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쿼드 “불합리한 내부거래 제거” 57쪽 서한…오너 양도 직후 자회사에 95억 몰아주기
YMSA에 판 부동산 587억에 되사고 개발이익 314억…승계자금 815억까지 최대주주로 순환
영원무역이 자본잠식 상태의 자회사를 성래은 부회장 측에 넘긴 직후 그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확인됐다.
행동주의 펀드 쿼드자산운용이 ‘불합리한 내부거래 제거’를 요구하며 첫 사례로 지목한 방글라데시 시스템통합(SI) 기업 TVL 이야기다.
8일 쿼드자산운용의 주주서한과 영원무역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영원무역은 최대주주 측과 얽힌 내부거래를 여러 갈래로 이어오고 있으며 그 상당수가 상장사 자금을 오너 일가 쪽으로 옮기는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
앞서 쿼드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영원무역 보통주 1.7%(75만5935주)를 근거로 57쪽 분량의 공개서한을 보내 총주주환원율 70% 확대, 불합리한 내부거래 제거, 합리적 경영진 보상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7월 31일까지 회신하라고 밝혔다.
■ 자본잠식 TVL, 오너에 넘기자마자 매출 96억
쿼드가 가장 먼저 지목한 사례는 방글라데시 법인 TVL(TEKVISION)이다.

영원무역은 2025년 2월 자회사이던 TVL 지분을 성 부회장과 영원무역홀딩스에 약 1억2000만원에 넘겼다. TVL은 매각 직전인 2024년 말까지 매출이 없고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8억원인 자본잠식 회사였다.
그런데 오너 측으로 넘어간 직후 상황이 달라졌다. TVL은 2025년 2분기부터 영원무역과 거래를 시작해 그해 매출 96억원, 순이익 38억원을 올렸다. 매출 96억원 가운데 95억원가량이 영원무역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실제로 영원무역 사업보고서의 특수관계자 거래내역을 보면, 영원무역이 지난해 TVL에 지급한 기타비용은 95억2695만원으로 잡혀 있다. 지분 양도로 TVL이 ‘그 밖의 특수관계자’, 즉 최대주주 측 회사로 분류가 바뀐 뒤 벌어진 일이다. 함께 넘긴 방글라데시 법인 TWL(TEKWIN)도 같은 시기 특수관계자로 편입됐다.

쿼드자산운용은 “TVL은 최대주주 측에 양도된 직후부터 영원무역과의 거래가 확대됐다”며 “매각과 거래 집중을 통해 최대주주 측으로 이익이 이전될 소지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부동산·승계자금까지…상장사 돈이 흐르는 곳
내부거래는 부동산에서 더 큰 규모로 반복됐다.
쿼드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2010년 대구 수성구 만촌동 부동산을 57억원에 사들인 뒤 2012년 이를 그룹 지주회사 위에 자리한 비상장사 와이엠에스에이(YMSA)에 60억원에 팔았다. YMSA가 이 부지에 신축 개발을 진행하자, 영원무역은 2023년 이를 587억원에 되사들였다. 넘길 땐 60억원, 되살 땐 587억원으로 9배 넘게 뛴 것이다. YMSA는 이 과정에서 314억원가량의 개발·처분이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주목할 대목은 이 부동산 대금이 흘러간 방향이다. YMSA는 성 부회장이 최대주주(지분 50.1%)인 총수일가 회사로, 2023년 3월 성기학 회장에게서 성 부회장으로 최대주주가 바뀌며 지배구조 정점의 승계가 마무리됐다. YMSA 감사보고서를 보면, YMSA는 2023년 영원무역에서 받은 부동산 대금과 홀딩스 배당 등으로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같은 해 성 부회장에게 815억원을 빌려줬다. 성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르며 낸 증여세 재원으로 알려진 자금이다. 이 대여금은 2025년 말에도 501억원이 남아 있고, 성 부회장은 이자로만 2023년 이후 79억원을 YMSA에 냈다. 결국 상장사 영원무역이 지급한 부동산 대금이 총수일가 회사를 거쳐 성 부회장의 승계 자금으로 순환한 구조다.
총수일가 개인회사와의 소규모 거래도 이어진다. 성 부회장이 지분 70%(나머지 30%는 2008년생 딸)를 쥔 광고·행사대행사 래이앤코는 자체 감사보고서조차 없는 비상장사지만, 영원무역홀딩스와 지난해 매출 2억6500만원·기타비용 1억3500만원 규모 거래를 이어갔다. 셋째 딸 성가은 부사장의 이케이텍·피오컨텐츠, 오너 조카의 푸르온, 성 회장의 솜톰 등도 그룹 계열사와 거래하는 특수관계자로 공시에 잡힌다.
이런 거래들은 감시가 느슨한 시기에 집중됐다. 영원무역그룹은 2021∼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성 회장 친족회사 43곳과 임원회사 39곳 등 82개사를 누락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누락된 계열사 자산은 3조24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며, 성 부회장의 YMSA 지분 취득도 이 기간에 이뤄졌다.
쿼드자산운용은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하지 못하거나 일부 주주에게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내부거래는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공개서한 내용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내부 논의를 거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