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타마라티, 장관 지시로 주한대사관 통해 채권단 협상 재개 요청
법원 ‘법인격 부인’으로 포스코홀딩스·포스코이앤씨 책임 확대
부채 90%가 임금·퇴직금…브라질 하원 ‘포스코법’ 입법 논의
이 대통령 27일 방브라질설 겹쳐…한국 정부 공식 일정은 미발표
브라질 외교부(이타마라티)가 포스코 브라질 법인 파산을 둘러싼 채무 분쟁 해결을 위해 주한 브라질대사관을 통해 포스코 측과 직접 접촉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브라질 정부는 이 사안을 한·브라질 외교 대화의 현안으로 다루고 있으며, 현지 법원은 한국 모회사인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이앤씨까지 채무 책임 범위를 넓힌 상태다.
14일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Folha de S.Paulo)와 뉴스포털 포데르360(Poder360), 지구(g1) 등 최근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외교부는 마우루 비에이라 외교장관의 지시에 따라 주한 브라질대사관을 통해 포스코 측에 채권단과의 협상 재개를 요청했다. 접촉은 마르시아 도너 지 아브레우 주한 브라질대사가 시작했고, 후임인 페르난두 지 아제베두 피멘텔 대사가 이어받아 다루게 된다고 전했다.
지난달 9일 브라질 하원 경제개발위원회·지역통합개발위원회 공동 공청회에서 카를루스 엔히키 모스카르두 외교부 통상진흥·투자·농업국장은 “브라질 정부는 양국 통상관계를 보존하기 위해 협상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 외교부는 이 사안을 양국 외교 대화에서 우선적으로 관리하며 한국 당국과의 협의 때마다 의제로 올리고 있다는 것이 현지 보도로 전해진 외교부의 입장이다.
임기를 마치는 아브레우 대사는 최근 한국 외교당국과 산업통상 당국을 찾아 이 사안을 논의하고 양국 관계를 위한 원만한 해결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발단은 브라질 법인 파산…당좌예금 잔고 ‘3만원’
이번 사안의 발단은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 브라질 법인(PEB)의 파산이다. 브라질 법인은 세아라주 페셍 산업단지의 CSP 제철소 건설(총 사업비 약 55억 달러)을 마친 뒤 지난해 8월 자진 파산을 신청했다. CSP 제철소는 발레(50%)와 동국제강(30%), 포스코(20%)가 합작한 사업이다.
법원에 제출된 자산 명세서상 당좌예금 잔고는 약 109헤알(약 3만원)에 불과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남은 자산은 1만1000헤알 상당의 동산과 차량 1대, 토지 일부가 전부였다. 신고된 부채는 약 6억4400만 헤알(약 1800억원)이며, 채권단은 세금과 소송 비용을 포함하면 최대 10억 헤알(약 28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부채의 약 90%인 5억6700만 헤알(약 1590억원)이 임금·퇴직금·사회보장 분담금 등 노무 관련 채무로 파악되면서 현지 여론이 악화했다. 채권단은 회사가 이익만 한국 본사로 보내고 노무·세금·상거래 채무를 남긴 ‘기획 파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법원, 두 차례 ‘법인격 부인’…모회사로 책임 확대
세아라주 제3기업법원의 다니엘 카르발류 카르네이루 판사는, 브라질 법인이 한국 본사의 지시와 자금 통제를 받으며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채권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법인격 부인 절차를 두 차례 진행했다. 법원은 본사와 현지 법인의 자산이 뒤섞였고, 본사가 직접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포스코이앤씨와 포스코홀딩스가 절차에 편입됐고, 올해 5월에는 포스코이앤씨가 다시 파산 절차 본안에 포함됐다. 채권단은 공청회에서 CSP 중재 분쟁과 관련한 약 5억 헤알의 에스크로 자금을 파산재단으로 이전해 달라고 요구했다.
브라질 하원에서는 외국기업의 특별청산과 철수 후 일정 기간 유효한 보증금 예치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포스코법(lei Posco)’ 초안 마련 논의가 이뤄졌다. 공청회를 요구한 모지스 호드리게스 의원(União-CE)은 입법적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다.
■ 포스코 “사실관계 확인”…노무채무는 부인
포스코홀딩스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앞서 현지 보도와 관련해 “브라질 내 노무 채무는 없으며 기사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주브라질 한국대사관도 이 사안이 한국 기업 활동과 이미지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브라질 법인의 파산 사실은 국내 공시로도 확인된다. 포스코이앤씨가 지난 5월 29일 제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브라질 법인(POSCO ENGINEERING & CONSTRUCTION DO BRAZIL LTDA.)은 지난해 10월 1일 파산으로 계열에서 제외됐다.
모회사인 포스코이앤씨 자체의 실적도 부진하다. 같은 공시상 포스코이앤씨의 2025년 별도 기준 매출액은 6조6995억원, 영업손실은 4902억원, 당기순손실은 4959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부채비율은 175.54%였다.
■ 같은 사업서 2016년에도 브라질 검찰 수사 전력
동일한 CSP 제철소 사업을 놓고 브라질 사법당국이 포스코를 겨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5~2016년 브라질 검찰과 연방경찰은 ‘Coreia II’로 명명된 수사에서 탈세·외화 반출 등 혐의로 포스코건설 브라질 사업을 수사했고, 2016년 2월 프로젝트 핵심 임원 등 8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포스코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지나 같은 사업에서 채무 분쟁이 다시 불거진 셈이다.
■ 이재명 대통령 27일 방문…채권단 “정상회담 의제로”
폴랴 지 상파울루는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7일 브라질을 방문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까지 한국 정부의 공식 일정 발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브라질 채권단은 포스코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앞서 브라질과 한국은 지난 2월 2026~2029년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지난해 양국 교역 규모는 약 143억 달러로, 브라질은 한국의 21번째 교역국이었다. 양국 경제 협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채무 분쟁의 향후 협상 추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