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야놀자, 여기어때 등 국내외 주요 숙박 플랫폼 5개사가 ‘오버부킹(중복 예약)’으로 인한 예약 취소 시 소비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 기준을 약관에서 의도적으로 누락하거나 숨겨온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됐다.
이들은 플랫폼 중개를 통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올리면서도, 귀책사유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배상 책임은 철저히 회피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녹색소비자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온라인 플랫폼 불만 신고센터(이하 온플신고센터)’는 15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놀자, 여기어때, 아고다, 트립닷컴, 에어비앤비 등 5개 숙박앱의 불공정약관에 대해 공정위에 심사청구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현행 공정위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성수기나 비수기에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될 경우, 취소 시점에 따라 결제금액 환급은 물론 총요금의 최소 10%에서 최대 60%까지 추가로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수기 주말 사용예정일 3일 전에 예약이 취소되면 결제금액 환급과 함께 총요금의 60%를 추가 배상해야 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들 5대 숙박앱은 자체 약관에 이 같은 배상 기준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거나 아예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오버부킹 등 플랫폼이나 숙박업소 측의 잘못으로 일방적인 당일 취소를 당하고도 아무런 배상 안내를 받지 못한 채 단순 결제금액만 환불받는 피해를 입어왔다.
실제 피해 사례도 공개됐다. 이용자 A씨는 지난해 ‘여기어때’를 통해 서울 광화문 인근 호텔을 예약했으나, 1월과 4월 두 차례나 당일 객실 마감(오버부킹)을 이유로 일방적인 예약 취소를 당했다. A씨는 “당일 취소로 인해 훨씬 멀리 떨어진 숙소를 구하거나 불필요하게 더 비싼 방을 예약해야 했지만, 앱 측으로부터 계약금 환불 외에 어떠한 배상 안내도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온플신고센터의 박현용 변호사는 “오버부킹은 철저히 숙박앱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자의 명백한 귀책사유”라며 “그럼에도 대형 플랫폼들은 ‘단순 중개자’라는 핑계를 대며 구체적인 배상 기준을 약관에 규정하지 않고 책임을 숙박업체나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이들 앱의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약관법 제6조) 위반은 물론, 고의·중과실 면책 금지(제7조), 사업자 배상의무 경감(제9조) 등 약관법의 여러 독소조항을 위반하고 있다. 일례로 트립닷컴의 경우 시스템 불안정이나 해커 공격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플랫폼이 일절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까지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민정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이 지연되는 공백을 틈타 플랫폼들이 이익만 챙기고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태가 극에 달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심사청구를 시작으로 여름 휴가철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약관 시정과 제도 개선 운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