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의 브라질 현지 채권자 측이 한국 본사의 지휘 아래 ‘계획된 모의 파산’과 자산 은닉이 이뤄져 채권자와 노동자가 피해를 입었다며,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불이행을 주장하는 이의제기서를 지난 5일 브라질 정부에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제소인은 브라질 세아라주 포르탈레자의 법률사무소 캄펠루코스타로, 대표 변호사 프레데리쿠 카르발류 캄펠루 코스타는 국제포스코채권자협회(AIC-POSCO) 회장이다. 그는 이 사건의 최대 개인 채권자이기도 하다.
제소 측은 브라질 NCP가 사건을 수리하고 한국 NCP와 절차를 공동 진행해 포스코 측을 채권자 및 파산관재인과의 대화 자리에 불러내고, 거버넌스와 정보공개에 관한 개선을 권고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 NCP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대한상사중재원에 설치돼 있다.
피제소 대상은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POSCO Engineering & Construction), 그리고 파산한 브라질 법인 포스코엔제냐리아이콘스트루상두브라질(PEB) 등 3개 사다.
■ “모의 파산” vs “악의적 흠집내기”… 포스코 브라질 법인, OECD NCP 제소 공방

문서는 브라질 개발산업통상부 산하 국내연락사무소(PCN·NCP)에 ‘개별 사안(Instância Específica)’ 형식으로 제출됐다. 본지가 입수한 22쪽 분량의 원문에 제출일자와 서명이 기재돼 있다.
다만 브라질 PCN의 접수 확인은 10일 현재 공개되지 않았다. 제소인 측 대리인은 본지에 “제소는 브라질 NCP에 이메일로 직접 제출하는 절차이며, 현재 접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 웹페이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도 관련 기관으로부터 공식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소 근거는 OECD가 2023년 개정한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한국을 포함한 51개국 정부가 채택했고, 각국에 설치된 국내연락사무소가 비사법적 절차로 이의제기를 처리한다.
제소서가 적용을 주장한 조항은 총론, 일반정책, 정보공개, 인권, 고용·노사관계, 반부패, 조세 등 7개 장이다. 환경과 소비자, 경쟁 분야는 제외했다.
제소서는 심사받고자 하는 질문을 이렇게 정리했다. “다국적기업집단이 유치국에서 대형 프로젝트의 경제적 이익을 온전히 가져갈 목적만으로 사업구조를 설계한 뒤, 현지 법인을 고의로 공동화해 채권자와 노동자, 과세당국을 좌절시키고 모의 파산으로 자산을 은닉하는 것이, 외국 모회사의 문서화된 지휘 아래 이뤄졌을 때 OECD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가.”
제소서에 따르면 캄펠루 코스타 변호사가 2025년 6월 17일 중재판정으로 확정받은 채권은 원금 3억407만 헤알(약 749억원)이며, 이자와 물가연동을 반영한 현재 금액은 6억8428만 헤알(약 1686억원)이다. 2019년 확정된 별건 채권 약 1700만 헤알도 있다.
포스코 브라질 법인은 이 중재판정의 임의변제 기한이 만료된 2025년 9월 자진파산을 신청했다. 제소서는 이를 “계획된 모의 파산”이라고 주장하며, 한국 모회사가 2024년 7월 브라질 자회사의 파산 가능성에 관한 법률의견서를 미리 발주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제소서는 또 브라질 법인이 법원에 제출한 자산목록에서 CSP 제철소 공사와 연결된 5억 헤알 이상의 에스크로 계좌를 누락했고, 신고 세금채무 3000만 헤알에 대해 연방재무부 법률자문단(PGFN)이 실제 규모가 5억 헤알을 넘을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제소서는 지난 7월 브라질 포르탈레자 제3공증사무소가 작성한 공증조서를 근거로, 파산 절차의 증인이 한국 본사 측으로부터 150만 헤알을 제안받고 증언 포기를 요구받았다는 주장도 담았다. 브라질 법상 증인매수와 파산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제소인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이앤씨는 캄펠루 코스타 변호사 측 주장이 “개인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 적법한 경영 활동을 악의적으로 왜곡한 터무니없는 허위 사실”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브라질 법인의 파산 절차는 CSP 제철소 프로젝트 종료에 따라 현지 법률을 철저히 준수해 진행된 정상적인 수순이었으며, 제소인이 주장하는 ‘계획된 모의 파산’, ‘에스크로 계좌 누락’, ‘증인 매수’ 등의 의혹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명백한 허위”라고 말했다.
이번 OECD 제소에 대해서는 “당사는 현재까지 관련 기관으로부터 어떠한 공식 통지조차 받지 못한 상태”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국제 제소 제도와 언론을 악용하는 전형적인 흠집내기용 언론 플레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 인권·조세·노사 위반 논란… 포스코, 브라질서 ‘지배구조·투명성’ 제소 당해
그러나 제소서는 포스코 측의 행위가 OECD 가이드라인의 각 장에서 요구하는 책임과 투명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일반정책(제2장)에 대해서는 “그룹이 위험을 예방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위험을 만들고 관리했다”며 사전에 기획된 파산과 내부의 함구 지시를 근거로 들었다.
정보공개(제3장)에 대해서는 에스크로 계좌 누락과 축소 신고된 세금채무를 들어 “투명성이 아니라 은닉”이라고 주장했다. 최상위 지배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 뉴욕증권거래소 주식예탁증서(PKX) 상장에 따라 미국 자본시장 공시의무를 진다는 점도 적시했다.
인권과 고용·노사관계(제4·5장)에 대해서는 형사 확정된 임금·사회보장 사기와 위장업체를 통한 채용, 5억8500만 헤알 규모 노무채권을 남긴 계획적 폐업을 들었다. 조세(제11장)에 대해서는 사회보장 분담금 포탈과 모회사 지시에 따른 세무 방어 포기, 인센티브를 누린 뒤 세부담을 브라질 국고에 넘긴 점을 들었다.
반부패(제7장)에 대해서는 근로수첩 위조와 허위 급여 회계, 모의 대여, 미등록 송금, 자산 은닉, 증인 회유를 열거했다. 제소서는 포스코가 2012년 담합 제재, 2014년과 2016년 입찰 관련 벌금, 2015년 비자금 사건, 2020∼2022년 인도네시아 사업과 관련한 OECD 개별사안 등 전력이 있어 자회사 감독 의무가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제소서가 브라질 NCP에 요구한 사항은 모두 10가지다. 핵심은 NCP가 주선(good offices)을 제공해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이앤씨를 제소인 및 브라질 법인 파산관재인과의 구조화된 대화 자리에 불러내라는 것이다.
또 문서화된 지시의 의사결정 경로, 브라질 법인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행방, 에스크로 계좌와 법원 공탁금의 처리 경위, 형사 유죄 이후 도입한 청렴 정책, 증인 회유 시도에 대한 조치를 그룹이 밝히도록 요구하고, 절차 종료 뒤 거버넌스와 조세 협력, 재발 방지에 관한 권고를 담은 최종 성명을 공표해달라고 했다.
제소서는 요구 범위의 한계도 명시했다. “판결의 재검토를 구하지 않고, 파산 절차 진행에 개입하려 하지 않으며, 채권자 사이의 우선순위를 요구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NCP 절차는 재판이 아니다. 강제집행력이나 제재 권한이 없고 결과물은 권고와 최종 성명이다. 다만 최종 성명은 공개되며 기업이 대화에 응했는지 여부가 기록에 남는다. 제소서가 브라질 사법절차와 별도로 NCP를 택한 이유로 든 것도 이 지점이다.
■ 사업 철수 후 ‘자산 0원’ 방지… 브라질 하원, 해외 모회사 ‘초국적 재산책임’ 묻는다

이와 별개로 브라질 하원에서는 지난달 17일 보완법률안 215/2026호(PLP 215/2026)가 발의됐다. 세아라주를 지역구로 둔 모지스 호드리게스 의원(우니앙브라질)이 대표발의했다.
본지가 브라질 하원 공개데이터 시스템에서 확인한 결과 이 법안은 지난달 17일 오후 4시 56분 본회의 사무처에 접수됐으며, 10일 현재까지 소관 상임위원회 배정 등 후속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
법안은 연방정부의 공적 인센티브를 받는 사업에 ‘재산건전성 및 책임있는 사업종료 연방규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특수목적법인이나 100% 자회사 형태로 대형 사업을 수행한 뒤 채무를 남기고 철수하는 행위를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주요 내용은 사업종료 180일 전 사전통지 의무, 사업종료 이후 최소 5년간 유지되는 잔여보증(garantia de cauda), 해외 최종 지배회사의 보충책임 인수확약서 제출, 브라질 내 법정대리인 상시 유지, 인센티브 기업 재산건전성 국가등록부(CNIPEI) 신설 등이다.
법안은 브라질 파산법(2005년 법률 제11101호)에 ‘경제집단 구성원에 대한 초국적 재산책임 부수절차'(제167-Z조)를 신설하는 조항도 담았다. 파산 5년 이내에 배당·이자·로열티·그룹내 용역대금 형태의 해외송금이 있었을 경우 재산혼동과 법인격 남용을 추정하도록 했다.
법안 제안이유서는 포스코 사례를 명시적으로 거론했다. 제안이유서는 “포스코엔제냐리아이콘스트루상두브라질은 세아라주 페셍 제철소 EPC 계약 수행만을 위해 설립된 한국 그룹 자회사로, 모회사의 절대적 통제 아래 운영되며 수십억 규모의 자금을 움직였고 사업 종료 후 자산이 0에 가까운 상태에서 자진파산에 이르렀다”고 적시했다.
제안이유서는 이어 “포스코 사례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라며 호주 회사법 588V조, 영국 대법원의 베단타·오크파비 판결, 유럽연합 모자회사지침 개정, 중국 외국인투자법, 미국 파산법 15장을 입법 참고사례로 들었다.
■ “한·브라질 정상회담” 그늘 속 포스코… 파산·적자·임원 인터폴 수배 겹악재
이번 제소와 법안 발의는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방문 전후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아우보라다궁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법안 발의는 정상회담 열흘 전, OECD 제소는 아흐레 뒤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호주 메테오릭리소시스와 희토류 원료 조달 및 공급망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미나스제라이스주 칼데이라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희토류 중간재를 공급받고, 장기구매계약과 연계한 지분투자도 협의한다는 내용이다.
브라질 법인의 파산은 국내 공시에도 기록돼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6월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낸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를 보면, 계열제외 항목에 ‘POSCO ENGINEERING & CONSTRUCTION DO BRAZIL LTDA.’가 사유 ‘파산’, 변동일자 2025년 10월 1일로 기재돼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같은 날 별도로 제출한 개별회사용 공시에도 동일 내용이 담겼다. 다만 본지가 포스코이앤씨의 2026년 1분기보고서 우발부채·소송·제재 항목을 확인한 범위에서는 브라질 법인 파산이나 관련 소송에 관한 기재를 찾지 못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재무 여력은 축소된 상태다. DART 공시를 보면 2025년 개별기준 매출액은 6조6995억원, 영업손실 4902억원, 당기순손실 4959억원이며 부채비율은 175.54%다. 지난달 14일에는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고, 조달 자금은 전액 채무상환에 쓰인다고 공시했다.
제소서에 담긴 내용 가운데 브라질 사법부가 이미 확정한 부분도 있다. 브라질 제5연방지역법원은 2020년 8월 6일 브라질 법인 임직원 등 8명에 대해 공문서 위조와 법정 노동권 침해, 범죄단체조직 혐의 유죄를 확정했다. 한국인 노동자를 브라질 중간업체를 통해 채용하면서 근로수첩에 실제보다 낮은 임금을 기재하고 차액 약 1300만 헤알을 사회보장 분담금 없이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 피고인 가운데 한국인 임원 4명은 브라질을 떠났고, 지난 1월부터 인터폴을 통한 국제사법공조로 소재가 추적되고 있다.
반면 법인격 부인과 관련한 브라질 법원의 2025년 10월 29일과 2026년 5월 11일 결정은 모두 가처분 성격의 임시 결정으로, 포스코 측의 최종적인 법적 책임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제소서 역시 해당 결정에 대해 “잠정적 성격이며 확정 책임을 선언한 것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이번 이의제기서는 국제포스코채권자협회 측을 통해 본지에 제공됐다. 제소인 측은 관련 당사자들과의 추가 인터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브라질 현지 법인의 파산 과정에서 한국 모회사의 지시와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OECD 이의제기 절차와 브라질 법원의 관련 판단이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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