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오션 ‘출근길 줄 세우기’…안전관리 실패를 노동자 ‘체벌’로 덮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로 노동자 5명이 사망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최대주주 계열사인 한화오션에서 하청 노동자들을 출근길에 공개적으로 줄 세워 ‘체벌성 안전조치’를 시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안전 참사 이후 대책은 설비 개선이 아니라 노동자를 공개적으로 통제·처벌하는 방식으로 흐르며, 사전 매뉴얼조차 없는 ‘마구잡이식 안전 관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오너 지배 구조 속에서 사고 책임이 전문경영인에게 전가되는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는 12일 성명에서 한화오션의 행위를 강력 규탄했다.
지난 11~12일 오전 7시경 한화오션 서문식당 옆 인도에서 사내 협력업체 물량팀 노동자 10여 명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노조 조사 결과, 일부 노동자의 ‘안전고리 미체결’ 적발을 이유로 팀 전체에 페널티를 적용해 출근 시간대 공개 장소에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이번 조치를 두고 “과거 학교 복도 벌 세우기와 다름없다”며 “공개적인 수치심과 모멸감을 유발해 정신적 학대와 인격권 침해를 가한 명백한 사적 체벌”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개별 위반자뿐 아니라 팀 전체에 연대책임을 묻는 방식을 ‘인권유린’으로 규정하며, ▲체벌 즉시 중단 ▲페널티 중심의 보여주기식 대책 폐기 ▲경영진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한화오션 현장에서 이전부터 크레인 사고와 일산화탄소 중독 등 각종 재해가 반복돼 왔다는 점과 맞물리며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노조는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경영진은 안전시스템을 개선하기보다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징계와 통제를 강화해 왔다”며 이를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이번 ‘줄 세우기’ 조치 역시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형 참사로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논란이 커지자, 근본 대책 없이 서둘러 시행된 ‘보여주기식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의 배경에는 그룹의 지배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화오션의 대표이사는 김희철 사장이지만,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공시상 담당 업무는 ‘경영 전반에 관한 업무’로 명시돼 있다. 여기에 한화오션의 최대주주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라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책임 구조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는 지난 6월 1일 폭발 사고로 노동자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같은 달 8일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으며, 해당 사업장은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5명, 3명이 숨지는 유사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손 대표는 사고 직후 현장을 찾아 사과했지만, 한화그룹 부회장이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인 김동관 부회장은 별도의 공개 사과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중장기 전략 수립을 전담한다는 이유로 이번 수사에서도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2026년 대기업에서 성인을 대낮 길거리에 벌 세우듯 하는 방식이 과연 근본 해결책이냐”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온다. 그룹 차원의 실질적인 안전문화 개선과 함께, 누가 안전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경영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