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연대본부와 산하 4개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의 공동파업으로 인해 공공의료와 지역의료 붕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의료 정책과 공공성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제기됐다.
의료연대본부는 17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서울대병원, 강원대병원,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4개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참여한 공동파업대회를 개최했다. 2004년 이후 21년 만에 국립대병원들이 한날한시에 파업에 돌입한 이번 대회에는 의료연대본부 산하 조합원들과 연대 단체 약 3천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공공의료 강화와 보건의료·돌봄 인력 확충,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권 강화, 의료민영화 저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요구했다. 이날 파업은 1차 경고파업 성격으로 하루 동안 진행됐다.
■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파업 불러”
의료연대본부 박경득 본부장은 대회사에서 “지역의료와 공공의료는 이미 붕괴 위기에 직면했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국정과제라는 말잔치만 벌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지역의료 격차 해소와 공공의료 강화를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이전 정부와 예산 차이도, 인력 확충에 대한 대책도 없다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환자와 노동자 모두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파업에 나섰다며 “정부가 국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현장의 노동자들은 더 강력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분회 박나래 분회장은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수유지업무를 유지하면서도 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간호사와 돌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더는 환자들이 방치되는 것을 볼 수 없다고 했다.
박 분회장은 국립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려면 정부가 재정 지원과 법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북대병원분회 조중래 분회장은 정부와 병원 사용자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교섭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장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하는 정부 때문에 결국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이 이미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고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립대병원 바로 서야 지역의료 산다”
강원대병원분회 이요한 분회장은 강원지역 환자들이 의료 인력 부족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공공의료 확충 의지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분회장은 오늘 파업은 하루 경고파업이지만 정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2차, 3차 파업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충북대병원분회 권순남 분회장은 충북대병원이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낮은 임금 때문에 노동자들이 탈진하고 환자들은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분회장은 공공의료와 공공돌봄을 강화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며 이를 외면하는 정부는 국민을 버리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의료연대본부와 4개 국립대병원 노동조합은 투쟁 결의문에서 공공의료·공공돌봄 강화, 보건의료 및 돌봄 인력 확충,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권 보장, 의료민영화 저지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결의문은 “국립대병원이 바로 서야 지역의료와 공공의료를 살릴 수 있다”며 “정부가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더 강력한 공동파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의료연대본부와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이날 하루 경고파업을 시작으로 단순한 임금 교섭을 넘어 지역의료와 공공의료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투쟁임을 확인했다. 이어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지속될 경우 2차, 3차 파업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공동파업은 단순한 노동쟁의를 넘어 공공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과 실행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