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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 (오)정몽열 KCC건설 대표이사 회장 (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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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진의 KCC·정몽열의 KCC건설… 중대재해 책임 법인별로 갈린다

(왼)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 (오)정몽열 KCC건설 대표이사 회장 (사진=각사)
(왼)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 (오)정몽열 KCC건설 대표이사 회장 (사진=각사)

CSEO 선임하고 정관에 안전체계 명시했지만…’최종 결정권’ 기준 경영책임자 특정이 수사 쟁점

지난달 18일 전남 여수 KCC여천공장에서 협력업체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인 가운데, 사고 책임의 향방이 주목된다.

계열사인 KCC건설도 6월 들어 협력사 근로자 사망 사고 2건을 잇달아 ‘중대재해발생’ 공시하면서 그룹을 둘러싼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책임 소재는 법인별로 갈린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뿐 아니라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우는데, 경영책임자는 그룹 총수가 아니라 법인 단위로 따지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C는 정몽진 대표이사 회장과 정재훈 대표이사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 KCC건설은 정몽열 대표이사 회장과 심광주 대표이사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몽진·정몽열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동생인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아들 형제다. 정상영 명예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장남 정몽진 회장이 ㈜KCC를, 차남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를, 삼남 정몽열 회장이 KCC건설을 각각 이끌고 있다.

사고가 난 여천공장은 ㈜KCC 사업장이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 정몽진 회장 등 ㈜KCC 경영진이 직접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반면 김포 오퍼스 한강 스위첸 현장을 비롯해 부산 안락 스위첸, 안성 물류센터 등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이 중대재해로 인정될 경우 책임 주체는 별도 법인인 KCC건설의 경영책임자다. KCC는 KCC건설 지분 36.0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법적 책임과 별개로 계열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 여천공장은 ㈜KCC 사업장…CSEO 둬도 ‘최종 결정권자’ 책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지난달 18일 오전 10시 40분께 전남 여수시 KCC여천공장에서 협력업체 소속 60대 노동자 A씨가 공장 내부 바닥 방수 작업에 앞서 현장을 점검하던 중 위에서 떨어진 구조물에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규정한다.

경영책임자는 재해 예방 예산의 편성·집행, 안전보건 전담조직 설치,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행, 반기 1회 이상 법령 의무 이행 점검 등을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해 노동자가 숨지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손해액의 5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도 질 수 있다. 직원이 3천500명을 넘는 ㈜KCC는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둬야 하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기업이다.

㈜KCC는 외형상 안전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30년 이상 안전·환경 부문에서 일해온 차승열 전무를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로 두고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했으며, 같은 주총에서 ‘CSEO 중심의 안전·보건·환경 관리체계’를 정관(제46조)에 명문화했다. 사고는 그로부터 약 1년 2개월 만에 발생했다. 이 체계가 실제로 작동했는지, 안전 예산과 인력이 충분히 투입됐는지가 수사의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SEO를 뒀다는 사정만으로 대표이사가 책임을 벗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고용노동부 해설과 법조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안전 담당 임원이 있더라도 예산과 인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대표이사가 행사한다면 경영책임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몽진 회장은 2000년 대표이사 회장 취임 이후 26년째 회사를 이끌며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KCC 최대주주 본인이다. 반면 정재훈 사장은 오너 일가가 아닌, 1993년 입사해 내부에서 성장한 전문경영인이다. 결국 두 각자대표의 업무 분장과 실질적 권한이 경영책임자 특정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지정자료를 누락해 제출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2022년 1심에서 벌금 7천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 건설현장 사고는 KCC건설 몫…정몽열·심광주 체제, 그룹 안전관리 시험대

계열사인 KCC건설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협력사 근로자 사망 2건이 공시됐다. 지난 1일 경기 김포 ‘오퍼스 한강 스위첸’ 신축 현장에서 협력사 소속 근로자가 현장 안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회사는 한국거래소 공시에서 사망 원인은 미상이나 지병에 의한 다발성 뇌출혈로 추정된다며,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해당 여부는 불분명해 조사 결과에 따라 정정공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에는 협력사 근로자가 휴무일에 경기 화성의 개인 숙소에서 취침 중 심정지로 숨진 사실도 공시됐다. 두 건 모두 업무와의 관련성이 가려지지 않은 상태로,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중대재해 해당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KCC건설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2022년 9월 강원 원주 KCC 문막공장 증축 공사현장에서 노동자가 감전돼 숨졌고, 2023년 3월에는 부산 동래구 안락 스위첸 신축 공사장에서, 같은 해 10월에는 경기 안성 물류센터 신축 현장에서 노동자가 잇달아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7월에는 부산신항 수중 작업 현장에서 하청업체 잠수 작업자 2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는 사고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건설현장 사고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 주체는 시공 법인인 KCC건설의 경영책임자다. KCC건설은 정몽열 회장과 1984년 입사 후 40년 가까이 재직한 내부 출신 전문경영인 심광주 사장이 2024년 3월부터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정몽열 회장은 KCC에 이은 KCC건설 2대 주주(지분 29.99%)이기도 하다.

법적 책임은 법인별로 갈리더라도, 같은 그룹 안에서 제조 사업장과 건설현장을 가리지 않고 사망사고가 반복돼 온 만큼 그룹 차원의 안전관리에 허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행 의무에 비춰, 잇단 사고에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난다면 의무 위반 판단에 불리한 정황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산업재해 감축을 국정 핵심 과제로 내걸고 중대재해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밝혀온 만큼, 여천공장 사고 수사 결과에 따라 KCC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천공장과 부산신항 사고 사망자가 모두 하청·협력업체 소속이었다는 점에서, 노동계에서는 위험 작업이 하청에 집중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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