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이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 토양·지하수 오염 정화비용을 4년간 재무제표에 과소 반영한 것과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가 위법동기를 ‘고의’로 판단하고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등의 중징계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이사 해임권고는 외감규정상 위법동기가 ‘고의’로 인정된 경우에만 가능한 제재다.
증선위는 영풍의 회계처리가 외부감사법 제5조의 회계처리기준(K-IFRS 제1037호 ‘충당부채’)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같은 법 제29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제재를 의결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지난달 10일 제재를 통보했고, 영풍은 같은 달 24일 정정공시로 임원 제재 대상자를 확정했다. 이후 영풍이 낸 조치 취소소송(2026구합52868)과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이 다음달 10일까지 집행을 잠정 정지하기로 하자, 영풍은 지난 9일 이를 공시했다. 실제 제재 집행은 일단 멈춘 상태다.
■ 규정상 ‘고의’ 전용 조치…4년 연속 과소계상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별표1 '심사·감리결과 조치양정기준' 중 회사·임직원에 대한 조치기준. 위법동기가 '고의'(붉은 상자)로 인정되고 중요도가 Ⅰ단계일 때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해임(면직)권고'(노란 표시)가 규정돼 있다. 반면 중과실 단계에는 담당임원 해임권고만 있고, 과실 단계에는 대표이사·담당임원 해임권고가 모두 없다. 영풍이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를 받은 것은 증선위가 위법동기를 '고의'로 판단했음을 뜻한다. [출처: 금융감독원,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https://newsfield.net/wp-content/uploads/2026/07/20260710_112817.jpg)
외감규정 시행세칙 별표1(조치양정기준)은 ‘고의’를 ‘부채를 누락하는 등 회계정보를 의도적으로 은폐·조작·누락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경우’로 규정한다. 이 별표의 조치기준표상 대표이사 해임권고는 위법동기가 ‘고의'(중요도 Ⅰ·Ⅱ단계)일 때만 규정된 조치로, 중과실 단계에는 없다. 영풍이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담당임원 해임권고·직무정지 6개월을 함께 받은 것은, 증선위가 이번 위반을 ‘고의’로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전 대표에 대한 ‘해임권고 상당’은 퇴임 임원에게 재임했더라면 받았을 조치를 통보하는 외부감사법 제29조 제2항에 따른 것이다.
증선위 지적사항 5건 중 4건이 정화충당부채 과소계상이었다. 증선위는 영풍이 제련소 주변지역과 임야 토양, 공장 건축물 하부 토양, 지하수 등 4개 항목의 정화의무를 충당부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2021·2022년에는 관련 부채를 아예 인식하지 않았다고 봤다. 증선위가 산정한 과소계상 규모는 4개 항목을 합쳐 2021·2022년 각 1400억원대, 2023·2024년 각 2300억원대다.
이는 정화충당부채에 국한된 지적으로, 영풍이 환경 관련 부채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증선위는 감사인 지정 3년,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담당임원 해임·직무정지 6개월, 시정요구를 통보했고 과징금은 금융위원회가 최종 결정한다. 영풍은 이 사안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회사는 해당 회계처리가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외부감사를 거친 것이라며, 규모·산정 방식에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취소소송을 통해 다투고 있다.
■ 권익위 “오염 가능성 상당”…주민, 장형진 총수 재수사 촉구
회계 문제와 별개로 석포제련소의 오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제86차 본회의에서 석포제련소 관련 고충민원을 의결하며, 폐수 무단배출·카드뮴 오염수 유출 등으로 토양·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상당하고 국민 건강과 생태계에 위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환경부에 토양 정밀조사를, 봉화군에 정화명령 이행 점검을 권고했다. 다만 권익위 의견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적 성격이다.
정화는 더디다. 봉화군의 공장 내부 오염토양 정화명령 이행기한이던 지난해 6월 말 기준 정화 이행률은 1공장 16%, 2공장 4%에 머물렀고, 영풍은 이후 정화 재명령을 받았다. 통합환경허가 5건 중 토양정화·제련잔재물 처리 등 2건의 미이행도 계속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1월 제련잔재물 미처리를 이유로 과징금 2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석포제련소의 환경법령 위반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형동 의원이 2014~2025년 103회로 지적했다.

영풍 총수를 겨냥한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영풍 동일인(총수)은 장형진 고문이지만,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오너가 아니고 영풍 지분도 없다”고 밝혔다. 실제 최대주주는 아들 장세준씨(17.9%)다. 낙동강 주민대책위는 지난 1월 장 고문을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환경범죄 고발 사건이 지난해 12월 경찰에서 불송치되자 지난달 8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형식적 직함이 바뀌었다고 55년 지배가 사라지느냐”며 재수사와 소환조사를 촉구했다. 경찰은 대표이사 사임 뒤 실질 지배력 입증이 어렵고 상당수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를 들었다.
영풍은 이런 지적에 맞서 오염 저감 투자 성과를 내세운다. 석포제련소는 2021년 세계 제련소 최초로 폐수 무방류(ZLD) 시스템을 도입해 공정용수를 100% 재이용하고 있고, 2019년 환경개선 혁신계획 이후 누적 환경투자가 5400억원에 이른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제련소 외곽에 지하수 오염 확산을 막는 차집시설을 두고 2022년 통합환경허가를 취득했으며, 최근 주변 수질·대기 지표가 기준치를 밑돌고 카드뮴이 불검출되고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증선위 제재가 법원 결정으로 집행이 정지된 만큼, 영풍의 취소소송 결과와 환경부·봉화군의 후속 조치에 따라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정화 책임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