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형은 김동관이 챙기고 책임은 손재일만
‘한국판 록히드마틴’ 질주 속 그룹 KAI 지분 6월 23일 10% 돌파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직원 5명이 숨진 대전사업장 사고와 정부의 작업중지 명령 와중에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매일같이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사고가 난 당일에도 KAI 주식 28만여 주를 장내에서 쓸어담았고, 사고 22일 만에 우호 지분을 10% 위로 끌어올렸다.
‘한국판 록히드마틴(미국 최대 방산 기업)’을 향한 김 부회장의 외형 드라이브가 현장 참사 수습과 한 치의 멈춤 없이 동시에 굴러간 것이다.
25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출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와 타법인 주식 취득결정 공시를 전수 분석한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특별관계자(한화시스템·Hanwha Aerospace USA)가 합산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은 지난 6월 23일 기준 9,896,023주, 지분율 10.15%에 달했다.
3월 초 4.99%였던 보유율은 5월 4일 5.09%로 처음 5%를 넘긴 뒤, 5월 28일 7.22%, 6월 16일 9.04%를 거쳐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10%를 돌파했다.
■ 김동관이 그린 ‘KAI 인수전’…참사에도 멈추지 않은 매집
대전사업장 세척공실 화재로 근무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날은 지난 6월 1일이다. 같은 날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바로 그 6월 1일에도 KAI 주식 281,811주를 주당 16만9천원대에 장내매수한 것으로 보고서에 기재됐다.
매수는 사고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세부변동내역을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월 15일 204,142주, 17일 202,200주, 18일 20만 주, 19일 227,300주, 22일 22만 주, 23일 237,580주를 연일 사들였다.
사고 수습과 안전 대책 발표가 이어지던 6월 한 달 내내 KAI 지분을 거의 매일 쓸어담은 것이다. 계열사인 한화시스템도 6월 9∼12일 920,895주를 매입하며 가세했다. 매수는 NH투자증권과 맺은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이뤄졌고, 신탁계약 만기는 모두 ‘2026년 8월 11일’로 동일하다. 정해진 만기 안에 지분을 끌어올리기 위한 속도전이었던 셈이다.
KAI 인수전의 정점에는 김 부회장이 있다.
그는 2022년 9월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전략부문)를 맡아 글로벌 시장과 해외 수출, 미래사업 발굴을 총괄해왔다. KAI 지분 매집을 결의한 6월 16일 이사회 역시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다.
이날 이사회는 KAI 주식을 연말까지 5,000억원 한도로 추가 취득하기로 의결했다. 다만 회사가 공시한 취득 후 목표 지분율 9.97%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단독 보유분 기준이다. 한화시스템 등 특별관계자를 더한 그룹 합산 지분이 이미 10.15%를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일부 보도에서 거론된 ‘12% 이상’과는 차이가 있다.
주목할 대목은 같은 지분을 두고 회사가 내건 명분이 공시마다 엇갈린다는 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사 취득결정 공시에서 취득 목적을 ‘사업적 협력 강화’라고 적었지만, KAI에 제출한 대량보유보고서에는 보유 목적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으로 명시했다. 단순 협력을 내세우면서도 경영 참여 카드를 함께 깔아둔 것으로, 김 부회장이 KAI를 한화 방산·우주 수직계열화의 한 축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읽힌다.
■ ‘외형의 김동관, 책임의 손재일’…공동대표 분업이 가린 정점
회사가 KAI 지분에 1조원 가까운 실탄을 쏟는 사이 정작 본업 현장은 멈춰 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월 2일 생산중단을 공시하며 대전사업장 작업중지로 매출 1조3,189억원(전체의 4.94%)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외형 확장에는 거침이 없으면서 현장 안전은 뒷전이었다는 비판이 사고 직후부터 끊이지 않은 이유다.
보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안전보건 예산은 2023년 72억원에서 2024년 35억원, 2025년 68억원으로 영업이익 급증세를 따라가지 못했고, 안전 총괄 조직인 환경·안전·보건(ESH)실장의 직급도 상무급에서 부장급으로 격하됐다. 이에 대해 회사는 “2025년 실제 안전보건 예산 집행액은 책정액의 두 배인 135억원”이라고 반박했다.
책임 구도는 더 선명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와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손재일 대표뿐이다. 안전·보건 관리체계와 예산 집행 권한이 사업부문에 위임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KAI 인수전 같은 외형 성과는 김 부회장이 가져가고, 5명이 숨진 참사의 형사 책임은 손 대표가 떠안는 구도가 됐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말하는 ‘경영책임자’는 명목상 업무 분장보다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지를 기준으로 한다. 김 부회장은 지분 5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사실상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고, 방산·조선·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차기 총수 후보다.
같은 시기 그가 주도한 KAI 1조원 매집과 5명이 숨진 현장의 멈춤이 한 회사 안에서 동시에 진행된 만큼, 외형 전략의 결정권자가 현장 안전의 책임에서 비켜설 수 있느냐는 물음도 나온다.
다만 김 부회장의 책임 여부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경찰은 향후 김 부회장을 포함해 혐의나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입건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사고 직후 전 사업장 특별 안전점검과 안전교육을 위해 6월 4∼5일 이틀간 일시 생산을 중단했으며, 고강도 안전혁신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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