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P 공시엔 ‘법카 모니터링’…임원 개인 검증은 ‘사각지대’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가 회사 측 대응을 비판하며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조사를 촉구한 지 닷새가 지났지만, 회사 측은 공식적인 조사 착수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의혹의 대상으로 지목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지난해 보수는 한미사이언스 10억8천600만원과 한미약품 11억1천600만원을 합쳐 22억200만원으로 확인됐다. 송 회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배우자로, 2021년 3월 임 창업주의 지분 상속 절차가 끝나면서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받았다.
앞서 김태호 전 큐어세라퓨틱스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가 오너 일가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직접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약 30년 전 한미약품 비서실에서 근무한 뒤 항암제 개발사 큐어세라퓨틱스를 창업한 인물이다.
김 전 대표는 “보도 이후 관련 의혹이 규명되고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했으나, 오히려 제보자인 저를 음해하고 내부자를 색출하려 한다”며 “특정인을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자정작용을 통해 전문경영인 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한 공익적 제보”라고 말했다.
그는 “송 회장은 지난해 3월 사내이사에서 사임해 아무런 업무상 지위도 없었는데도 지난해 20억원이 넘는 보수를 수령했다”며 미국 하와이와 올랜도, 이탈리아 코모 등에서 결제된 항공비와 체류비의 정당성도 밝히라고 요구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연계설에 대해서는 “신 회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며 이번 사안에 대해 단 한마디도 나눈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 측은 “왜곡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룹 관계자는 “송 회장은 매년 주요 명절 전후 100여명의 전사 임원들과 주요 고객들에게 백화점·명품점 등의 선물세트를 구입해 전달하고 있다”며 “단순히 카드 명세에 적힌 ‘명품관’ 등의 단어만으로 송 회장이 자신을 위한 명품 구입에 사용했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료비에 대해서도 “한미그룹은 임원에게 특별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며 “고질적인 무릎 관절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노화 치료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양측 주장은 결제가 있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결제였는지에서 갈린다. 회사는 업무와 복리후생 목적이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결제 내역은 내놓지 않았고, 제보자는 그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회사 반론자료에서는 송 회장이 임직원을 위해 구입한 선물이라고 해명했지만, 취재 대상이 된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거나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를 조사 주체로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인카드 내역은 공시 서류에 실리지 않아 회사 밖에서는 열어볼 방법이 없다.
보수 액수는 공시와 맞아떨어졌지만, 제보자가 근거로 든 ‘아무런 업무상 지위도 없었다’는 대목은 공시와 달랐다. 송 회장이 지난해 3월 26일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는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는 등기이사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지 임원직을 놓은 것은 아니다. 두 회사 사업보고서는 지난해 말 기준 송 회장을 ‘회장’ 직함으로 상근하며 회사 업무를 ‘총괄’하는 미등기임원으로 기재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한미사이언스 분기보고서에도 같은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다. 22억원은 아무 자리도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이사회 밖에서 상근하는 임원에게 지급된 보수인 셈이다.
회사가 법인카드를 들여다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해마다 두 차례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운영현황을 공시한다. 법 위반과 부정을 자체적으로 걸러내겠다며 돌리는 사내 준법감시 제도의 실적과 계획을 알리는 공시로, 여기에 법인카드 점검이 들어 있다. 지난달 31일 낸 공시는 올해 하반기 계획에 ‘법인카드 사용 내역 모니터링’을 올렸고, 지난 2월 공시한 지난해 하반기 실적에는 ‘부서별 법인카드 사용 점검’을 실제로 했다고 적었다.
문제는 이 제도가 겨냥하는 곳이다. 같은 공시에 담긴 CP 활동은 영업·마케팅 프로그램 사전협의 4천500건, 판촉영업자 교육, 식음료 제공 가맹점 점검, 지출보고서 등록 현황 점검, 하도급거래 심의위원회 운영으로 채워져 있다. 의약품 영업 현장의 리베이트와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장치라는 뜻이다. 법인카드 점검 역시 ‘부서별’로 적혀 있을 뿐, 회장을 비롯한 임원 개인의 카드를 들여다보는 절차는 공시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같은 공시의 올해 상반기 실적에는 ‘특별감사 실시 – 기타 제보 내용의 사실관계 확인 및 진단, 개선’이 적혀 있다. 다만 어떤 제보를 다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제보자가 조사 주체로 지목한 감사위원회 쪽도 마찬가지다. 한미사이언스가 사업보고서에 공개한 지난해 감사위원회 회의 안건은 분기별 재무제표 검토와 준법 활동 보고, 내부회계관리제도 보고 등이었고, 오너 일가의 비용 집행을 다룬 안건은 나오지 않는다.
지배구조를 둘러싼 잡음과 별개로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미약품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천672억4천700만원, 영업이익은 1천310억9천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3%, 116.9% 증가했다. 한미사이언스도 매출 3천678억5천600만원, 영업이익 591억3천800만원으로 각각 8.7%, 70.9% 늘었다.







![[단독] 통보는 ‘접수취소’ 계약금은 현대건설로…대전 ‘힐스테이트 유성’ 건분법 위반 의혹](https://newsfield.net/wp-content/uploads/2026/08/AD.42543123.1-150x150.jpg)



![[단독] 브라질 채권자, 포스코 “계획된 모의 파산” OECD 제소…현지선 ‘포스코 방지법’도 발의](https://newsfield.net/wp-content/uploads/2026/08/20260810_134322-150x15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