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엔지니어링의 현금이 1년여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받지 못한 공사대금은 다시 쌓이고, 빈 곳간은 은행 빚으로 메우면서 회사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무차입 경영’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1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3월 말 8천64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말(1조7천331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한 분기 만에도 5천억원 넘게 줄었다.
반면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채권은 1조3천205억원으로 한 분기 새 16% 늘었다. 미청구공사는 회수가 불확실해 건설사 재무 위험의 대표적 신호로 꼽힌다. 2024년 1조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부실을 한 차례 정리한 직후 다시 불어났다는 점에서 회복의 질에 의문이 따른다.
줄어든 현금은 빚으로 채워졌다.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9천300억원에서 3월 말 1조2천350억원으로 한 분기 만에 3천억원 넘게 늘었다. 2023년까지만 해도 사실상 빚이 없던 회사가 1년여 만에 1조5천억원대 차입 구조로 돌아선 것이다. 차입이 늘면서 1분기 이자비용도 234억원으로 1년 전의 2.5배가 됐다.
수익성도 뒷걸음쳤다. 1분기 연결 매출은 2조5천365억원, 영업이익은 870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25%, 17% 줄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분기 기준으로는 외형과 이익이 함께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회사는 지난해 무배당에서 돌아서 2025년 결산 배당으로 435억원을 책정했다. 배당의 약 90%는 정의선 회장 등 오너 일가와 현대건설 등 계열사 몫이다. 단기차입을 크게 늘린 시기와 겹친다는 점에서, 빚을 키우는 한편으로 주주 환원을 재개한 셈이다. 2025년 초 취임한 주우정 대표도 첫해 급여로 10억여원을 받았다.
재무제표 밖 변수도 무겁다. 회사는 지난해 2월 시공을 맡은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 구간에서 교량이 무너져 4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정지 8개월 처분 사전통지를 받고 현재 청문 등 소명 절차를 밟고 있다고 1분기보고서에서 밝혔다. 회사는 “행정처분의 최종 결과와 이로 인한 영향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영업정지가 확정되면 신규 수주와 자금 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회사의 일감은 넉넉한 편이다.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23조원을 넘는다. 현대차그룹 계열로 은행 차입의 만기 연장이 비교적 수월하고, 분기 영업흑자도 이어가고 있어 단기 유동성에는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결국 쌓인 미청구공사를 언제 현금으로 돌리느냐가 재무 부담을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