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생명 소액주주연대가 한화생명과 2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 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갈등의 이면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미미한 지분율(0.03%)과 후계 구도 확보를 둘러싼 지배구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판서 대표가 이끄는 한화생명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14일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주주연대는 청구서를 통해 공적자금 회수 지연 및 ‘헐값 매각설’에 따른 업무상 배임 의혹, 예보의 정당한 주주권 행사 방임(직무유기), 그리고 예보와 한화생명 간 유착 정황을 조사해 달라고 감사원에 의뢰했다. 주주연대는 김성식 예보 사장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의뢰했다.
■ ‘금융 소그룹’ 핵심 한화생명…김동원 사장 지분은 0.03%에 그쳐
㈜한화는 지난 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계획을 가결했다. 방산·조선·에너지·금융은 존속법인에 남고, 기계·유통·호텔 등은 신설법인으로 분리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분할로 장남 김동관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3세 책임경영 구도가 윤곽을 드러낸 것으로 본다. 금융 부문은 차남 김동원 사장이 이끌지만, 금융이 남는 존속법인 자체는 김동관 부회장이 최대주주(50%)인 한화에너지가 지배하는 구조다.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51.36%),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자산운용 등의 지분을 보유한 금융 계열 전반의 핵심 고리다. 한화자산운용은 다시 한화투자증권 지분 46.08%를 쥐고 있어, 한화생명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 금융 소그룹 전체를 통제하는 열쇠가 된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동원 사장이 직접 보유한 한화생명 주식은 30만 주(지분율 0.03%)에 불과하다. 현재는 형제들과 함께 보유한 ㈜한화 지분을 통해 한화생명을 간접 지배하는 구조여서, 금융 부문에서 독자적인 경영권을 굳히기 위해서는 한화생명 지분의 직접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사내 주식보상 제도로는 지배력을 키우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사장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부여받았다. 분기보고서의 ‘대주주에 대한 주식기준보상 거래’ 항목에 따르면 누적 부여량은 530만7천942주다. 회사는 이 수량에 대해 “주식 부여분 및 주가연계현금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물량이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다고 가정해도 한화생명 발행주식총수(8억6천853만 주)의 0.61%에 그친다. 기존 개인 지분을 합쳐도 0.64%로 1%에 못 미친다. 더욱이 가득 기간이 10년이어서 2020년 최초 부여분은 2030년, 올해 부여분은 2036년에야 지급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실제 지급된 주식은 한 주도 없다. 부여량의 절반가량은 애초에 주식이 아닌 주가연계현금으로 나간다.
■ “예보 보유 10% 지분이 경영권 확보의 핵심 통로” 의혹 제기
시장에서는 김 사장이 금융 계열 지배력을 확실히 다지기 위해선 최소 10% 이상의 한화생명 지분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 결국 사내 보상 제도로는 확보할 수 없는 이 지분 규모를 채우기 위해서는 예보가 쥐고 있는 잔여 지분 10%(8천685만7천1주)가 유일한 통로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예보의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은 오는 2027년 말 청산을 앞두고 있어 잔여 지분 처분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주연대 측은 예보가 회수해야 할 공적자금 원금(약 1조 원)을 감안하면 주가가 최소 1만 원 이상이어야 손실이 없으나, 현재 예보가 이를 주당 5천~7천 원 선에 헐값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한화생명 종가는 4천540원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3배에 머물고 있다.
주주연대는 예보가 장기간 주가 부양을 요구하지 않고 배당 미실시 및 자사주 방치를 방임해 주가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김 사장 측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유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지난 20년간 예보 출신 인사가 한화생명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사례가 9건에 달한다는 점도 이 같은 유착설의 근거로 제시됐다. 실제 현재 감사위원인 임성열 사외이사 역시 예보 상임이사 출신이다.
■ 순이익 8천억대에도 배당은 ‘제로’…자사주 소각도 미지수
김 사장에 대한 주식보상이 매년 이어지는 사이 주주 몫은 늘지 않았다. 한화생명은 2023년 연결 당기순이익 8천260억 원, 2024년 8천660억 원, 지난해 8천363억 원을 기록하는 등 대규모 흑자를 냈음에도 2024년과 2025년 결산 배당을 연속으로 실시하지 않아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마지막 배당은 2023년 주당 150원(총 1천127억 원)이었다. 배당은 법이 강제하지 않는, 회사가 스스로 정하는 영역이다.
다만 배당 재원이 되는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천133억 원으로 전년(7천206억 원)보다 56.5% 줄었다. 김 사장의 지난해 RSU는 기준주가(2천559원)를 적용하면 24억5천만 원 규모로, 그의 지난해 급여(12억2천600만 원)의 2배에 해당한다. 회사는 RSU 부여 규모를 ‘기준급의 최대 200%’로 공시하고 있다.
주가 부양책의 핵심인 자사주 소각 여부도 불투명하다. 한화생명이 보유 중인 자사주는 총 1억1천713만9천750주(지분율 13.49%)에 달하지만 소각 실적은 없다. 지난 3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서 유예기간 등을 고려할 때 내년 9월이 데드라인이지만, 임직원 보상 목적 등에 한해 주총 승인을 얻으면 계속 보유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다. 회사는 분기보고서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안 관련 모니터링 및 법령 준수를 위해 필요한 검토가 진행중”이라고만 밝혔다.
모회사인 ㈜한화의 행보는 대조적이다. ㈜한화는 지난 3월 11일 이사회에서 기보유 자기주식(보통주) 소각을 결의했고, 보유 자사주는 지난해 말 558만3천253주에서 지난 5월 29일 기준 113만2천437주로 445만 주가량 줄었다.
김 사장의 우군 역할을 해야 할 ㈜한화의 자금 사정도 녹록지 않다. ㈜한화는 보유 중인 한화생명 지분의 25.7%(9천630만 주)를 한국증권금융에 담보로 제공해 대출을 받은 상태다. 인적분할 이후 ㈜한화 존속법인의 부채비율도 209.6%에서 274.9%로 오를 전망이어서 직접적인 지분 매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 예보 “유착·헐값 매각설 전혀 사실 아냐…대주주로서 견제 역할 수행”
예보 측은 주주연대의 이 같은 의혹 제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예보 관계자는 “현직 임직원의 사외이사 선임이 법적으로 제한됨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퇴직 직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해 대주주로서 정당한 견제와 감시 권한을 행사해 온 것”이라며 유착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감사원의 감사가 개시된다면 법령과 절차에 따라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주주권 행사 방임 지적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기 및 수시 면담을 통해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밸류업 계획 수립 등을 한화생명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배당 등 구체적 의사결정은 회사가 시장 여건을 종합 고려해 판단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이 이뤄지지 않은 책임을 사실상 한화생명에 돌린 셈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도 “예보와의 유착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