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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대표이사 회장. (출처=CJ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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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K-푸드 세계화’, 안전 관리 사각지대…CJ제일제당 비비고 美 ‘납 경고

CJ제일제당 비비고 새우볶음밥(왼쪽)과 비비고 치킨라이스볼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비비고 새우볶음밥(왼쪽)과 비비고 치킨라이스볼 ⓒ=CJ제일제당

美 캘리포니아 ‘Prop 65’ 위반 통지…국내선 식품위생법 위반 2년여간 6건 ‘반복’

이재현 회장 외형확장에 품질 인프라 못 따라가…연결 4169억 적자 속 브랜드 타격

CJ제일제당의 글로벌 간판 ‘비비고’ 볶음밥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납(Lead) 경고 표시 누락’ 논란에 휘말렸다. 이재현 회장이 ‘K-푸드 세계화’를 내걸고 밀어붙인 외형 확장의 최전선에서, 정작 식품기업의 기본인 안전·표시 관리가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공익단체 PHEA가 지난 3월 5일 CJ제일제당(CJ CheilJedang Corporation)과 미국 자회사 CJ푸드USA·슈완스 등을 상대로 제출한 '발의안 65호(Prop 65)' 60일 위반 통지서. 규제 대상 물질로 '납(Lead)'이 적시돼 있다. 빨간 네모는 편집자 표시. (출처: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Prop 65 공식 문서 )
미국 공익단체 PHEA가 지난 3월 5일 CJ제일제당(CJ CheilJedang Corporation)과 미국 자회사 CJ푸드USA·슈완스 등을 상대로 제출한 ‘발의안 65호(Prop 65)’ 60일 위반 통지서. 규제 대상 물질로 ‘납(Lead)’이 적시돼 있다. 빨간 네모는 편집자 표시. (출처: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Prop 65 공식 문서 )

6일 캘리포니아주 법무부가 공개한 ‘프로포지션 65′(Prop 65) 위반 통지 내역에 따르면, 민간 감시단체 퍼블릭 헬스 인포스먼트 애드보케이츠(Public Health Enforcement Advocates, LLC)는 지난 3월 5일 CJ제일제당과 미국 자회사 CJ푸드USA·슈완스 컴퍼니 등을 상대로 60일 위반 통지서(60-day Notice of Violation)를 냈다.

문제가 된 제품은 ‘비비고 새우·야채 볶음밥'(Bibigo Shrimp & Vegetable Fried Rice)이다. 이 단체는 제품에 납 노출 가능성이 있는데도 캘리포니아법이 요구하는 ‘명확하고 합리적인 경고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위해 유형은 발달독성·생식 위해, 노출 경로는 섭취로 기재됐고, 위반 기간은 최소 2023년 3월부터로 표시됐다.

■ 성장 최전선서 터진 ‘납 경고’…뿌리는 국내 품질제재 반복

이번 논란이 뼈아픈 것은 단발성 해외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사업보고서 제재현황을 보면 CJ제일제당은 국내에서도 식품위생법상 기준·규격 위반(제7조)으로 2023년 12월부터 2025년 8월까지 품목제조정지 3건과 시정명령 3건 등 모두 6차례 제재를 받았다. 미국의 ‘납 경고’ 통지가 품질관리 실패라는 같은 뿌리에서 반복돼온 문제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회사는 2019년 2월 미국 슈완스를 인수한 뒤 비비고를 앞세워 냉동밥·만두를 현지 주류 유통망에 밀어 넣어 왔다. 슈완스 인수와 K-푸드 세계화는 이재현 회장이 그룹의 미래로 지목한 핵심 승부수다. 이번 통지 상대인 슈완스·CJ푸드USA가 모두 그 인수로 세운 미국 사업의 축이라는 점에서, 확장 드라이브의 최전선이 품질 리스크로 되돌아온 셈이다.

식품사업은 2025년 연결 매출 11조5223억원으로 그룹의 42%를 차지하는 성장 엔진이고, 비비고는 그 간판이다. 표시 리스크가 변방이 아니라 심장부에서 불거졌다는 의미다.

■ 원당·대두엔 ‘헷지’, 안전엔 구멍…적자 속 오너 책임론

확장 속도에 견줘 안전 관리가 뒤처졌다는 지적은 소싱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CJ제일제당은 2025년 원당 매입에 7584억원, 대두 매입에 8055억원을 쏟아붓는 등 원재료를 대규모로 글로벌 조달한다. 회사는 환율 변동에는 ‘헷지 전략’으로 재무 리스크를 촘촘히 관리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작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유해물질 관리에서는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거버넌스도 ‘형식’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CJ제일제당 이사회는 올해 2월 9일 안전보건경영책임자 선임과 안전보건계획, 준법지원인 선임을 한꺼번에 의결하며 준법·안전 체계 강화를 공표했다. 그러나 그 직후 미국에서 표시 규제 대응에 실패하면서, 이사회 의결이 현장 통제로 이어지지 못한 ‘선언’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재현 CJ그룹 대표이사 회장. (출처=CJ그룹)
이재현 CJ그룹 대표이사 회장. (출처=CJ그룹)

그사이 실적은 뒷걸음쳤다. CJ제일제당은 2025년 연결 기준 41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이 가운데 지배주주 몫 손실만 5714억원에 이른다. 사료·축산(F&C) 부문 14개사 매각으로 재무 불확실성이 겹친 국면이다. 지분 0.47%에 불과하지만 지주사 CJ(주)(44.55%)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이재현 회장으로선, 외형 확장과 품질·수익성 사이의 균열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 감시도 강해지고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달 18일 지분을 8.14%로 늘리며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꿔, 배당·지배구조 등 경영 현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계로 올라섰다.

다만 이번 사안은 리콜 명령이나 최종 판결이 아니다. Prop 65의 60일 통지는 민간 당사자가 소송을 내기 전 기업과 주 당국에 미리 알리는 절차로, 법적 다툼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Prop 65는 캘리포니아에서 발암성 또는 생식독성 물질에 일정 수준 이상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면 기업이 사전에 경고 표시를 하도록 한 제도다.

통지서에는 납의 구체적 검출 수치나 시험성적서가 담기지 않아, 실제 노출 수준과 위해성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경고 대상으로 지목됐다는 사실만으로 제품이 위해 식품으로 판정된 것은 아니다.

결국 CJ제일제당이 캘리포니아 내 경고 라벨 적용 여부와 검사 대상 로트, 포장 변경·회수 여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향후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미국 K-푸드 신뢰도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이재현 회장의 세계화 구상이 품질·컴플라이언스라는 기본기 위에 서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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