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국제공항 참사 발생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은 가운데, 형사 고소된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재선임에 성공한 데 이어 참사 1년 4개월 만에 신설된 이사회 ‘안전위원회’의 위원장까지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제주항공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보면 김 대표의 직책은 ‘이사회 의장’과 ‘안전위원회 위원장’으로 나란히 적혀 있다. 임기 만료 예정일은 2029년 3월 22일이다. 그는 지난 3월 26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다시 선임됐다.

■ 안전위원회는 참사 1년4개월 만에…위원장은 대표이사
제주항공 이사회가 안전을 전담하는 위원회를 만든 것은 2026년 4월 22일이다. 이날 이사회는 안전위원회 설치·운영규정 제정과 위원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그전까지 이사회 산하 위원회는 감사·경영·내부거래·사외이사후보추천 4개뿐으로, 안전을 전담하는 기구는 참사 전은 물론 참사 뒤로도 1년 4개월간 없었다. 이사회는 같은 날 기존 내부거래위원회를 ESG위원회로 개편하는 안건도 함께 처리했다.
첫 회의는 5월 8일 열렸다. 안건은 ’26년 안전 정책 및 목표’ 보고와 ’26년 안전 계획’ 보고, 위원장 선출 세 건이었다. 위원은 김 대표와 이정석 사내이사, 조남관·민흥식·연태준·김동화 사외이사 등 6인이다.
그전까지 이사회에서 참사가 정식 안건으로 다뤄진 흔적은 많지 않다. 2025년 2월 이사회에 ‘7C2216편 사고’가 보고 안건으로 한 차례 올랐고, 사내이사 2인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가 2025년 12월 17일 ‘7C2216 사고 관련 엔진 보상(안)’을 의결한 것이 사업보고서에 남은 관련 안건이다.
그사이 정비 관련 제재는 이어졌다. 사업보고서 제재 현황을 보면 국토교통부는 2025년 4월 16일자로 비행 전후 점검(RP/RO) 주기 미준수에 과징금 4억원, 엔진 결함 관련 고장탐구매뉴얼 미준수에 과징금 4억원 등 두 건 8억원을 부과했다. 근거 법령은 각각 항공안전법 제93조 7항 후단과 제77조 2항이다. 회사는 제재일자가 행정처분 사전통지일 기준이라고 밝혔다. 참사 넉 달 뒤 통지된 두 건 모두 정비 절차 위반이다.
뒤늦게 생긴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김 대표다. 그가 위원장을 맡은 위원회는 안전위원회만이 아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이사회내 위원회 구성’ 표를 보면 그는 사내이사 2인으로 꾸려진 경영위원회의 위원장도 겸한다. 5개 위원회 가운데 2개의 위원장이자 이사회 의장이다. 회사는 보고서에서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을 위하여 현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안전위원장 겸직 사유는 따로 적지 않았다. 경영 집행의 정점이 이사회 감독과 안전 심의의 정점을 함께 쥔 구조다.
김 대표가 이 자리에 앉기까지의 형사 절차는 이렇다. 유족들은 지난해 6월 김 대표와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15명을 중대재해처벌법·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이후 44명을 입건해 수사했고, 올해 4월 29일 3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대표가 재선임된 3월 26일 주주총회와 안전위원회가 신설된 4월 22일 이사회는 모두 이 송치 이전이다. 검찰은 21일 현재까지 34명 가운데 누구도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 검찰은 석 달째 처분 없이…사조위원장은 넉 달 공석이었다
경찰은 34명을 넘기면서 이 가운데 5명에 대해서는 구속 여부 등 신병 처리 의견도 함께 냈다. 고소 10개월여 만의 송치였다. 다만 특수단은 누가 어떤 혐의로 송치됐는지를 유족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김 대표의 포함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송치 이후 석 달 가까이 검찰은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기체 결함과 조종사 과실 등 사고 원인 전반이 정리돼야 하고, 향후 공소 유지를 위해서도 원인 규명이 더 촘촘해야 한다는 이유다. 그사이 특수단은 지난달 1일부터 수사 인원을 48명에서 20명 안팎으로 줄여 운영하고 있다. 유족들은 6월 3일 기자회견에서 “179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단 한 명도 구속·기소되지 않았다”며 신속한 처분을 촉구했다.
검찰이 기다린다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도 사실상 멈춰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사조위는 넉 달 가까이 위원장 공석 상태로 정상 가동되지 못했고, 정부는 지난 17일에야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방산전문대학원장을 신임 위원장에 임명했다. 임기는 2029년 7월 16일까지다. 최 위원장은 “12·29 여객기 참사 사고조사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독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사고 발생 1년 이내 최종보고서 공표를 권고한다. 형사 절차는 사조위를, 사조위는 위원장을 기다린 셈이다.
■ 배상충당금 990억 중 나간 돈은 ‘기체 보상’ 463억…남은 527억, 올 1분기 집행 0원
책임 규명이 멈춘 자리에서 돈의 흐름은 공시에 남았다. 제주항공은 참사 직후인 2024년 결산에서 사고 관련 손해배상충당부채 990억2244만원을 인식하면서 전액을 ‘유동’으로 분류했다. 1년 안에 나갈 돈이라는 뜻이다.
1년 뒤 설명은 달라졌다. 회사는 2025년 사업보고서 연결·별도 재무제표 주석에 “항공기 사고로 인한 충당부채 990억2244만원 중 기체에 대한 보상금 463억2165만원이 지급되어 감소하였고, 잔여 충당부채 527억79만원을 비유동으로 재분류하였다”고 적었다. 회계기준상 비유동부채는 1년 안에 결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부채다. 참사 첫해 실제 집행된 절반가량은 기체에 대한 보상금이었고, 남은 절반은 회사 스스로 기한을 1년 밖으로 미뤄 잡은 것이다.
재분류 이후 이 계정은 움직이지 않았다. 2026년 1분기 보고서상 손해배상충당부채는 기초 527억79만원, 증감 0원, 기말 527억79만원이다. 1~3월 석 달간 집행액도 없었다.
반면 실적은 회복됐다. 별도 기준 2025년 영업손실 1260억원, 당기순손실 1163억원을 냈던 제주항공은 2026년 1분기 매출 498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5% 증가했고, 영업이익 64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같은 사업보고서에는 무안국제공항 참사가 ‘중대재해 발생 사실’ 항목에 사망 4명·부상 2명으로 기재됐다. 해당 항목이 종사자 재해만을 대상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승객 179명의 희생은 반영되지 않는다. 참사 발생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형사 책임은 누구에게도 확정되지 않았고, 유족들이 고소한 대표이사는 이사회 안전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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