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SK디앤디의 1천367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하면서,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SK디앤디 지분 확대 계획이 일단 멈춰 섰다. 한앤컴퍼니는 한상원 대표가 이끄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로, 2024년 말 기준 운용자산 규모는 16조1천66억원이다.
금감원은 5일 공시를 통해 지난달 28일 제출된 SK디앤디의 증권신고서(지분증권)가 형식 미비,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누락,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하여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세 가지 사유 중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해당 신고서는 요구일부터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효력이 정지됐으며,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SK디앤디는 6일 낮 12시 현재까지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SK디앤디 주가는 유상증자 결정 이튿날인 지난달 29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으나, 금감원의 제동 소식이 전해진 6일 오전 9시 4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9.84% 오른 5천940원에 거래됐다.
■ 1만2천750원 대 3천60원…발행가격 격차 논란
SK디앤디가 지난달 28일 김도현 대표이사 명의로 공시한 유상증자는 신주 4천468만1천주를 주당 3천60원(예정발행가)에 발행하는 구조다. 이는 증자 전 발행주식총수 1천861만7천382주의 240.0%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한앤컴퍼니가 SK디앤디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 한앤코개발홀딩스 유한회사(대표 권윤구)가 지난해 진행한 1·2차 공개매수 가격은 모두 1주당 1만2천750원이었다. 2025년 9월 30일 SK디스커버리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 단가도 같은 1만2천750원(582만1천751주, 742억2천732만원)이다. 이번 유상증자 예정가는 그 24.0% 수준이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해 결집한 SK디앤디 주주연대(210명, 87만5천164주·4.7%)는 5일 금감원에 중점심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회사가 공개매수가와 유상증자 예정가의 괴리를 투자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개매수는 사실상 미달로 끝났다. 공개매수 목적은 두 차례 모두 ‘M&A 및 상장폐지’로 기재됐지만, 예정 물량 1천112만8천989주 가운데 실제 매수는 300만5천916주(27.0%)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11월 3일부터 12월 26일까지 진행된 2차 공개매수 응모는 예정 물량 416만6천402주 중 20만9천731주에 불과했다.
한앤코개발홀딩스는 이를 통해 보통주 47.42%를 확보했고, SK디스커버리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면 78.69%가 된다. 인수 종결일은 지난 4일 종결합의서 체결로 당초 8월 31일에서 8월 12일로 앞당겨졌다.
■ 실권주 미발행 구조…이사회 개편도 마무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는 실권주를 일반공모로 넘기지 않고 미발행 처리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구주주 청약률이 낮을수록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아지는 방식이다. 회사가 신고서에 제시한 시나리오상 청약률이 100%면 78.72%, 50%면 85.11%, 0%면 92.62%다.
한앤코개발홀딩스는 78.69% 기준 배정 물량 전량인 3천517만9천379주(예정발행가 기준 약 1천76억원)를 청약할 계획이다. 회사는 신고서에서 한앤코개발홀딩스가 “당분간 당사 보통주식의 추가 공개매수 등을 통한 상장폐지를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구조는 이미 바뀌었다. SK디앤디는 지난달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과 이동춘 수석부사장, 김상훈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같은 날 김준철·김경민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면서 독립이사는 4명에서 2명으로, 비율은 66.67%에서 33.33%로 낮아졌다. 두 사람은 사흘 전 유상증자 이사회에 참석했던 독립이사 4명 중 2명이다.
자금 통로에서는 NH투자증권의 역할이 눈에 띈다. 한앤코개발홀딩스는 유상증자 이사회 하루 전인 7월 27일 보유 주식 882만7천669주 전량에 NH투자증권 앞 주식근질권을 설정하고 435억원을 빌렸다. 대출금 410억원에는 최저 연 9.30%의 고정금리가 적용되며 담보유지비율은 125%다. NH투자증권은 1차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였고, 이번 유상증자의 대표주관회사이자 신주인수권증서 매매 중개도 맡았다. 모집주선 수수료는 6억5천만원이다.
■ 10월 상환 일정 차질 우려…실적·신용도 동반 악화
증권신고서 효력 정지로 자금 조달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SK디앤디는 조달금액 1천367억원 전액을 채무상환에 쓸 계획이었다. 10월 23일 군포 트리아츠 지식산업센터 수분양자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 이행에 747억원, 10월 30일 제18-1회·제18-2회 사모사채 상환에 620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회사는 신고서에서 8~9월 자구계획 5건이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을 경우 9월 예상 기말현금이 215억원에서 마이너스 1천242억원으로 줄어 채무불이행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납입 예정일은 10월 15일로 이 고비보다 뒤에 있어, 증자가 지연되면 자금 공백이 커질 수 있다.
재무 여건도 악화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22일, 한국기업평가는 6월 30일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계열 지원 가능성 배제 등을 이유로 무보증 사모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 검토)’에서 ‘BBB-(부정적)’로 내렸다. 장기차입금 400억원에는 ‘BBB- 이상 신용등급 유지’가 기한이익상실 사유로 걸려 있어 추가 강등 시 조기상환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4천458억원으로 전년(8천709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442억원에서 54억원으로 87.8% 감소했다. 지난해 말 연결 부채비율은 174.2%, 올해 1분기에는 93억원의 연결 영업손실을 냈다. SK디앤디는 유상증자 결의 보름 전인 지난달 13일 공정공시에서 “주주가치 희석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최우선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SK디앤디는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나온 5일, 2025년 10월 공시에서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거래와 별도로 양수인은 당사 주식 전부를 취득하기 위한 공개매수 절차를 진행하며”로 시작하는 문구를 삭제하는 정정공시를 냈다. 정정 사유는 “투자자 오해 방지를 위한 공개매수 등 관련 문구 삭제”라고 밝혔다. SK디스커버리도 같은 날 유사한 문구를 삭제했다.
당초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 확대와 상장폐지 가능성이 거론됐던 거래 구조가 유상증자 발행가격 차이에 대한 논란과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거치면서 변화를 맞게 된 셈이다. 향후 정정된 증권신고서에 유상증자 조건과 최대주주 지분 확대 방안이 어떻게 담길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