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연 세 아들 지분 80% 비상장사, ‘자회사 먼저 상장’ 예외로 규제 비껴가
3년째 순손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무배당·배임 의혹…일반주주에 재편 비용 전가 지적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지분 80%를 나눠 쥔 비상장사 한화에너지가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를 비껴갔다.
반면 그 아래 상장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의 일반 소액주주들은 1조5천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 희석 부담을 떠안게 됐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중복상장 원칙 금지와 예외 허용을 담은 세부 기준(거래소 규정 개정안·가이드라인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예고 기간을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 시행된다.
세부 기준은 상장 모회사가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구조를 겨냥했다. 물적분할 자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하려면 모회사 주주 동의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는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적용된다.
그러나 ‘자회사가 먼저 상장된 상태에서 모회사를 상장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됐다. 이 조항에 따라 상장 계열사의 지주 격에 있는 한화에너지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 삼형제 개인회사 한화에너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비상장사다. 그룹 지주 격인 ㈜한화의 보통주 1천660만여주(18.46%)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김승연 회장과 삼형제 등 오너 일가 지분을 합치면 ㈜한화 지분의 50.43%(5월 29일 기준)에 이른다.
한화에너지 지분은 김동관 부회장이 50%를 보유해 최다 출자자다. 나머지는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 지난해 1조원대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로 참여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컨소시엄이 나눠 갖고 있다. 삼형제 지분을 합치면 80% 수준으로, 사실상 삼형제 개인회사다.
한화에너지는 프리IPO 당시 6년 내 상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시장에서는 이 상장을 삼형제 승계의 출발점으로 본다.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이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 이전이나 계열 지배력 확대에 쓰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솔루션 소액주주연대는 “상장된 모회사의 모회사가 다시 상장하는 기형적 구조”라며 “오너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옥상옥 상장에 규제 예외를 준 셈”이라고 주장했다. 주주단체는 이 예외 조항이 사실상 한화그룹에 대한 특혜라며 국민청원에도 나섰다.
■ 아래선 유상증자·분할…일반주주 앞에 놓인 청구서
정작 부담은 한화에너지 아래 상장 계열사 일반주주에게 몰린다. 한화솔루션은 신주 5천300만주를 발행하는 1조4천787억원(1차 발행가 기준·애초 1조7천억원대에서 하향)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조달 자금은 시설자금 9천77억원과 차입금 상환 5천710억원에 쓰인다. 확정 발행가는 오는 16일 정해지고, 구주주 청약은 22∼23일, 신주 상장은 다음 달 11일 예정이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다. 지분 58.03%(지난해 말 기준)를 쥔 소액주주는 청약에 응해 추가 자금을 넣지 않으면 지분이 희석된다. 반면 최대주주 ㈜한화는 4천337억원을 들여 청약에 참여하며 지분율을 42.02%로 끌어올렸다.
유상증자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3천648억원, 순손실 6천153억원을 냈다. 2년 연속 영업손실, 3년 연속 순손실이다. 지난해 말 총차입금은 15조원, 순차입금은 12조원에 이른다.
회사는 재무 부담을 이유로 2025회계연도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일반주주는 배당도 받지 못한 채 유상증자 부담까지 지게 된 셈이다.
소액주주들은 계열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등 자산을 팔지 않고 유상증자로 주주 희생을 강요한다며 김동관 부회장에 대한 배임 의혹까지 제기했다.
유상증자 과정에서는 발행 조건이 뒤바뀌며 신뢰 문제도 불거졌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결정한 유상증자의 발행주식 수와 금액을 20% 이상 변경해 지난달 15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제재금 800만원을 부과받았다.
지배구조 재편은 지주 격 ㈜한화로도 번진다. ㈜한화는 오는 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한화비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갤러리아 등 계열사를 관리하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를 떼어내 재상장하는 인적분할 안건을 처리한다.
소액주주 측은 이번 규제가 오너 일가의 비상장 지배회사는 보호하면서, 실적 부진과 무배당·유상증자로 내몰린 상장 계열사 일반주주 보호 장치는 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소액주주연대는 오너 승계용 옥상옥 회사의 상장을 허용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금융당국에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