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SK하이닉스가 공시한 1100조원 규모의 ‘장래사업·경영계획’을 이사회가 심의·결의해야 한다고 9일 밝혔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S) 나스닥 상장을 하루 앞두고 나온 요구다. SK하이닉스는 10일 나스닥에 ADS를 상장한다.
신주 1천779만주(발행주식의 약 2.5%)를 해외 예탁기관에 발행해 예탁하고 이를 기초로 공모하는 구조다. 지난달 24일 이사회는 상장 목적을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장”, 자금 목적을 “시설자금”으로 결의했다. 조달 규모는 신주 발행한도 기준 최대 43조1천억원으로, 실제 금액은 수요예측을 거쳐 확정된다.
포럼은 경영진이 해외 로드쇼에서 두 가지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가총액의 74%에 해당하는 1100조원 계획의 실체가 무엇인지, 최태원 회장이 국민보고회에서 밝힌 투자 계획이 이사회 승인을 거쳤는지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용인 클러스터 600조원, 서남권 클러스터 400조원, 청주 생산기지 100조원 등 1100조원 투자 계획을 공정공시했다.
이 공시에는 이사회 결의일과 추진 일정이 모두 ‘−’로 비어 있다. 회사도 “구체적 일정과 투자 계획은 향후 이사회 승인을 거쳐 확정 시점에 추가 공시하겠다”고 했다.
포럼은 지난 3월 취임한 고승범 이사회 의장이 즉시 이사회를 열어 계획을 보고받고 결의 여부를 정할 것을 권고했다. 설비투자·연구개발(R&D)·인수합병(M&A)과 주주환원 등 자본배치는 이사회의 핵심 업무라는 것이다.
포럼은 최 회장의 발표 자격도 문제 삼았다. 최 회장은 SK㈜ 대표이사 회장이자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이지만, SK하이닉스에서는 미등기 회장으로 사내이사가 아니고 지분도 없다. 포럼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최 회장이 이사회 승인 전에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거버넌스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ADS 상장만으로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나이브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사회를 그룹 영향력에서 독립시키고 투명성을 높이는 지배구조 개선이 전제돼야 주가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포럼은 SK하이닉스 이사회가 구성부터 개선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6명 중 4명이 교수·공직자 출신이라는 것이다. 포럼은 고승범 의장과 정덕균·김정원·양동훈·손현철·최강국 사외이사가 스스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