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처법 ‘실질적 지배’ 해석 논란
대표 입건 당일도, 보도 제목 ‘김동관 이름 삭제’ 이어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참사로 노동자 5명이 숨진 가운데, 수사당국이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이사(한화그룹 부회장)는 제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실질적 지배’ 요건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대표이사 입건이 이뤄진 8일에도 관련 보도에서는 기사 제목에서 김 부회장의 이름이 삭제되는 현상이 계속됐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이날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문 대표이사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는 지난 1일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노동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데 따른 첫 사법 조치다.

대전경찰청 수사전담팀도 가재웅 대전사업장장을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손 대표와 가재웅 사업장장 등 관계자 3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또 다른 각자대표이사인 김동관 부회장은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국은 김 부회장이 ‘전략부문’ 담당이라는 점을 근거로 사고가 난 대전사업장의 안전관리 관할이 손 대표에게 있다고 사실상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
■ 중처법 4조 ‘실질적 지배’ 요건 해당 근거 있는데도… 입건서 제외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요건이다. 법 제4조 제1항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전략부문 대표’라는 직함이 아닌 실질적 지배권 행사 여부가 기준이다.

공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대주주는 ㈜한화(지분율 33.95%)이며, 김 부회장은 그 ㈜한화의 지배주주인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단독 보유하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는 최대주주 ㈜한화(지분율 32.18%)를 포함한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로 2022년 10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처음 선임된 후, 2024년 3월과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속 재선임됐다.

여기에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2022년부터 올해 2월까지 5년 연속으로 이사회에서 ‘안전보건 및 환경에 관한 계획의 건’을 심의하고 직접 찬성표를 행사했다. 이 안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가 경영책임자 의무로 명시한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 설정’,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이행을 위한 예산 편성·집행’을 포함한다.
안전 전담 조직인 ESH실은 대표이사 직속이지만, 2024년 말 상무급 실장 퇴임 이후 후임 임원이 임명되지 않아 현재는 부장급 직원이 실장 역할을 맡고 있다. 이로 인해 안전보건 의사결정의 최종 책임은 각자대표 체제의 두 대표이사에게 귀속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 주체는 원칙적으로 대표이사라며, 안전 책임 임원이 전권을 행사한 경우에만 예외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임원급 CSO가 부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이 예외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내부 판단에 따른 인사였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구조에도 불구하고 수사당국은 현 단계에서 각자대표 가운데 손 대표만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김 부회장은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러한 수사 판단을 두고 법 적용 범위와 책임 주체를 둘러싼 논의는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는 사실 자체가 수사당국이 이번 사고를 중대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향후 예견 가능성, 인과관계, 경영책임자의 관여 범위 등을 둘러싼 법리 검토가 불가피한 만큼 노동당국의 보다 정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표 입건은 정식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정도로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는 의미라며, 경영 활동 전반에서 일정한 제약과 불확실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역시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사건인 만큼 경영책임자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다며, 입건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과 관련한 정황을 당국이 일정 부분 확보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향후 재판 과정에서 예견 가능성이나 인과관계 등을 둘러싼 법리 다툼이 예상되는 만큼, 노동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성과엔 전면, 참사엔 침묵… ‘각자대표’ 뒤의 그늘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방산 수출 확대와 우주·해양 사업 확장을 주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 인물이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5% 증가하고 매출이 137% 급증한 실적 홍보 현장마다 그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와중에도 해외 방산 수주를 둘러싼 김 부회장의 경영 행보만 대외적으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이후 김 부회장은 각자대표이사로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전사업장은 이번 참사 이전에도 2017년, 2019년 폭발 사고가 발생해 8년간 세 차례 폭발로 총 13명이 목숨을 잃은 곳이다. 회사는 2019년 사고 이후 ‘안전 및 품질사고 제로화’를 목적으로 8천538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 투자를 공시했으나, 2024년 말 기준 집행률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대비 안전보건 투자 비율도 2023년 1.2%에서 지난해 0.2% 수준으로 급감했다. 안전 전담 임원 자리는 2024년 말 상무급에서 부장급으로 오히려 격하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한화그룹 전체의 안전보건체계가 총체적으로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오너 일가를 포함한 경영책임자의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수사당국은 현재까지 관계자 7명과 유족 5명을 조사했으며, “혐의가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선 누구든 추가로 입건해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송치 이후 기소 여부 판단과 재판 절차를 거쳐야 최종 처벌 여부가 결정되며, 유죄 확정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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