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8년 세 번의 폭발, 재발 방지 약속은 어디 갔나
6월 1일 오전 10시 59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또다시 굉음이 울렸다. 로켓 추진체 폭발로 추정되는 이번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특히 전신 화상을 입은 중상자 1명은 현재 위독한 상태로 전해졌다. 반복되는 인명 피해는 단순한 산업재해를 넘어, 기업의 안전 관리 체계 전반을 다시 묻게 한다.
이 같은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동관 부회장(전략부문 대표이사·사내이사·상근)과 손재일 대표이사(사업부문)가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대전사업장은 항공·방산 부문을 총괄하는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의 직접 관할 영역으로, 법조계에서는 손 대표가 1차적인 경영책임자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김동관 부회장이 전략부문 대표이사로서 그룹 전반의 리스크 관리 규정을 심의하고 ESG 경영 실적을 보고받는 등 안전 경영에 관여해 왔다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의무 위반이 인정될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에 처해질 수 있다.
■ ‘안전 사고 Zero화’ 외치며 8,538억 투자…공정률 3%에 또 사고
결정적 단서는 공시에 이미 적혀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9년 사고 이후 ‘안전 및 품질사고 Zero화 실현’을 목적으로 추진장약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8,538억 원 규모의 신규 시설 투자를 공시했다. 투자 기간은 2024년 9월부터 2028년 1월까지다. ‘안전 사고 제로화’를 내건 8,538억원 투자의 기집행액(2024년 말 기준)은 257억 6,000만원, 전체의 약 3%에 불과하다. 투자가 이제 막 시작된 시점에, 바로 그 추진체 생산 현장에서 또다시 사람이 죽었다.
더 주목할 만한 대목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대전 유성소방서는 이 사업장에 ‘위험물예방규정(재해예방교육) 미이행’을 이유로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했다.
수조 원 수주를 올리는 방산 대기업이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기초 안전교육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이다. 8,538억짜리 투자 계획서와 200만원짜리 과태료 고지서가 공존하는 경영 시스템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재판에서 이 과태료 이력은 ‘경영책임자가 안전 확보 의무를 고의로 방치했다’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
올해 1월 대전소방본부는 이 사업장의 소방·방화·피난 시설과 비상대응 체계를 직접 점검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고가 터졌다.
대전사업장은 2018년 5월(5명 사망·4명 부상)과 2019년 2월(3명 사망)에도 같은 방식의 폭발 사고가 있었던 곳이다. 8년 사이 동일한 사업장에서만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과거 두 차례 사고에서 경영진이 형사처벌을 받은 기록은 사업보고서 어디에도 없다. 책임을 지지 않았으니 달라질 이유도 없었다.
■ RSU 약 198억원, 그 사이 현장은 뒷전

김동관 부회장은 현재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한화임팩트의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한화오션의 기타비상무이사까지 맡고 있다.
2025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그에게 부여한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는 총 21,016주로, 2025년 12월 말 종가(941,000원) 기준 약 197억 8,000만 원에 달한다. 다른 계열사 보수까지 합산하면 연간 수령액은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기이사 3명의 보수 총액은 348억 1,000만원이었다.
그 거액의 보상이 쌓이는 동안, 폭발 위험이 도사리는 제조 현장의 안전은 누구의 우선순위에 있었나. 방산 전문가인 손재일 대표가 대전사업장을 직접 관할한다 해도, 4개 계열사 전략을 동시에 챙기는 김동관 부회장 체제에서 현장 안전이 구조적으로 후순위로 밀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ESG위원회 설치와 ISO 14001·ISO 50001 인증을 내세우며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같은 사업장에서 인명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위험 공정의 안전이 실제 경영 판단에서 최우선 순위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나 현장 과실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보다 성과와 일정이 앞선 경영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자의 생명이 담보되지 않는 방산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이나 미래 전략을 논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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