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한국 대표 체제…3월 말 티슈진 지분 8천946억, 임상 실패로 85% 증발
코오롱생명과학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투여 환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은 가운데, 회사 재무구조가 계열사 주가 폭락과 충당부채 부재, 조달 자금의 조기 소진 등 복합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코오롱생명과학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는 전체 자산의 80%에 육박하는 계열사 주식 가치 하락과 환자 소송 위험, 전환사채(CB) 자금 소진이라는 세 가지 재무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산 78% 차지한 티슈진 주식…임상 실패에 6천965억 원 증발
올해 3월 말 기준 코오롱생명과학의 연결 자산총계는 1조1천484억6천900만 원, 자본총계는 7천841억3천100만 원이다. 부채비율은 46.5%로 외형상 건전하다.
그러나 자본총계 가운데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 1천826억9천500만 원인 반면, 기타자본이 6천945억2천900만 원을 차지한다. 자본의 상당 부분이 영업으로 번 돈이 아니라 보유 주식의 미실현 평가이익이라는 뜻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계열사 코오롱티슈진 지분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티슈진의 최대주주는 아니지만, 보통주 9.05%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코오롱으로 지분 38.79%를 갖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보유한 코오롱티슈진 주식의 장부가는 올해 3월 말 기준 8천186억 원이다. 여기에 보유 우선주 평가액 760억 원을 더하면 총 8천946억 원으로, 코오롱생명과학 전체 자산(1조1천484억 원)의 77.9%에 달한다.
쉽게 말해 코오롱생명과학이 가진 자산 10개 중 약 8개가 코오롱티슈진 주식인 셈이다.
문제는 이 자산의 가치가 코오롱티슈진 주가와 임상 성과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일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G-C의 미국 임상 3상(TG-C 15302, 피험자 531명) 결과를 공시하며 공동 1차 평가지표 두 가지 모두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가는 21일부터 23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20일 6만1천200원이던 주가는 23일 2만1천50원, 24일 1만5천 원, 28일 1만4천560원, 29일 1만3천200원, 30일 1만1천670원까지 밀렸다. 30일 종가는 52주 최저가(1만1천470원) 언저리다.
31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1천330원(11.40%) 오른 1만3천 원에 장을 마쳤다. 거래량은 249만4천631주, 거래대금은 320억1천200만 원이다. 그럼에도 52주 최고가 14만9천 원과 견주면 91.3% 낮고, 임상 결과 공시 직전인 20일 종가 대비로도 78.8% 낮은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1조1천46억 원으로 코스닥 67위다.
31일 종가를 적용하면 코오롱생명과학 보유분의 시가는 약 997억4천29만 원이다. 3월 말 장부가보다 7천188억9천732만 원(87.8%) 적다.
이 손실은 손익계산서를 거치지 않고 기타포괄손익으로 자본에서 직접 차감된다. 이연법인세 효과와 비상장 우선주 평가를 제외하고 단순 계산하면, 3월 말 7천841억 원이던 자본총계는 650억 원 안팎까지 줄어들 수 있다. 6월 말 재무 상태를 담은 반기보고서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
차입금 담보에도 불이 붙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계열사 그린나래㈜로부터 300억 원을 빌리며(지난 3월 26일 근질권설정계약, 연 5.48%) 코오롱티슈진 보통주 9만3천670주(46만8천350KDR)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 계약에는 담보 주식의 최근 1개월 종가 평균이 계약 체결 전일 종가의 70%를 밑돌면 담보 보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붙어 있다. 3월 말 장부가로 환산한 1KDR 가격은 10만6천700원으로 70% 선은 7만4천 원대인데, 31일 종가는 그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담보 주식의 시가는 60억8천855만 원으로 차입금의 5분의 1 수준이다.
한편 주가가 1만5천910원까지 밀린 27일 이규호 ㈜코오롱 대표이사(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는 코오롱티슈진 KDR 1만3천158주를 약 2억 원에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3월 26일 코오롱티슈진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첫 지분 취득이다. 같은 날 전승호 코오롱티슈진 대표는 5천12만 원, 김정인 상무는 1천140만 원어치를 각각 장내 매수했다.
■ 환자 941명 낸 소송 10건…손해배상 충당부채는 ‘0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고승일 부장판사)는 29일 인보사 투여 환자와 유족 18명이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6억6천4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생존 환자에게는 1인당 3천만 원, 사망 환자 유족에게는 5천만 원의 위자료가 책정됐다.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그룹 동일인이자 ㈜코오롱 최대주주다.
인보사 사태가 불거진 2019년 4월 이후 7년여 만에 나온 환자 측 배상 판결이다.
1분기보고서 우발부채 주석을 보면 3월 말 기준 코오롱생명과학이 피고로 걸린 소송은 32건, 소가 합계 366억4천721만 원이다. 이 가운데 ‘인보사 관련 손해배상 청구’로 분류된 사건은 10건으로, 원고 수를 합치면 941명, 소가는 123억6천58만 원이다. 10건 모두 3월 말 기준 1심이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재무제표에 잡힌 법적소송충당부채 142억1천340만 원은 환자 소송과 무관하다. 회사는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 주석에 “연결실체의 주주가 제기한 투자손실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하여 소송충당부채를 계상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환자·유족이 낸 10건에 대응하는 충당부채는 재무제표에 나타나 있지 않다.
별도로 계상된 장기추적충당부채 82억6천277만 원은 배상금이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시에 따라 투여 환자 전원을 15년간 추적조사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이번에 선고된 사건은 원고 수(18명)와 관할 법원이 분기보고서상 ‘2019년 8월 14일 서울중앙지법 접수, 김모씨 외 17명’의 인보사 관련 손해배상 청구와 일치한다. 이 사건의 소가는 10억7천418만 원으로, 청구액 대비 인용률은 61.8%다. 같은 비율을 나머지 9건에 단순 적용하면 잠재 노출액은 70억 원대로 늘어난다.
회사에 유리한 결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일 서울고법은 ㈜스페이스에셋 등 220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에서 원고들이 청구를 포기하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고, 양측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확정됐다. 회사가 지급할 금액은 없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대법원이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허위자료를 냈다는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생명과학 전 바이오신약연구소장과 의학팀장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 설비투자 명목 300억 CB, 두 달여 만에 원재료비로 소진
자금 조달 내역에서도 예정 용도와 다른 집행이 확인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 11일 이사회(당시 대표이사 김선진)에서 제9회 사모 전환사채 300억 원 발행을 의결하고 같은 달 26일 납입을 마쳤다. 인수자는 그린이에스지성장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와 우리기업재무안정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가 각각 150억 원씩이다.
주요사항보고서의 ‘조달자금의 구체적 사용 목적’란에 적힌 자금 용도는 “TG-C 상업공급을 위한 설비투자 및 운영자금”이었고, 연도별 사용 예정 금액은 2026년 200억 원, 2027년 100억 원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2025년 사업보고서의 사모자금 사용내역을 보면, 납입 한 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이미 243억 원이 집행됐고 그 내용은 원재료 구입 등 기업운영이었다. 남은 57억 원도 원재료 물품대 지급시기가 도래하지 않아 예금에 넣어뒀다가 올해 2월 2일자로 전액 소진됐다. 2년에 걸쳐 설비에 투입하겠다던 자금이 두 달여 만에 운전자금으로 사라진 셈이다.
이 CB는 만기가 2055년 11월 26일로 30년이며, 발행사 선택으로 같은 조건에서 30년씩 횟수 제한 없이 연장할 수 있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수익률은 연복리 5%이고 사채권자는 어떤 경우에도 중도상환을 요구할 수 없다. 이런 조건에 따라 300억 원은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회계처리됐다. 회사도 사업보고서에 “부채비율 증가: 56.57% → 61.71%”라며 부채로 분류할 경우의 영향을 함께 적었다.
납입 석 달여 뒤인 지난 3월 5일에는 계약 조건이 정정됐다. 채무불이행이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생기면 원리금의 120∼150%에 해당하는 담보를 제공한다는 조항이 새로 들어갔고, 사채권자가 기한이익 상실을 주장할 수 있는 사유는 청산절차 개시로 좁혀졌다. 회사가 밝힌 정정 사유는 ‘전환사채계약조건 변경’이다.
3주 뒤인 3월 26일 주주총회에서는 건일제약 대표 출신인 이한국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취임 넉 달 만에 계열사 임상 실패와 환자 배상 판결에 따른 재무 과제를 함께 떠안게 됐다.
한편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개인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인보사 배상 판결을 앞둔 지난 27일 ㈜코오롱 주식 23만1천660주를 담보로 신한투자증권에서 30억 원을 추가로 빌렸다.
그 결과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긴 ㈜코오롱 주식은 523만63주(39.01%)로 늘었고, 이는 보유 의결권 주식의 83.2%에 해당한다. 현재 이 명예회장이 해당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총 680억 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