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노동·인권 전문지

2025년 12월 19일 경기도 성남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HD현대 Safety Forum’에서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새로운 안전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출처=HD현대중공업 공식 인스타그램)
주요 기사

“중대재해 제로” 외친 정기선…HD현대중공업, 올해만 두 번 ’17조 공장’ 멈췄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8도크 3481호선 사고 현장 부근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노동자들이 안전모에 근조 리본을 달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고인은 지난 18일 이 도크에서 곤돌라와 족장 사이에 끼여 숨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8도크 3481호선 사고 현장 부근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노동자들이 안전모에 근조 리본을 달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고인은 지난 18일 이 도크에서 곤돌라와 족장 사이에 끼여 숨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중대재해 제로’를 선언한 지 7개월 만에 HD현대중공업이 올해 두 번째로 전 공장 가동을 멈췄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일 ‘생산중단’을 공시하면서 중단 대상을 ‘HD현대중공업 전 공장’, 해당 분야 매출액을 17조5806억원으로 적었다. 회사 전체 매출의 100.00%다. 사유는 ‘중대(성)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안전교육 실시’였다.

멈춘 배경에는 사흘 전 발생한 사망사고가 있었다. 회사는 같은 날 중대재해 발생 공시를 내고 “조선사업부 외업 도크에서 곤돌라와 상부 발판 사이에 끼여 사망한 사고”로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일은 18일, 고용노동부 보고일도 같은 날이다. 공시에는 사망자 수만 적혔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노동자는 협력업체 소속 20대 우즈베키스탄 국적자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에서 사상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 사흘 만에 ‘매출 100%’ 정지…석 달 새 계열 3곳이 멈춰 섰다

생산은 21일 멈췄다가 22일 재개됐다. 다만 회사는 공시에서 “생산재개예정일자는 7월 19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동부지청의 곤돌라 관련 부분작업 중지명령을 제외한 나머지 작업의 생산재개예정일자”라고 단서를 달았다. 사고가 난 도크의 일부 호선 곤돌라 작업은 재개 대상에서 빠졌다는 뜻이다. 중지명령 해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 공장을 세운 것은 올해 두 번째다. 회사는 지난 4월 9일 울산조선소 특수선 부문에서 창정비 중이던 해군 잠수함 화재로 협력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숨지자 4월 15일 같은 공시를 냈다. 당시에도 생산중단 분야는 ‘HD현대중공업 전 공장’, 매출액 17조5806억원, 매출액 대비 100.00%였다. 사유도 ‘중대(성)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안전교육 실시’로 토씨까지 같았다. 다만 재개예정일 16일에서 4월 10일 울산지청이 내린 잠수함 관련 부분작업 중지명령 대상은 빠졌다. 석 달 사이 회사가 생산의 100%를 멈추는 결정을 두 번 반복한 것이다.

멈춘 곳은 울산만이 아니다. 지주사 HD현대는 지난달 26일 자회사 HD현대삼호의 생산중단을 공시했다. 중단 대상은 ‘HD현대삼호 사업장’, 매출액 8조714억원으로 역시 100.00%다. 나흘 전인 22일 1돌핀안벽 B선석에서 “호선 안벽 접안 작업 중 계류 로프에 맞아” 1명이 숨진 데 따른 조치였다. 이달 9일에는 HD현대엠엔에스에서 천장크레인 정비 작업 중 1명이 추락해 숨졌고,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사업장 내 전체 크레인의 수리·점검 작업 일체에 부분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석 달 새 계열사 세 곳의 생산이 사고로 멈춘 것이다. 공시에 적힌 부분 작업중지명령만 잠수함(4월 10일)·크레인(7월 9일)·곤돌라(7월 19일) 세 건이다.

■ 선언 한 달 전 대표는 유죄 확정…주총은 그를 다시 앉혔다

2025년 12월 19일 경기도 성남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HD현대 Safety Forum’에서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새로운 안전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출처=HD현대중공업 공식 인스타그램)
2025년 12월 19일 경기도 성남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HD현대 Safety Forum’에서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새로운 안전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출처=HD현대중공업 공식 인스타그램)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17일 회장으로 승진한 뒤 12월 19일 경기 성남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세이프티 포럼’에서 안전 비전 ‘모두가 안전한 작업장, 안전이 브랜드가 되는 회사’를 공표하고 중대재해 제로를 목표로 내걸었다.

그 선언 한 달여 전, 이 회사 최고경영자는 안전 문제로 유죄가 확정됐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 3월 20일 제출한 2025년 사업보고서 임직원 제재현황을 보면, 근속 42년 6개월의 ‘현직 부회장’은 2025년 11월 6일 대법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같은 부회장은 앞서 6월 11일 벌금 1000만원(안전미조치), 7월 17일 벌금 700만원, 9월 26일 벌금 600만원도 받았다. 한 해에만 안전 관련 처벌이 네 차례다. 사업보고서는 실명을 적지 않았지만, 이상균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1년 울산조선소 외판 추락 사망사고로 같은 날 같은 형을 확정받았다는 보도와 일자·형량이 일치한다. 이 대표는 198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고 사업보고서에 기재돼 있다.

법인도 나란히 처벌받았다. 양벌규정에 따라 같은 사건에서 대표와 회사가 함께 벌금을 문 것으로, 6월 11일 안전미조치 건은 부회장과 법인이 각각 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같은 보고서에서 2025년 한 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안전미조치로 확정된 법인 벌금은 10건, 1억2840만원이다. 지난해 8월 14일 대법원에서 확정된 5000만원이 가장 컸고, 전직 부사장 2명도 같은 날 각각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HD현대삼호에서도 지난해 12월 2일 법인이 벌금 200만원,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현직 상무가 벌금 15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도 3월 31일 정기주주총회는 이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임기는 2029년 3월 31일까지다. 표결 결과는 갈렸다. 이 대표 선임안 반대는 12.53%(1174만4345주)로, 같은 날 함께 오른 금석호 사내이사 선임안 반대 0.97%의 13배였다. 최대주주 HD한국조선해양이 지분 69.21%를 쥔 구조를 감안하면, 의결권을 행사한 나머지 주주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정작 사업보고서의 ‘중대재해 발생사실’란에는 “해당사항 없습니다”라고만 적혀 있다. 반면 지주사 HD현대의 사업보고서에는 계열사 HD현대마린엔진에서 2025년 8월 21일 창원 본사 엔진공장 상부 케이블트레이 부근에서 실족·추락으로 1명이 숨졌고 다음 날 고용노동부의 부분작업중지 권고가 내려졌다는 사실이 기재돼 있다. 정 회장의 안전 선언 넉 달 전이다.

■ 수주 84% 늘 때…총수 성과급 기준엔 ‘영업이익률’만 있었다

사고가 잇따른 시기는 일감이 폭증한 시기와 겹친다. HD현대중공업이 이달 16일 공시한 6월 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계 수주는 147억7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0억달러)보다 84.64% 늘었다. 조선 부문만 122억900만달러로 121.86% 급증했다. 1~5월 누계 매출도 9조9320억원으로 51.98% 증가했다.

안전은 총수의 성과 지표에 없었다. HD현대 사업보고서를 보면 정 회장은 지난해 이 회사에서 보수 13억614만원(급여 7억4683만원, 상여 5억5379만원)을 받았다. 상여 산정 기준은 ‘경영계획 대비 실적에 근거한 조직평가’와 ‘경영계획 대비 목표영업이익률 달성도’였다. 재해 지표는 명시돼 있지 않다.

정 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HD현대 ESG위원회는 지난해 네 차례 열렸다. 안건은 그룹 ESG 실적·계획 보고, 위원장 선임, 인권경영 체계 구축, 중대성 평가 결과, ESG 공시 의무화 대응 로드맵이었다. 안전보건을 다룬 안건은 없었다. 사고가 난 자회사들의 이사회는 지난 2월 6일 ‘2026년 안전·보건에 관한 계획’을 각각 승인했다. 정 회장은 HD현대중공업 지분 69.21%를 보유한 HD한국조선해양의 등기임원도 겸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8월 31일까지를 특별 안전기간으로 정하고 전사 안전관리에 나섰다고 밝혔다. 회사는 오는 29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연다. 사상 최대 수준의 수주 실적과 최근 잇따른 중대재해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함께 언급될지 주목된다.

LEAVE A RESPONSE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ESC 또는 배경 클릭하여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