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옛 삼표레미콘 부지에 81층 초고층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개발사업이 국토교통부 심의에서 제동이 걸린 가운데, 시행사가 오는 10월 5천2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만기를 한날 맞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83번지 일대에 81층 주거동과 53층 업무복합동을 세우는 사업의 시행사인 에스피성수피에프브이(SP성수PFV)의 차입금 5천200억원 만기일이 오는 10월 14일로 다가왔다. 공시상 차입처 12곳이 모두 같은 날 만기일시상환하는 조건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제13차 건축위원회에서 이 사업의 건축계획안을 통과시켰으나, 곧이어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가 재심사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이 멈춰 섰다. 국토부는 서울 전역이 과밀억제권역인 만큼 인구 유발 시설 입지는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하이엔드 시설 중심의 계획은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시는 보완 방향을 재검토 중이며, 재심사 일정은 보완안 제출 시점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 4년간 매출 제로·가용 자금 12억뿐…이자 자본화 빼면 ‘완전자본잠식’
SP성수PFV는 ㈜삼표산업이 보통주 100%(우선주 포함 지분율 95%)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5%는 NH투자증권이 갖고 있다. 삼표그룹의 동일인(총수)은 정도원 회장으로, 시행사 모회사인 삼표산업 지분 30.33%를 쥔 최대주주이자 등기 사내이사이며 상장 계열사 삼표시멘트의 사내이사도 겸하고 있다. 다만 시행사 SP성수PFV에는 지분이나 직위를 갖고 있지 않다.
시행사의 차입금은 2022년 말 1천200억원에서 2023년 말 3천900억원, 2024년 말 4천600억원, 2025년 말 5천200억원으로 지속 증가했다. 2024년 말까지 비유동부채로 잡혀 있던 차입금은 2025년 결산에서 만기가 1년 이내로 다가옴에 따라 5천200억원 전액이 유동성장기차입금으로 분류됐다. 적용 금리는 연 6.15~6.50% 수준이다.
하지만 회사의 재무 상태는 극히 취약한 실정이다. 2025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283억원 중 271억원은 관리형토지신탁 계약에 따라 인출이 제한돼 있어 회사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12억원에 불과하다. 설립 이후 4년간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회사는 사업 부지와 사업권을 담보로 부동산담보신탁을 체결하고 대주단에 약정액의 130%에 해당하는 우선수익권을 넘겼다. 모회사 삼표산업 역시 보유 중인 SP성수PFV 보통주 1천519만9천800주 전량에 근질권을 설정해 사업이 무산될 경우 시행사 지분까지 넘어가는 구조다.
회계 처리 방식에 따른 실질 재무 위험도 지적된다. SP성수PFV의 2025년 말 건설중인자산 5천758억원 중 802억원은 차입원가(이자)를 자산 취득원가에 반영한 금융비용 자본화 금액이다. 연도별로는 2022년 19억원, 2023년 235억원, 2024년 274억원, 2025년 274억원이 이런 방식으로 장부에 쌓였다.
이를 당기 비용으로 처리했을 경우 건설중인자산은 4천956억원으로 줄고 자본총계는 기존 760억원에서 마이너스(-) 42억원으로 전환되어 자본금 800억원을 전액 침식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된다. 당기순손실 역시 4억원에서 279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감사보고서 주석에 회사가 직접 기재한 수치다. 장부상 39억원인 누적 결손금도 자본화분을 더하면 842억원 규모가 된다. 부채비율은 700.86%로, 자본잠식 상태인 2개사를 제외하면 삼표그룹 25개 계열사 중 가장 높다.
■ 차입금 69% 상호금융 쏠림…모회사 삼표산업도 이자부담 가중
대주단 구성을 보면 지역 농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 대출이 쏠려 있다. 부안농협 외 179개 지역농협(2천31억원), 농협중앙회(406억원), 농협은행 및 NH캐피탈(각 244억원) 등 농협 계열이 총 2천925억원을 대출했다. 여기에 새마을금고(244억원)와 금빛새마을금고 외 31개 단위 금고(406억원)의 650억원을 더하면 상호금융권 차입금은 총 3천575억원으로 전체의 68.75%에 달한다. 총 212개 지역 조합과 금고가 이 사업의 성패에 연계된 셈이다.
모회사인 삼표산업 역시 상환 지원 여력이 넉넉지 않다. 삼표산업의 2025년 별도 기준 매출은 6천46억원, 영업이익은 172억원이지만 이자비용으로 영업이익보다 많은 278억원이 지출됐다. 당기순이익은 24억원에 그쳤으며, 전체 부채 7천923억원 가운데 차입금이 6천231억원에 달해 부채비율은 143.48%를 기록했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12월 산업은행 등 10개 기관으로부터 1천800억원을 차입하며 보유 중인 코스닥 상장사 삼표시멘트 주식 5천900만8천784주 전량을 근질권으로 담보 제공했다. 계열사 에스피네이처 보유분(932만7천153주)을 합친 담보 주식은 6천833만5천937주(지분율 63.32%)이며, 담보설정금액은 2천160억원, 올해 4월 30일 기준 대출잔액은 1천686억원이다. 회사는 담보권이 전부 실행될 경우 삼표산업의 삼표시멘트 지분율이 0%가 된다고 공시했다.
삼표시멘트 또한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6천406억원(-13.9%), 영업이익 632억원(-33.7%), 순이익 362억원(-46.0%)으로 실적이 악화했으나 배당은 늘렸다. 지난 3월 3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주당 121원, 총 129억8천980만원의 현금배당이 확정됐다. 전년 주당 배당금은 110원이었다. 이 가운데 71억원이 삼표산업 몫이다. 정도원 회장은 삼표시멘트 사내이사로 지난해 보수 9억8천만원을 받았고, 보유 지분 3.44%에 대한 배당금 4억원을 별도로 챙겼다.
한편 SP성수PFV가 2025년 삼표산업으로부터 매입해 건설중인자산으로 반영한 금액은 107억원이며, 연말 기준 삼표산업에 지급해야 할 미지급금은 118억원으로 집계됐다. 유보화 성동구청장은 사업 장기화를 우려하며 국토부에 전향적인 보완 심의를, 서울시에 유연한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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