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증권이 담보권이 사실상 실효된 채권을 건설자재기업에 팔면서 이 사실을 숨겼다가 항소심에서 400억원대 배상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 139억여원이던 반환액은 항소심에서 402억여원으로 대폭 늘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27-3부(이용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건설자재기업 앤트버즈가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메리츠증권은 앤트버즈에 263억여원을 추가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심 인정액 139억여원을 포함하면 메리츠증권이 지급해야 할 금액은 총 402억여원이다. 여기에 2023년부터 소급 적용되는 연 6∼12%의 지연손해금을 더하면 실제 부담은 500억원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믿고 계약해도 된다”…항소심, 적극적 기망행위 인정
이번 사건은 2021년 2월 코스피 상장사(현 상장폐지)였던 비케이탑스가 경북 상주시 소재 구 웅진폴리실리콘(현 SK스페셜티) 공장 기계설비를 약 310억원에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비케이탑스는 설비를 해체해 중고 장비와 철스크랩으로 매각하는 사업을 추진했으며, 자금 조달을 위해 총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메리츠증권은 이 중 제7회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100억원을 단독으로 전액 인수했다. 담보로는 해당 기계설비에 대한 동산양도담보(장부가액 약 305억원)와 함께 공장 내 건물(열매유 보일러동 등)에 대한 채권최고액 390억원 규모의 근저당권이 메리츠증권 앞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2021년 말 공장을 인수한 SK스페셜티가 설비 철거에 제동을 걸면서 비케이탑스는 기한 내 철거를 끝내지 못했다. 법원 조정에 따라 비케이탑스가 설비 처분 권한을 상실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의 동산양도담보권 역시 효력을 잃게 됐다고 판단했다. 비케이탑스의 2022년 말 사업보고서에는 “보유 재고자산의 대부분은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 등으로 처분 및 반출이 제한되어 있다”고 명시됐다.
항소심 재판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이러한 담보권 실효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2022년 3월 앤트버즈와 해당 채권 및 담보권 일체에 대한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비케이탑스가 메리츠증권에 제공한 담보 목록에는 305억원 규모의 동산양도담보뿐 아니라 390억원짜리 건물 근저당권도 포함돼 있었으며, 앤트버즈는 이를 일체 양수했다. 이미 설비 반출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부속 건물 근저당권 역시 담보 가치를 사실상 상실한 상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앤트버즈가 SK스페셜티의 철거 방해 가능성을 우려하자 메리츠증권은 “이미 상호 간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며 안심시킨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앤트버즈는 계약 후 설비 철거가 무산되자 2023년 8월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471억원 규모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메리츠증권의 기망행위를 불법행위로 인정하면서도, 앤트버즈가 계약 이행 과정에서 얻은 이익을 차감하는 상계 논리를 일부 받아들여 반환액을 139억여원으로 제한했다.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메리츠증권이 담보권 실효의 법률효과를 알고도 적극적으로 사실을 숨겼다고 판단하고,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무에는 상계로 대항할 수 없다는 민법 제496조를 적용해 상계 주장 전체를 배척했다.
■ 유사 소송 564억 별건 추가…메리츠증권 “대법원 상고”
이번 판결로 메리츠증권의 법적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의 2026년 1분기 보고서 기준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은 24건, 전체 소송가액은 3,030억원에 달한다. 특히 2025년 6월에는 이번 건과 유사한 ‘부당이득금’ 반환을 원인으로 하는 별도 소송이 564억원 규모로 추가 제기된 것으로 공시에 기재되어 있다.
메리츠증권은 “항소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 상고 방침을 밝혔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번 항소심 판결은 법적 효력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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