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턴다이내믹스 100% 편입…계열사 75%로 경영권 확보, 정 회장 개인 지분은 별개
현대자동차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현장 투입을 추진하며 노조의 고용 불안 반발에 직면한 가운데,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개인 지분 25%를 활용한 경영권 승계 셈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회장이 지난 5월 29일 동일인 자격으로 낸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주주는 미국 투자지주사 HMG글로벌(HMG Global, LLC) 56.24%, 정 회장 본인 22.50%(549만2천162주), 현대글로비스 11.25%, 기타주주 10.01%로 기재됐다. HMG글로벌은 현대차 49.5%, 기아 30.5%, 현대모비스 20% 출자로 세워진 회사다.
기타주주 몫이던 소프트뱅크 지분 9.65%는 최근 인수가 끝났다. 다만 이를 기존 주주들이 어떻게 나눠 가졌는지는 공시되지 않았다. 지분율대로 배분됐다면 HMG글로벌 62.50%, 현대글로비스 12.50%로 계열사 합계가 75.00%, 정 회장은 25.00%가 된다.
■ 회사가 밝힌 투입 공정…”부품 분류 거쳐 조립까지”
로봇이 들어갈 자리는 회사가 직접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28년부터 부품 분류 작업에 투입한 후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까지 작업 범위를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품 분류와 조립은 현재 생산직 노동자가 맡고 있는 공정이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이 지난 4월 낸 이슈페이퍼 '아틀라스(Atlas)가 말하는 것, 말하지 않는 것' 갈무리. 현대차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신공장(HMGMA)에 아틀라스를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라는 점을 짚으며, 피지컬AI를 둘러싼 담론이 기술결정론으로 과도하게 편향돼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금속노조 노동연구원]](https://newsfield.net/wp-content/uploads/2026/07/20260721_095559-600x545.jpg)
현대차는 사업보고서에서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주주서한에서는 “이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를 지원하고 보완할 것”이라고 표현했다. 3만대는 로봇 생산 규모이며 자사 공장에 몇 대를 넣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이 지난 4월 낸 이슈페이퍼는 아틀라스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신공장(HMGMA)에 단계적으로 투입될 계획이라고 정리했다.
영향권은 좁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은 현대차 자동차부문 7만2천598명, 기아 3만6천566명으로 두 회사만 10만9천164명이다. 파견·도급·용역 등 소속 외 근로자 7천703명을 더하면 11만6천여명이다. 로봇 부품은 현대모비스가, 물류는 현대글로비스가 맡는 구조여서 계열사 전반으로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 계약이 정한 값에 확보…”구주매출 병행 용이해졌다”
이번 지분 인수는 2021년 계약이 정해둔 조건에 따라 이뤄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 9.65%를 약 5천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 30조원 이상을 적용하면 해당 지분 가치는 약 3조원에 이르는 만큼, 시장 가치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 인수 당시 기업가치는 약 1조2천500억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로 외부 주주와의 이해관계 조정 없이 상장 시기와 공모 규모, 상장 시장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의 승계자금 마련 등이 필요할 경우 구주매출을 병행하기도 한층 수월해졌다는 분석이다.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가 보유 주식을 상장 과정에서 파는 방식으로, 정 회장 개인 지분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정 회장은 2021년 사재 2천490억원을 넣어 지분 20%를 취득했다. 그룹이 80%를 8억8천만달러(당시 약 9천600억원)에 사들인 것과 견주면 계열사와 같은 단가였다. 같은 기준으로 현재 거론되는 기업가치를 적용하면 그의 지분 가치는 조 단위가 된다. 다만 상장을 전제한 계산이어서 실현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 경영권 행사에는 사실상 필요 없는 25%…”사업기회 유용” 지적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3%, 현대차 지분은 2.11%에 그친다. 반면 현대글로비스 20.00%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이 개인 자산의 축을 이룬다. 계열사가 로봇 사업의 지배력을 쥐고 있어, 정 회장이 개인 지분을 팔더라도 아틀라스 개발과 생산 계획은 그대로 굴러간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정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개인적으로 취득한 데 대해 “현대차 등 3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측면이 있다”며 “상법 개정 이후에 그런 시도를 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 지분은 2022년 20.00%에서 20.66%, 21.27%, 21.89%를 거쳐 22.50%로 4년 연속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글로비스도 10.00%에서 11.25%로 올랐고, 두 지분의 비율은 4년 내내 정확히 2대 1을 유지했다. 지분율 상승은 증자에 따라오지 않은 소프트뱅크가 20.00%에서 10.01%로 희석된 결과다.
■ 계열사가 치른 비용…손실 1천123억에 연대책임까지
개인 지분과 달리 계열사가 낸 비용은 장부에 남아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지분법손실 616억원을 인식했다. 2024년 507억원을 더하면 2년간 1천123억원이다. 같은 기간 추가 출자액은 1천564억원(2024년 673억원, 지난해 891억원)이다.
그럼에도 자산가치는 깎지 않았다. 현대글로비스는 “당해 자산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하지 않아 손상차손 인식하지 않았다”며 할인율 16.63%를 적용했다고 공시했다. 장부금액 1천954억원 가운데 순자산 몫은 464억원이고 나머지는 영업권 1천34억원, 순공정가치 차이 456억원이다.
인수 대금에도 계열사 몫이 걸려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주주 간 협약에 따라 소프트뱅크의 매도청구권에 대해 다른 매수인들과 연대해 책임을 진다며 “연결기업을 제외한 매수인들의 채무불이행 발생 시 예상되는 추가 부담액 총액은 2억8천287만4천달러”라고 공시했다. 2021년 계약은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글로비스와 정 회장 개인이 공동으로 체결한 것이어서 매수인에는 오너 개인도 포함된다.
■ 단협엔 ‘심의·의결’ 조항…노조 “패싱당했다”
노동조합은 절차를 문제 삼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 1월 29일 성명에서 “현대자동차 노사 단체협약에도 신기술 도입 시 그 계획을 노동조합에 통보하고, 고용안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의, 의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현대자동차지부는 아틀라스를 내세운 사용자의 ‘노조 패싱’을 지적하고, 단체협약에 따른 논의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같은 성명에서 노조 요구가 “노동조합이 하지도 않은 ’21세기판 러다이트’로 왜곡됐다”며 “고용안정위원회는 기술 도입을 막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대차는 지난 13일 공시에서 단체교섭 관련 부분파업으로 울산공장 등 전 사업장에서 13~15일 사흘간 생산이 차질을 빚는다고 밝혔다. 공시에 적힌 사유는 ‘단체교섭 등 관련 부분파업’이지만, YTN은 15일 ‘현대차 노조 파업, 진짜 이유가 아틀라스?’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로봇 도입이 교섭 쟁점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로봇 도입이 곧 고용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당 보도에서 “아틀라스 도입과 고용 안정성은 반드시 대립되지 않는다”며 “생산성을 높이면서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업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금 보장성이 약해질 우려가 있어 노사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보틱스 전략의 일환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투자 확대 방안을 검토해왔다”며 “이번 지분 인수가 향후 의사결정과 사업 실행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23일,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2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현대차는 8월 26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주요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재편의 취지와 사업적 효과, 이해상충 우려 및 고용 영향에 대한 시장의 검증은 향후 회사의 설명과 후속 실행 과정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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