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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 (사진 = 메리츠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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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 버티던 메리츠금융그룹 왜 손을 들었나…조정호 회장 청문회 압박·국세청 세무조사?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 (사진 =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 (사진 = 메리츠금융지주)

국회가 ‘홈플러스 청문회’ 추진을 공식화하고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을 증언대에 세우겠다고 예고한 지 일주일 만에, 완강했던 메리츠의 태도가 바뀌었다.

청산만으로도 원금과 법정이자 회수가 가능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았던 메리츠가 법원이 제시한 시한을 하루 앞두고 2,000억원 집행을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뉴스필드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상인 총궐기대회’에서 “내일(16일) 중으로 2,000억원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메리츠가 이사회를 열어 홈플러스에 2,000억원을 대출하고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연대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민 의원의 발언대로 메리츠금융 3사(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메리츠캐피탈)는 다음 날인 16일 이사회를 열어 홈플러스에 대한 긴급 운영자금 2,000억원 지원을 최종 의결했다. 지원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전액 연대보증을 전제조건으로 했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도, 홈플러스가 운영자금을 조달해 14일 이내 즉시항고할 경우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새 회생계획안 논의를 위한 관계인집회 기일을 다시 지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홈플러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은 추가 자금 지원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앞서 1,00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은 결정했지만, MBK파트너스 측과 연대보증 범위와 추가 자금 지원 규모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 5월부터 두 달 가까이 대치했고, 그 사이 홈플러스의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메리츠가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담보 구조가 있었다. 메리츠는 2024년 5월 리파이낸싱을 통해 홈플러스 부동산과 유형자산을 담보로 선순위 대출 1조3,000억원을 실행했다. 삼일회계법인이 법원에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3조7,000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2조5,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가량 높았다. 홈플러스가 청산되더라도 메리츠는 선순위 담보권을 바탕으로 원금 회수에 문제가 없는 구조였고, 지난해 10월 회생채권 신고 때는 원금은 물론 법정 최고 수준의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메리츠는 법원이 제시한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추가 2,000억원 지원을 최종 의결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20일 메리츠의 지원 확약서를 첨부해 즉시항고장을 제출했고, 법원은 21일 이를 받아들여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청산만으로도 채권 회수가 가능했던 메리츠가 막판에 추가 자금 지원으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은 당시 정치권의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홈플러스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MBK파트너스·메리츠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회동을 진행했으나, 핵심 쟁점인 긴급 운영자금 조달 방안을 놓고 입장차만 확인한 채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민병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를 향해 “홈플러스 사태 이후 홈플러스를 위해 실제 집행한 돈은 아직까지 단 1원도 없다”고 비판하며, “국회 차원의 홈플러스 청문회를 추진해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과 메리츠금융그룹 조정호 회장 등 관련 책임자들이 국회 증언대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5개월 가까이 보증 범위를 놓고 대치하던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가 전액 연대보증에 합의한 배경에는 국회의 청문회 추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국회가 지난 14일 청문회 개최 방침을 시사한 이후였으며, 정치권의 압박과 정부의 중재가 맞물리면서 양측 모두 여론 부담을 의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조정호 회장을 둘러싼 세무 이슈도 다시 거론됐다. 지난 5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메리츠증권 본사에 조사관을 투입한 이후, 이번 조사가 조 회장의 절세 논란과 관련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국세청은 개별 납세자에 대한 조사 여부와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메리츠 측은 이번 세무조사는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조정호 회장과는 무관한 사안이라며, 조 회장 개인과 관련된 조사였다면 메리츠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이뤄졌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감액배당 건 역시 이미 수년 전 조사가 끝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감액배당 규모 자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으로도 확인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2년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 과정에서 발행가와 액면가 차이로 발생한 자본준비금 2조7,500억원을 적립했고, 이 가운데 일부를 2022~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총 6,890억원 규모로 감액배당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지분율 58.78%·특별관계자 포함, 6월12일 기준)은 3,626억원을 수령했다. 감액배당은 세법상 이익배당이 아닌 자본 환급으로 분류돼 배당소득세(최고세율 49.5%)가 부과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일반 배당이었다면 약 1,800억원의 세금을 부담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메리츠 측은 감액배당 자체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며, 국회에서는 최근 이 같은 비과세 관행에 과세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조 회장은 과거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문제로도 법정에 선 바 있다. 조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형제는 부친인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로부터 상속받은 450억원대 스위스 예금채권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각각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 메리츠 측은 이 사건이 항소심에서 무죄 취지 판단을 받아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치권의 청문회 추진과 세무 이슈가 잇따르던 시기에 메리츠가 그동안 고수해온 입장을 바꿔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청산만으로도 채권 회수가 가능했던 최대 채권자가 막판에 입장을 선회한 배경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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