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이 강남 복합환승센터 지하 5층 GTX 승강장부 기둥에서 철근 2500개 이상을 누락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교량 붕괴 사고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사고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모회사 현대건설은 철근을 누락한 채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특히 철근 누락 사실을 내부적으로 인지한 뒤에도 현대건설 경영진은 수억 원대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전불감증과 도덕적 해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 교량 붕괴 여파 속 터진 GTX ‘순살 철근’… 지하 5층 철근 누락 위엔 지하 2층 상업공간·지상 광장까지
15일, 국토교통부는 종합시험운행 중인 GTX-A 노선 삼성역 구간에서 심각한 시공 오류가 확인됐다며 긴급 현장점검과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서울 강남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지하 5층 GTX 승강장부 기둥으로, 해당 구간은 서울특별시가 시행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구간 기둥 80본 중 50본에서 주철근 2열을 1열로 잘못 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설계상 기둥 하나당 들어가야 할 주철근이 절반만 시공된 셈이다. 이로 인해 준공 구조물 기준으로 50개 기둥이 구조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로 판정됐다.
시공 오류는 이미 2025년 11월, 시공사로부터 서울시에 최초 보고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서울특별시는 약 5개월이 지난 2026년 4월 29일에야 국토교통부에 시공 오류 사실과 보강 방안을 보고했다. 해당 삼성역 구간(약 1km)은 국가철도공단이 서울시에 위탁해 추진 중인 국책 철도 사업이다.
국토부는 “심각한 시공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인지한 뒤 상당 기간이 지나서야 보고된 점은 명백한 사업 관리 부실”이라며,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을 대상으로 한 감사에 착수했다. 또한 서울시가 제출한 보강 방안에 대해서도 공인기관 검증을 거쳐 안전성을 재확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예정됐던 GTX 삼성역 무정차 통과 시점도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철근 누락이 발생한 지하 5층이 구조적으로 ‘최하부 핵심 지지층’이라는 점이다.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는 지상과 지하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복합 구조물로 연결돼 있다.

지상: 영동대로 도로 및 코엑스 앞 대형 광장·공원
지하 1층: 버스 환승 정류장, 2호선 삼성역 대합실(연결 통로), 유턴존
지하 2층: 공공·상업 시설, 기존 2호선 삼성역 승강장 (리모델링·확장 구간)
지하 3층: 통합 환승 대합실, 버스·부설 주차장
지하 4층: 위례~신사선 승강장
지하 5층: GTX-A·C 승강장 (철근 누락 발생 구간)
지하 5층 기둥의 구조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그 위의 지하 4·3·2층 슬래브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지하 상업·환승 공간이 밀집한 지하 2층을 포함해 지상 광장까지 부분 침하나 구조 변형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실제 붕괴나 침하가 발생한 것은 아니며, 철근 누락 사실 확인 이후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 측은 작업자가 설계도면의 ‘투번들(주철근 2묶음)’ 표시를 확인하지 못해 한 묶음씩만 시공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구간은 서울-수서 구간 개통을 앞두고 열차 시험 운행이 진행 중이던 핵심 노선으로, 안전성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자회사에서 교량 붕괴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사고 여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모회사 현장에서는 철근이 대규모로 누락된 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앞서 2025년 2월 25일, 경기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9공구 공사 현장에서 현대건설의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던 교량 상판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등 총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수사 결과,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장헌산업 현장소장 등 2명은 구속 기소됐으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한국도로공사 감독관 3명, 현대엔지니어링 공사팀장 및 팀원 등 3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장헌산업 대표와 법인, 현대엔지니어링 법인도 각각 건설기술진흥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두 사고는 현대건설그룹 계열사들이 맡은 핵심 국책 인프라 현장에서 불과 9개월여 만에 잇따라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총사업비 1조 7,000억 원 규모의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와 서울-세종고속도로는 모두 국가 기간 교통망을 담당하는 핵심 시설이다.
■ 철근 누락 인지하고도 ‘성과급·퇴직금’ 수십억… 현대건설, 책임은 없고 보상만 있었다

시공 오류에 대한 공식 보고는 2025년 11월 서울시에 이뤄졌다. 다만 이는 행정기관에 보고된 시점일 뿐, 현대건설이 내부적으로 철근 누락 사실을 그보다 앞서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한우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은 철근 누락 사실을 인지한 시점인 2025년,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 부실에 대한 안전 책임과 보상 체계의 적절성을 둘러싼 비판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5억 원 이상 등기임원 개인별 보수를 보면, 이한우 대표이사는 2025년 한 해 급여 6억 500만 원에 상여(성과급) 3억 900만 원을 더해 총 9억 2,600만 원을 수령했다. 공시에는 이 상여금이 “개인별 평가 등급에 따라 지급”되었다고 명시되어 있다.
2025년 12월 31일자로 퇴임한 전·현직 임원들의 보수 내역은 논란을 더욱 키운다. 철근 누락 문제가 내부적으로 인지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에 재직 중이던 임원들 가운데 일부는, 급여·성과급·퇴직금을 합쳐 1인당 14억~20억 원대의 보수를 수령한 뒤 회사를 떠났다. 이들에 대한 지급액은 최대 20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단순한 연봉을 넘어선 ‘퇴직 보상 패키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모두 2025년 철근 누락 문제가 내부적으로 파악됐을 가능성이 있는 시점에 현직 임원으로 재직 중이었던 인물들이다. 이미 거액의 보수를 수령하고 퇴임한 상태여서, 국토교통부 감사가 본격화된 현 시점에서 법적·재무적 책임을 소급해 묻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 미등기임원 76명에게 지급된 보수 총액도 270억 2,900만 원에 달하며, 1인 평균 3억 4,800만 원을 받아 갔다.
■ 이사회 안전 보고 연 3회 받고도 부실 은폐?
현대건설 이사회 산하 투명경영위원회는 2025년 1월, 7월, 12월 등 작년 한 해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안전·보건 보고를 받았다. 1월과 7월은 각각 전·상반기 실적 보고였으며, 12월은 경영전략 보고였다.
그러나 정작 GTX 삼성역 철근 누락이 2025년 11월 회사 내부에서 확인된 뒤에도, 현대건설은 발주처인 서울시에만 보고했다. 이후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이를 보고한 것은 약 5개월이 지난 2026년 4월 29일로, 국토부는 이를 “사업 관리 부실”로 규정하고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했다. 투명경영위원회의 정기 안전 보고 체계가 가동되고 있었음에도 핵심 구조 부실은 전혀 걸러지지 않았고, 발 빠른 조치나 투명한 정보 공개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올해 5월 15일 MBC 단독 보도로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자, 국토교통부는 그제야 긴급 감사와 현장점검에 착수하며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 관리 부실”이라고 뒤늦은 수습에 나서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자회사에서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교량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채 1년도 안 되었는데, 모회사 역시 핵심 국책 현장에서 치명적인 구조물 부실이 드러났다”며 “이런 와중에 내부 부실을 인지하고도 성과급을 챙긴 것은 주주와 납세자를 기만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도면을 해석하는 데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자체 조사 과정에서 시공 오류를 발견해 서울시에 자진 신고했다”며 “안전하고 검증된 방법으로 철저히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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