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열분리 2년, 신세계 남매의 극명한 갈림길 — 오너리스크의 늪 vs 묵묵한 최고 실적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신세계로 계열분리를 선언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두 남매의 경영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을 조용히 쌓아올렸다. 반면 정용진 이마트 회장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스타벅스 코리아가 진행한 ‘탱크데이’ 마케팅 파문으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데다, G마켓·쉐이퍼 빈야드 등 자신이 주도한 대형 투자의 잇단 손상차손 처리로 ‘오너 리스크’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계열분리의 틀은 갖춰졌다. 정용진 회장은 2025년 2월 이명희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 10%를 시간외 매수해 보유 비율을 28.56%로 높였고, 정유경 회장은 같은 해 4월 신세계 지분 10.21%를 증여받아 29.16%로 확대했다. 대형마트·편의점·이커머스를 거느린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패션·면세점 중심의 ㈜신세계 부문의 지배구조 구획이 명확해졌다. 그러나 2년이 흐른 지금, 그 구획 안에서 두 남매의 행보는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 멸공·탱크데이·손상차손… ‘오너 리스크의 늪’에 빠진 정용진
22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 텀블러 시리즈’를 출시하며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 ‘탱크’는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군 장갑차를, ‘책상에 탁’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더욱이 같은 캠페인의 일환으로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4월 16일에도 ‘미니 탱크 데이’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며 파문이 커졌다.
정용진 회장은 이튿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며 공개 사과하고 손정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이사를 즉각 해임했다. 관련 임원도 함께 경질되고 징계 절차가 시작됐다. 하지만 온라인 불매운동은 재점화됐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21일 정 회장과 전직 스타벅스 코리아 CEO를 대상으로 한 고발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하고, 재배당 하루 만에 고발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마트 주가는 논란이 터진 18일 직후 첫 거래일인 19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틀째인 20일에는 장중 한때 8% 급락해 8만6000원대까지 밀려났다.
이번 사태가 더 뼈아픈 것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정 회장은 SNS에 ‘#멸공’ 해시태그를 잇달아 게시했다가 이마트·스타벅스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았다. 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오너 발 논란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패턴은 반복됐다.
오너 리스크보다 더 뿌리 깊은 문제는 정 회장이 직접 낙점한 대형 투자들의 연속 실패다. 2021년 eBay 코리아(현 G마켓)를 3조4000억원에 인수해 이커머스 패권을 노렸으나, G마켓은 적자를 이어가며 2024년에만 2691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2022년 미국 나파밸리의 프리미엄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에 총 3077억원을 투입했으나, 2025년 말 영업권 419억원 전액을 0원으로 손상처리했다. 인수 당시 기대했던 미래 수익성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마트24 손상차손도 같은 해 544억원에 달했고, 2018년 야심차게 선보였던 복합 버라이어티숍 ‘삐에로쑈핑’은 2020년 전 점포 철수로 막을 내렸다. 자회사 신세계건설은 2025년 한 해에만 영업손실 1984억원, 당기순손실 2966억원을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천억 단위의 대형 딜을 오너가 직접 결정했는데, 회수 실적이 전무한 수준”이라며 “연이은 실패가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시장 신뢰를 구조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본업 이마트 자체는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사상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한 2023년(-469억원)에서 2024년 흑자전환(영업이익 200억원)에 성공한 데 이어, 2025년 영업이익은 3225억원으로 전년 대비 584.8% 급증했다. DART 공시 기준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7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 2012년 이후 14년 만에 1분기 최대 실적이다. 그러나 투자 실패와 오너 리스크가 깎아낸 기업 신뢰를 본업 회복만으로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SNS 없이 숫자로만 말했다… 정유경, 창사 최대 실적으로 ‘조용한 질주’
정유경 회장의 행보는 정반대 지점에 있다. SNS 논란도, 대형 인수합병 실패도, 경찰 수사도 없다. 그 자리를 오직 숫자로 채웠다.
공시 기준 ㈜신세계의 2026년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97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이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 급증에 편승한 신세계 명동 본점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고, 이 가운데 외국인 매출은 141% 급등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5년 총매출액은 12조77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12조원 고지를 넘었다.
수익성 강화의 핵심은 자회사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정 회장은 2025년 10월 신세계인터내셔날 산하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를 940억원에 신세계까사로 일괄 이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패션·코스메틱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2.6% 폭증했다. 자주를 흡수한 신세계까사도 매출이 78.8% 늘며 영업이익 1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뷰티 부문의 글로벌 성장도 새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자체 코스메틱 브랜드 비디비치의 올 1분기 일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배 성장하며 오프라인 채널 169개에 진입했다. 중국 보따리상 의존에서 개별 외국인 관광객(FIT) 중심으로 구조를 다잡은 신세계디에프(면세점)도 분기 영업이익 106억원으로 흑자에 안착했다.
정 회장이 강조해온 ‘신상필벌’ 기조는 조직 체질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성과 기반 인사 원칙이 자회사 전반에 확산되며, 단기 수익성 중심의 재편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시장의 평가는 두 기업을 갈라서고 있다. 이마트 주가는 탱크데이 파문이 불거진 이후 3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가며, 본업 회복 모멘텀이 오너 리스크에 의해 반복적으로 훼손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신세계는 창사 최대 실적 이후 시장의 긍정적 시선이 지속되고 있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 본체를 살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공이지만, 자신이 벌인 투자와 언행이 그 성과를 계속 갉아먹고 있다”며 “정유경 회장은 화제성은 없어도 수치로 말하는 경영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계열분리 2년,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 남매의 경영 경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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