비스 주주 자금이 회장이 개인 지분을 보유한 사업 생태계와 연계된 투자에 활용되는 구조”라며 “투자 목적과 주주가치 제고 간의 정합성을 보다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자사주 소각 등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았지만, 동시에 조 단위 자금을 신설 법인에 투입하면서 자금 배분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3차 시도와 맞물려 현대모비스 안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이 포착됐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들어 연 매출 2조원 규모의 램프사업부를 프랑스 OP모빌리티에 5천억원 안팎에 매각하는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범퍼사업부 추가 매각도 검토 중이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현대IHL 노조는 삭발 투쟁에 나섰고, 현대차·기아·만도 노조까지 연대 파업을 예고하며 “완성차 결품 사태가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2018년 엘리엇에 막힌 ‘인적분할’ 방식 대신,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은 개별 사업부를 하나씩 순차적으로 떼어내는 ‘살라미식 개편’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 직접적인 의혹을 제기한다. 알짜 사업부를 걷어내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를 낮춘 뒤, 보스턴다이내믹스 IPO 차익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할인된 가격’에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집한다는 시나리오다. 올해 3월 행동주의 펀드 컨두잇이 현대모비스를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공시를 제출하며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가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시 기준 정 회장이 직접 보유한 현대차그룹 주식은 현대모비스 0.33%, 현대차 2.73%, 기아 1.81% 수준이다. 이 초라한 숫자와 수백조 지배력 사이의 간극이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낸 허점이다. 그리고 그 허점을 메우려는 20년의 시도가 낳은 비용은 고스란히 그룹 계열사 주주와 협력사 노동자들이 나눠 지고 있다.

재계 전문가는 “과거에는 수사기관의 판단을 피해가는 방식의 승계 시도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와 같은 접근이 더 이상 용인되기 어렵다”며 “지배구조 개편 과정 전반에서 한층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정당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현대모비스가 로봇 산업이라는 미래 비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라는 개인적 이해관계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소프트뱅크 풋옵션 만료는 이제 30여 일 남았다. 1조원짜리 신설법인 출자가 결정됐고, 알짜 사업부는 쪼개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의 세 번째 국면 역시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LEAVE A RESPONSE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ESC 또는 배경 클릭하여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