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를 단 하루 앞두고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GS건설 이사회 의장)이 서울 성북동 단독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33년을 보유한 집으로, 매각 대금은 45억 원으로 전해졌다. 유예 시한 안에 계약서를 쓰면서 최고 82.5%의 중과세율과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를 비껴간 것으로 보인다. 합법적인 절세다.
공교롭게도 허 명예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GS건설의 사업보고서는, 정작 이 세금을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해 왔다.
■ 유예 종료 ‘하루 전’ 계약… 33년 보유 주택 45억에 처분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허창수 명예회장은 지난 5월 8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소재 단독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대금은 45억 원, 매수자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부동산관리업체로 알려졌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지난 7월 10일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시점은 절묘했다. 정부가 2022년 5월 10일부터 시행해 온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올해 5월 9일부로 종료됐다. 혜택 대상은 종료일인 5월 9일까지 체결된 매매계약분에 한한다. 허 명예회장은 문이 닫히기 하루 전인 5월 8일 계약을 맺은 셈이다.
해당 주택은 허 명예회장이 33년간 보유해 온 자산으로 알려졌다. 1980년 10월 성북동 일대 723㎡ 부지를 매입한 뒤 1993년 10월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 단독주택을 신축했고, 2009년 10월 한 차례 증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매계약 당시 허 명예회장은 이 주택 외에 서울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 등을 보유한 다주택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유권 이전 직전인 7월 6일에는 주택 용도를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다만 매도자의 주택 수 판정 기준일은 매매계약일이어서, 5월 8일 시점의 신분이 기준이 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세율은 최고 82.5%에 달한다. 기본세율 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가 가산되고 지방소득세까지 붙기 때문이다. 특히 중과가 적용되면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을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완전히 배제된다. 33년 치 공제를 앞두고 있던 허 명예회장으로서는 유예 시한 안에 계약을 맺는 것과 하루 늦추는 것의 차이가 컸을 것으로 보인다.
허 명예회장의 주소는 지난달 4일과 25일, 이달 9일 제출된 GS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모두 ‘서울 용산구 이촌로’로 기재돼 있다.
■ 매출 62% ‘자이’의 수장… GS건설 보고서엔 “세금 강화로 연착륙 미지수”
성북동 주택을 정리한 허 명예회장의 본업 역시 주택이다. 그는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이끄는 GS건설의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 이사회 의장이다. 2002년 3월 취임한 뒤 연임을 거듭했고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돼 임기는 2029년 3월까지 늘어났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지에스’의 동일인(총수)이기도 하다.
GS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2조4503억 원을 올렸다. 이 중 자이 브랜드가 속한 건축·주택사업본부 매출이 7조7869억 원으로 전체의 62.55%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3.1% 늘어난 4378억 원이다. 최근에도 안산 성포지구 주상복합(6415억 원), 서울 용산구 문배업무지구 복합시설(5716억 원) 등 굵직한 주택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세제와 규제 동향이 회사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다.
허 명예회장은 지난해 GS건설에서 급여 25억7700만 원, 상여 15억3000만 원 등 총 41억7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회사 내 최고 액수로, 장남인 허윤홍 사장(17억4600만 원)의 2.4배다. 여기에 GS건설 주식 508만9463주(5.95%)에 대한 배당금 25억4473만 원을 더하면 지난해 보수와 배당만 66억5000만 원에 이른다. 성북동 주택 매각 대금을 웃도는 규모다.

허 명예회장이 비껴간 다주택 양도세 중과는, 정작 GS건설이 사업보고서에 위험 요인으로 적어둔 사안이다. GS건설이 지난 3월 16일 제출한 2025년 사업보고서 중 종속회사 자이에스앤디 주택사업부문 항목을 보면 “정부는 26년 주택 보유세 현실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증과(원문 그대로) 등 세금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현재 정부는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을 펴고 있으나, 이와는 반대로 세금 정책 강화, 금융 규제 강화, 고금리 상태 지속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이름까지 짚어 시장의 불안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은 것이다.
GS건설 본체의 사업보고서도 규제 동향을 예의주시해 왔다. 회사는 이사의 경영진단 및 분석의견에서 “최근 정부는 주택시장의 안정화 도모를 위하여 ’25년 6·27대책 및 10·15대책을 통해 과열된 수요를 관리하였고, 9·7 주택공급 확대방안과 이에 대한 구체화 후속조치(’26년 1·29대책)를 통해 중장기 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고 정리한 뒤, “향후 주택시장은 정부의 규제 및 공급 확대 정책과 함께 금융·거시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책 변화와 시장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보고서는 2025년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지난 3월 16일 제출돼, 5월 9일 유예 종료 자체는 담기지 않았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거래를 서두른 사례는 시장에서 적지 않았다”며 “제도상 허용된 절세인 만큼 위법성은 없지만, 대형 건설사 총수가 회사가 리스크로 분석한 정책 변화 직전에 자산을 처분했다는 점은 시장에서도 관심 있게 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