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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괴드 삼성 SDI 생산공장. (사진=삼성 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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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헝가리 공장, 발암물질 추적 매체 “폐쇄해달라” 현지 정부 로비 문건 파문

헝가리 괴드 삼성 SDI 생산공장. (사진=삼성 SDI)
헝가리 괴드 삼성 SDI 생산공장. (사진=삼성 SDI)

“니켈 농도 기준치 510배 초과 공장, 22일 현대차 아이오닉3에 배터리 첫 출하”

최주선 사장 취임 후 확장 강행…EU 공급망 실사 직격탄 예고

삼성SDI가 헝가리 괴드 공장의 환경오염 실태를 추적 보도해온 현지 탐사매체를 상대로 “선거 전에 없애달라”고 현지 정부에 요청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확인돼 국제적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문건이 작성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헝가리 국가기관이 실제로 해당 매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삼성SDI 경영진이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오는 6월 11일(한국 시간 오후 6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인권지킴이)과 기업과인권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삼성SDI 헝가리 공장의 진실’을 주제로 한 국제 웨비나가 열린다.

헝가리 현지 활동가 주디트 흘라바치(Judit Hlavács·Göd-ÉRT)와 반올림 권영은 활동가, 기업과인권네트워크 신유정 활동가 등이 나서 환경오염·노동자 건강권 침해·정경유착 실태를 국제사회 앞에 공개 추궁할 예정이다. 이 웨비나의 배경이 된 일련의 사건들이 헝가리 탐사매체 보도와 내부 문건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2026년 6월 11일 개최 예정인 ‘삼성SDI 헝가리 공장의 진실’ 국제 웨비나 포스터. 반올림과 기업과인권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하며, 헝가리 현지 활동가 Judit Hlavács와 한국 활동가들이 환경오염, 노동자 건강권, 정경유착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출처: 반올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 기업과인권네트워크 공동 주최 웨비나 포스터
2026년 6월 11일 개최 예정인 ‘삼성SDI 헝가리 공장의 진실’ 국제 웨비나 포스터. 반올림과 기업과인권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하며, 헝가리 현지 활동가 Judit Hlavács와 한국 활동가들이 환경오염, 노동자 건강권, 정경유착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출처: 반올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 기업과인권네트워크 공동 주최 웨비나 포스터

■ 발암물질 510배 초과에 수년간 은폐…로비 문건엔 탄압 수단까지 명시됐다

지난 2월 12일(현지시간) 헝가리 탐사보도 매체 텔렉스(Telex)가 단독으로 공개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삼성SDI 괴드 공장 경영진이 2024년 3월 27일 작성한 회의 의제 문건의 여섯 번째 항목에는 “선거 운동 종료 전까지 아틀라쓰조(Átlátszó)의 운영을 중단 또는 제한하는 것을 정부 목표로 삼는다”고 적혀 있다. 아틀라쓰조는 2020년부터 삼성SDI 공장의 유독성 분진 배출과 발암물질 노출 실태를 수년간 추적해 온 헝가리 대표 탐사보도 매체다. 이 항목 아래에는 SPO(헝가리 국가주권보호국)·검찰 조사를 통한 아틀라쓰조 제재, 외국 자금 조사, ‘허위 보도’ 금지 명령 요청 등 구체적 실행 수단까지 하위 의제로 나열돼 있었다.

이 문건이 작성된 지 정확히 3개월 만인 2024년 6월, SPO는 아틀라쓰조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국제언론인협회(IPI)는 2026년 2월 18일 성명에서 이를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탄하며 삼성SDI 경영진의 정부 로비 정황을 공식 지목했다.

삼성SDI가 막으려 한 보도의 실체는 헝가리 당국 내부 문서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이 공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핵심 원료인 NCM(니켈·코발트·망간)·NCA 분말이 공장 환기구를 통해 수년간 무단 방출됐다. 헝가리 국가직업안전보건청 조사 결과 2021~2022년 7건의 사고에서 133명, 2023년 44명 등 총 177명의 노동자가 유해 화학물질에 공식 노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헝가리 정보당국이 2022년 말까지 수집한 측정값에 따르면 공장 내 일부 지점에서 니켈 농도가 허용 기준치의 최대 510배에 달했으며, 2023년 6월에는 한 지점에서 250배가 기록됐다.

문제의 근원은 구형 여과 시스템이다. 삼성SDI는 공장 확장 시 기존 CRT(브라운관) 제조용 집진 시스템을 그대로 유용했는데, 이 시스템은 2.4마이크로미터 이상의 입자만 걸러낼 수 있어 0.3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양극재 분진은 사실상 여과 불가능 상태였다. 니켈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2022년 이 사실이 오르반 대통령의 핵심 측근에게 보고됐으나 공장은 계속 가동됐다. 2023년 봄 내각 회의에서 앙탈 로간(Antal Rogán) 장관이 삼성SDI를 “용납할 수 없는 정치적 리스크”라며 폐쇄를 주장했으나, 페테르 시야르토(Péter Szijjártó) 외교장관이 “공장 폐쇄는 헝가리의 국제 투자 신뢰도를 훼손한다”며 반대했다. 삼성SDI는 같은 해 헝가리 정부로부터 1,330억 포린트(약 3억 5,200만 유로, 한화 5,100억 원 상당)의 확장 지원 보조금을 수령했다.

■ 1.7조 적자에도 확장 강행…발암물질 논란 공장서 현대차 배터리 출하

헝가리 법원은 지난해 10월 11일 삼성SDI 괴드 공장의 환경 인허가를 전면 취소하며 “환경영향평가에서 핵심 배출 항목이 누락됐고 오염 영향이 과소 평가됐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헝가리 대법원에 해당하는 쿠리아(Kúria)는 올해 2월 11일 이 판결을 파기하고 환경 허가를 즉시 복원하라고 명령했다. 국제 언론은 이 결정이 헝가리 4월 총선을 앞두고 내려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같은 논란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삼성SDI는 전날(22일) 헝가리 괴드 공장에서 생산한 차세대 각형 배터리(P6)를 현대자동차 유럽 전략 전기차 아이오닉3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배터리 동맹’ 첫 결실이라는 업계 평가와 달리, 국제 인권·환경 단체는 발암물질 논란이 현재진행형인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의 공급망 투명성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삼성SDI의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조 7,224억 원, 당기순손실은 5,849억 원(주당 -8,796원)에 달했다. 이 같은 적자에도 삼성SDI는 괴드 공장 인근 주거지역 약 30만㎡(59개 필지)를 42억 포린트(약 EUR 1,100만, 한화 160억 원 상당)에 추가 매입해 태양광 발전소·주차 시설을 확충하는 공장 확장을 강행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환경오염 피해가 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장을 더 키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최주선 삼성SDI 사장(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1963년생)은 헝가리 발암물질 스캔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니켈 공급망 논란에도 직면해 있다. 올해 5월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SDI가 인도네시아 열대림 약 7만 6,000헥타르(여의도 면적의 약 98배)를 훼손하며 불법 채굴된 니켈을 조달받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삼성SDI는 공식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괴드 공장 법인장을 역임한 장이현 부사장은 2025년 임기를 마쳤으며, 현재 임순규 상무가 헝가리 법인 이사를, 정훈 상무가 SDIHU 법인장을 맡고 있다.

이번 사태는 EU 기업공급망 실사지침(CSDDD) 시행과 맞물려 삼성SDI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삼성SDI는 환경오염 및 노동자 건강 피해 의혹에 대해 “괴드 공장은 헝가리의 모든 환경 및 산업안전보건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으며, 모든 운영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에 제기된 건강 관련 소송은 단 한 건도 없다”고도 밝혔다. 헝가리법인 대관담당자는 안전·환경 인프라 구축에 2,000억 포린트 이상(약 9,000억 원 상당)을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로비 문건의 존재와 SPO 조사 착수 간 연계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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