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업은 적자, 내부는 ‘239억’ 일감 몰아주기
경쟁사 2세 전면 등판 완료 속 보람은 전문경영인 수혈로 ‘과도기’
국내 상조업계 전반에 세대교체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업계 대형사인 보람그룹의 승계 프로세스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경쟁사들이 오너 2세를 경영 전면에 배치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보람그룹은 칠순을 앞둔 최철홍 회장이 여전히 그룹 경영을 직접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룹 지주사 격인 보람상조개발의 본업 수익성 악화와 재무 리스크가 맞물리며, 경영 연속성과 책임 구조 문제가 승계 과정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 보람상조, 세대교체 늦어지는데 실적은 ‘기우뚱’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경쟁사들은 최근 오너 2세를 중심으로 한 경영 체제를 완성했다.
웅진그룹은 윤석금 회장의 차남 윤새봄 씨가 2025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웅진프리드라이프를 포함한 그룹 경영 전반에서 영향력을 강화했다.
교원그룹은 장평순 회장의 장남 장동하 씨가 교원라이프 대표직에 복귀한 데 이어 2025년 말에는 지주사 교원의 단독 대표이사에 오르며 경영권을 공고히 했다.
상조 브랜드 ‘소노아임레디(구 대명아임레디)’를 운영하는 대명소노그룹(소노인터내셔널)은 고(故) 서홍송 창업주의 장남이자 박춘희 명예회장의 아들인 서준혁 씨가 2023년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2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반면 1991년 보람상조개발을 설립한 최철홍(1957년생) 보람그룹 회장은 30년 넘게 경영 일선을 지키고 있다. 현재 공식 대표자는 오준오·이창우 공동대표 체제이지만,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최 회장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 회장의 장남 최요엘 보람그룹 상무와 차남 최요한 미래전략실 상무가 각각 보람상조개발 지분 14.5%를 보유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으나, 과거 장남 최요엘 상무의 마약 관련 논란(2020년 집행유예 판결)으로 인해 가족 리스크가 부각됐던 만큼, 경쟁사 2세처럼 계열사 대표를 맡아 전면에 나서는 등판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람그룹이 지난해 4월 건설·바이오·재무·마케팅 등 전 분야에서 외부 전문경영인 7명을 대거 영입한 것을 두고도 업계에서는 “2세 전면 배치 전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과도기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승계 시계가 늦어지는 사이 보람상조개발의 재무 건전성에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는 점이다.
보람상조개발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023년 163억원 ▲2024년 146억원 ▲2025년 85억원으로 3년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해 순이익은 2023년 대비 47.8% 급감했다.
순이익보다 더 심각한 것은 영업손익이다. 연결감사보고서 손익계산서 기준으로 연결 영업이익은 2024년 10억3,000만원 손실에 이어 2025년에도 13억2,000만원 손실을 기록, 2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갔다. 본업인 상조 서비스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순이익이 플러스를 유지한 것은 2024년 부동산 자산재평가(380억원 차익)나 이자수익 등 영업외수익이 영업손실을 메웠기 때문으로, 본업 수익성 자체는 2년째 적자다.
2025년에는 자산재평가가 실시되지 않아 재평가차익은 ‘0’으로, 이 같은 방어막도 사라졌다.
재무제표에는 착시 효과도 있다. 보람상조개발은 토지·건물에 ‘재평가모형’을 회계정책으로 채택, 부동산 공정가치 상승분을 장부에 그대로 반영한다. 실제로 2024년 한 해에만 토지·건물 재평가로 약 380억원의 평가차익이 자본 항목(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신규 적립됐다. 부동산 재평가가 반복될수록 장부상 자본이 부풀어 오르는 구조로, 이를 제외한 실질 자본력은 공시 수치보다 현저히 낮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재무 위험 요인으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공동주택 개발 사업이 꼽힌다.
보람상조개발이 특수관계사인 보람역삼개발㈜에 제공한 채무 규모는 2022년 말 55억 원에서 2025년 말 445억 원으로 3년 새 약 8.1배 폭증했다. 특히 2025년 한 해 동안 319억 7,000만 원을 차입하고 104억 원을 상환해 순 차입 증가액만 215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보람상조개발은 2025년 5월 DB증권을 대리금융기관으로 하여 대출금융기관들과 총 한도 500억원 규모의 역삼동 개발사업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명의상 차주는 보람역삼개발이지만, 보람상조개발에 배정된 몫(193억8,500만원)에 대한 실질적 채무 부담은 연결법인이 지게 된다.
■ 본업은 적자인데…보람그룹, 최철홍 회장 관계사에 수수료 ‘239억’ 퍼주기?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점도 지적된다.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보람상조개발이 2025년 특수관계자에게 지급한 수수료는 239억원으로, 전년(211억원) 대비 13% 증가했다. 주요 지급처는 ▲보람정보산업㈜(132억6,000만원) ▲국빈플라워㈜(71억5,000만원) ▲유니온네트워크코리아㈜(14억2,000만원) ▲비아생명공학㈜(11억7,000만원) 등으로, 모두 최 회장의 지배력 하에 있는 특수관계사들이다.
보람상조개발의 법적 리스크는 실제 현금 흐름을 직접 옥죈 적도 있다. 2023년 말 결산 기준, (주)인플러스시스템이 제기한 수수료 청구 소송(소가 24억4,600만원)과 관련해 보통예금 140억원이 압류돼 사용이 제한됐다. 회사는 2024년 1월 2심에서 일부 패소(판결금액 11억9,900만원)해 소송충당부채를 설정하고 상고를 진행했다. 2025년 공시에는 해당 140억원 압류 항목이 더 이상 기재되지 않아 현재는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현금 흐름이 생명인 상조업체가 100억원대 운영자금을 한때 통째로 묶어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송 리스크가 사업 운영을 직접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도 9건(원고 제기 5건·피고 계류 4건), 소가 28억원 규모이며, 이 중 피고 소송 관련 소송충당부채 10억원이 설정된 상태다.
보람상조는 가입자들이 미리 납부한 선수금(부금예수금) 규모가 국내 상조업계 최상위권에 달하는 대형 선불식 할부거래업체다. 관련 법에 따라 선수금의 50% 이상을 한국상조공제조합이나 금융기관에 의무 예치해야 하며, 2025년 말 기준 상조보증예치금은 1,257억원으로, 유형자산(약 3,696억원)·무형자산(약 1,590억원)에 이어 연결 총자산 내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항목이다.
가입자 보호를 위한 법정 보전금이 PF 사업 리스크로부터 실질적으로 분리·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보람그룹은 경영 연속성과 지배구조를 포함한 전반적인 체질 개선 여부가 시장의 최종 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
최철홍 회장은 30년 넘게 그룹을 이끌어온 창업 1세대 경영인으로, 경쟁사들이 2세 체제로 전환한 것과 달리 여전히 경영 전면에 서 있다. 업계에서는 본업 적자 지속, PF 리스크 확대, 높은 내부거래 비중, 승계 불확실성 등이 누적된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 로드맵과 재무 건전성 관리가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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