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도 못 읽는 현대건설’… 압구정5구역 1.5조 수주 빨간불

GTX 삼성역 철근 178톤 누락 사태, 5월 30일 총회 앞두고 조합원 표심 변수로
공사비 1조5000억원짜리 ‘마지막 승부처’ 압구정5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5월 30일)를 열흘 앞두고, 현대건설이 예상치 못한 악재와 마주쳤다.
GTX-A 삼성역 영동대로 지하 복합환승센터 공사 현장에서 드러난 ‘철근 178톤 누락’ 사태가 인근 압구정동 재건축 조합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경쟁사인 DL이앤씨와의 수주 판세에 변수가 되고 있다.
■ “투 번들을 원 번들로”…기초 도면 독해 오류가 부른 참사
20일 건설업계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GTX-A 삼성역 구간 지하 5층 승강장부 기둥 228개 가운데 80개에서 주철근 약 178톤(2,570여 개)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원인은 충격적이리만큼 단순했다. 설계 도면상 철근을 두 묶음씩 설치하도록 명시한 ‘투 번들(Two Bundle·복배근)’ 구간을, 현장 관계자가 한 묶음인 ‘원 번들(Single Bundle·단배근)’로 잘못 판독해 시공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80개 기둥 중 50개가 축하중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현대건설은 해당 기둥 외벽 전체를 두꺼운 강철판으로 감싸 용접하는 보강 공법을 제시했으며, 추가 공사비 30억원은 현대건설이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GTX 무정차 개통 시점도 연내 불가 가능성이 커졌다.
더 큰 논란은 ‘은폐 의혹’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도면 점검 과정에서 시공 오류를 이미 인지해 서울시에 보고했으나, 주무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에는 6개월이 지난 올해 4월 29일에야 이 사실을 알렸다. 같은 기간 이한우 대표 등 현대건설 경영진은 성과급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져 비판 여론이 거세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작업자 실수로 철근이 빠졌다면 현장에 2,500여 개의 철근이 남아 있어야 한다”며 “현장에서 여분 철근이 발견됐다는 얘기가 없다는 것은, 원청인 현대건설이 애초에 철근 발주량 자체를 절반으로 낮춘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단순 작업자 실수가 아닌 구조적 원가 관리 문제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총회 열흘 앞두고 조합원 불안감 확산
이번 사태가 정비업계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사건 현장과 압구정5구역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GTX 삼성역(영동대로 지하 복합환승센터)은 압구정동과 불과 2km 이내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강남 지하 핵심 인프라를 짓는 회사가 도면도 못 읽는다’는 이미지는 순식간에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로 번졌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이미 시공사로 선정된 인근 재건축 단지에서도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은 철근 누락 보도 직후 조합장 명의로 조합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문자에는 “BIM 시스템 도입·운영”, “구조감리 전문업체 추가 선정”, “구조책임기술자 정기 현장 방문” 등 자체 품질 관리 현황이 담겼다. 5구역 홍보관에서도 GTX 관련 질의가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건설은 “설계 도면 해석 오류”를 공식 인정하고 강판 보강 공법 적용과 추가 비용 30억원 전액 부담을 약속했지만, 업계에서는 조합원 신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DL이앤씨는 이번 사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자제하면서, 수치와 조건으로 정면 승부에 나섰다. DL이앤씨가 내놓은 제안 조건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평당 1,139만원의 확정 공사비, COFIX 신잔액 기준 가산금리 0%, 이주비 LTV 150%, 추가 분담금 입주 후 최대 7년 유예, 공기 57개월(현대건설 67개월보다 10개월 단축)까지 약속했다. 한강 조망권을 두고는 양사 모두 “전 세대 한강 조망”을 전면에 내세우며 맞불을 놓고 있다. ‘아크로 압구정’ 브랜드를 앞세워 이번 단지 하나에 회사 수주 역량을 총집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현대건설은 공사비 1조4,960억원에 COFIX+0.49%, 이주비 LTV 100%, 추가 분담금 입주 후 4년 유예를 제시했다. 숫자만 놓으면 DL이앤씨가 전반적으로 우세하지만, 현대건설은 이미 수주한 2구역·곧 수주가 예상되는 3구역과의 ‘압구정 현대 벨트’ 형성, 갤러리아백화점 복합 개발 연계라는 브랜드 시너지를 내세우며 감성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 관건은 5월 30일 총회…시장은 이미 답했다
공동주택 1,397가구를 대상으로 한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30일 열린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GTX 철근 누락 사태가 아직 표를 정하지 못한 조합원들의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는 이미 시장의 판단을 반영했다. 현대건설 주가는 철근 누락 사태가 알려진 직후 6%대 급락했다. 자본시장이 이번 사안을 단순 시공 오류가 아닌 브랜드 신뢰 훼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압구정5구역 수주전의 최종 승자는 열흘 뒤 밝혀지지만, ‘국내 최고 부촌 재건축’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상징성만큼이나 현대건설의 이번 악재가 어떤 무게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