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탕·밀가루·전분당 5개월 새 과징금 4354억…충당금에 별도 순손실 3183억
총수는 주총서 ‘담합 사과’ 뒤 연임…설탕 담합 前 대표는 구속·집유
삼양사가 설탕과 밀가루에 이어 전분·전분당 가격 담합으로 또다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담합 제재로, 5개월 사이 짊어지게 된 누적 과징금은 4300억원을 넘어섰다.
식탁 물가와 직결된 필수 식품 전반에서 전방위적인 짬짜미를 벌여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룹 총수인 김윤 회장의 책임 경영론도 거세게 일고 있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7일 대상, 삼양사, 사조CPK, CJ제일제당 등 4개 전분사에 담합 사건 기준 역대 최대인 7475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로는 대상 2341억원, 삼양사 2103억원, 사조CPK 2001억원, CJ제일제당 1030억원으로, 삼양사가 두 번째로 많다. 삼양사가 공시한 2103억4000만원은 지난해 말 연결 자기자본의 11.78%에 해당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4개사는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7년 5개월간 13차례에 걸쳐 전분·전분당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했다. 이 기간 판매가격은 담합 시작 시점 대비 최대 73% 올랐다. 국내 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이들의 점유율은 전분 95.7%, 전분당 86.4%에 이른다.
■ 5개월 새 담합 과징금 4354억…충당금이 삼킨 순이익
삼양사에 이번 전분당 과징금은 세 번째 청구서다.
삼양사는 올해 2월 설탕 담합으로 1302억원, 5월 밀가루 담합으로 948억원의 과징금을 잇달아 부과받았다. 여기에 이번 전분당 2103억원을 더하면 삼양사가 올해 받은 담합 과징금은 누적 4354억원에 달한다. 설탕·밀가루·전분당까지, 식탁 물가와 맞닿은 세 개 품목에서 모두 짬짜미가 적발된 셈이다.
부담은 이미 실적으로 나타났다. 삼양사는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매출 1조8971억원에 영업이익 657억원을 냈지만, 당기순손실은 3183억원에 달했다. 과징금에 대비해 미리 반영한 충당부채가 2813억원에 이르면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훌쩍 넘어서는 손실로 돌아선 것이다. 흑자 기조가 담합의 대가로 적자로 뒤집혔다.
삼양사는 설탕 과징금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고 납부명령 집행정지를 받아냈다. 서울고등법원은 1302억원 과징금의 납부명령 효력을 올해 12월 31일까지 정지했다. 삼양사는 이번 전분당 과징금에 대해서도 “공정위 최종 의결서를 받은 뒤 법령과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총수는 사과 뒤 연임, 前 대표는 구속·집유
세 건의 담합은 모두 김윤 회장 체제에서 벌어졌다.
김윤 회장은 삼양그룹과 지주회사 삼양홀딩스 회장을 겸하는 그룹 총수이자 삼양사의 동일인이다. 삼양홀딩스는 삼양사 지분 59.69%를 쥐고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김윤 회장은 올해 삼양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담합에 대해 사과했지만, 사내이사로 다시 연임했다. 잇단 담합으로 그룹 대표 계열사가 대규모 손실을 떠안은 터라 총수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다.
담합의 파장은 경영진으로도 번졌다. 설탕 담합은 형사 사건으로 비화했다. 삼양사가 공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에 ‘담합 혐의 관련 최낙현 대표이사 구속에 따른 보고’가 이뤄졌다. 최낙현 당시 대표는 구속 이틀 만에 사임했고, 삼양사는 지난 3월 이운익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최 전 대표는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고, 법인에도 벌금 2억원이 부과됐다. 검찰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전분당 담합의 뒤끝도 남아 있다.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6일 전분당 입찰 담합과 부산물 가격 담합 사건의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심의에 착수했다. 삼양사를 포함한 4개사가 대형 실수요처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사전에 짜맞춘 혐의로, 관련 매출액은 9400억원으로 산정됐다. 삼양사와 대상, 사조CPK 3개사가 받는 부산물 가격 담합 혐의의 관련 매출액은 1조5500억원에 이른다.
공정위는 이번 전분당 담합에 대해 담합 이전 수준으로 가격을 다시 정하고 3년간 반기마다 보고하도록 하는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밀가루 담합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설탕에서 밀가루, 전분당으로 이어진 담합 행렬의 뒷수습이, 김윤 회장 체제의 삼양사에 대표 교체와 대규모 손실에 더해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로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