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노동·인권 전문지

이재근 KB금융 부문장 (출처=KB국민은행)
주요 기사

KB금융, ‘CEO 승계’ 금감원 검사 나흘 만에 이재근 부문장 낙점…’33년 내부승계’ 논란

금융감독원이 CEO 승계 절차를 들여다보겠다며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정기검사에 착수한 지 나흘 만에 KB금융이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현직 회장은 탈락했고, 그 자리는 1993년 옛 주택은행에 입행해 33년간 KB에서 경력을 쌓은 내부 인사에게 돌아갔다.

14일 KB금융 공시와 금융당국·금융권 자료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지난 7일 20여명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 KB금융과 국민은행 정기검사에 착수했다. 검사 항목에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뿐 아니라 ‘CEO 승계 절차 및 지배구조’도 포함됐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WM·SME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한 것은 나흘 뒤인 11일이다. 감독당국이 승계 절차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가운데 해당 절차의 결론이 먼저 나온 셈이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가 회장 선임 일정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기존 검사 주기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인선은 정부가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정면으로 겨눈 뒤 처음 치러진 KB금융 회장 선임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금융기관 지배구조를 두고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서 소수가 돌아가면서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이것도 방치할 일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지주 이사회 구조를 ‘참호’라고 표현했다.

금감원은 올해 1월 KB를 포함한 8대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CEO 승계 절차와 사외이사 평가체계 등을 특별점검했다. 그 흐름 속에서 최대 실적을 기록한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연임에 실패했다.

다만 감독당국의 검사 때문에 양 회장이 탈락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회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KB금융 회추위도 양 회장의 성과 부족이 아니라 변화와 세대교체 필요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 ‘세대교체’ 이재근도 33년 KB맨…이사회 의결 184건은 전부 찬성

이재근 KB금융 부문장 (출처=KB국민은행)
이재근 KB금융 부문장 (출처=KB국민은행)

그럼에도 ‘이너서클’ 비판에 대한 KB의 답이 외부 수혈이 아닌 또 다른 내부 승계라는 점은 남는다.

이 부문장은 1993년 옛 주택은행에 입행해 KB금융 재무총괄(CFO), 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 부행장 등을 거쳤다.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국민은행장을 맡았고 같은 기간 KB금융지주 이사회에도 참여했다.

현직 양 회장보다 다섯 살 젊지만 33년 경력을 사실상 KB 안에서 쌓은 ‘정통 KB맨’이다. 최종 후보 3명에는 이 부문장과 양 회장 외에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포함돼 외부 후보도 경쟁했지만 최종 선택은 내부 인사였다.

이 부문장은 14일 첫 출근길에서 ‘젊은 KB’와 세대교체의 의미에 대해 나이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더 신속하고 책임 있게 할 수 있는 조직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인사에서도 나이에 국한하지 않고 역량과 전문성 등을 중심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KB금융 이사회의 견제 기능은 따져볼 대목이다. 지난달 제출된 반기보고서의 2026년 상반기 이사회 의결 내역을 집계하면 이사들의 찬반 표시 184건이 모두 찬성이었다. 반대와 기권은 한 건도 없었다.

■ 이재근 행장 때 공정위 위반기간 겹쳐…ELS·금감원 제재도 ‘진행형’

감독·제재 리스크도 남아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2월 국민은행에 ‘정보교환 관련 부당한 공동행위’를 이유로 과징금 697억47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인정한 위반 기간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로 이 부문장의 국민은행장 재임 기간과 겹친다.

다만 이 부문장 개인의 지시나 관여가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은행권은 공정위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다투고 있다.

이와 별도로 반기보고서에는 국민은행과 KB증권을 상대로 한 공정위의 ‘금융기관의 부당공동행위 여부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를 “현재 예측할 수 없다”고 기재돼 있다. 조사 대상 행위가 공시에 적시되지 않아 앞선 LTV 정보교환 사건과 동일한 사건으로 단정할 수 없다.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제재도 확정되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은행권 최대 판매사로 꼽히며, 금감원이 지난 6월 수정안을 금융위원회로 넘긴 뒤에도 최종 의결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부문장이 국민은행장이던 2024년 실시된 금감원 정기검사 역시 일부 조치 요구사항이 추가 통보될 예정이다. 다만 이 부문장이 개인별 제재 대상인지는 공시로 확인되지 않는다.

실적만 놓고 보면 양 회장 교체의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지배기업 주주지분 순이익은 3조88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조4401억원으로 22.9% 늘었다.

KB금융은 양 회장의 성과 부족 때문이 아니라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조화준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이 부문장의 은행·비은행 전문성과 재무·전략·글로벌 분야의 식견 등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따라서 이번 인선을 ‘정부가 감시하자 현직 회장이 버티지 못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비판과 금융지주 특별점검, CEO 승계를 검사 항목에 넣은 금감원 정기검사가 이어진 해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현직 회장이 탈락했고, 그 자리를 33년 KB 내부 인사가 이어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현직 회장 교체가 지배구조 쇄신인지, 내부 승계의 주자만 바뀐 것인지는 이 부문장이 공언한 ‘분권형 조직’이 실제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LEAVE A RESPONSE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ESC 또는 배경 클릭하여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