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우주항공을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영국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 맺었던 4548억원 규모의 미래항공 부품 개발·공급계약이 지난달 조기 종료됐다.
2022년 계약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이 계약에서 인식한 누적 판매·공급금액은 2800만원에 그쳤고 대금 수령액은 없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 체결했던 VX4 기체 부품 개발·공급계약을 합의 해지했다.
계약은 2022년 약 2192억원 규모로 시작됐다. 이후 공급 대상이 추가되면서 계약 규모는 4548억2840만원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반기보고서상 지난 6월 말까지 누적 판매·공급금액은 2800만원이며 대금 수령액은 없었다.

회사 측은 “최초 사업목적 대비 시장 환경 및 추진 방향이 변화함에 따라 전략적 판단 하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계약 해지와 동시에 향후 유사 개발·양산사업에서 협력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4548억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에 투입한 금액이 아니라 향후 부품 개발·공급을 통해 매출로 이어질 예정이었던 계약 규모다. 다만 4000억원대 장기 공급계약이 본격적인 양산 매출로 이어지기 전에 종료된 셈이다.
한화는 도심항공교통(UAM) 등 일부 미래항공 사업의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한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의 협력은 확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KAI 지분 매입에 9170억1100만원을 투입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별도 기준 순이익 7095억1300만원보다 2074억9800만원 많은 규모다. 기존 미래항공 사업의 대형 공급계약이 양산에 이르기 전에 종료된 가운데, 반기 순이익을 웃도는 자금을 KAI 지분 확보에 투입하면서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우주항공 승부수도 한층 커졌다.
지난해 말 2.74%였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AI 지분은 지난 6월 말 8.67%로 높아졌다. 이후 추가 매입이 이어지면서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보유분까지 합친 한화의 KAI 지분은 현재 15.89%로,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어 2대 주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는 지난 2월 무인기 공동개발과 수출, 국산 첨단엔진을 탑재한 항공기 개발, 해외 우주시장 공동 진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한화의 KAI 지분 취득을 승인하면서도 현재 지분만으로 KAI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존 UAM 사업의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동시에 반기 순이익을 웃도는 규모의 자금을 KAI 지분 확보에 투입하면서,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우주항공 사업의 무게중심도 KAI와 무인기·첨단엔진·우주 분야 협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