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21일 ‘세계 최초’ 720㎐ 게이밍 OLED 패널을 내놨다. 초고주사율 기술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보다 먼저 치고 나갔지만 OLED 모니터 시장의 주도권은 삼성에 내준 상태다.
LG디스플레이의 재무 부담도 무겁다. 상반기 순손실은 1조원에 육박했고, 이자를 포함해 1년 안에 지급해야 할 차입금과 사채는 6조5000억원을 넘는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3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26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2분기에는 약 2400억원의 희망퇴직 비용이 반영되면서 107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반기 세전손실은 9814억원, 순손실은 9945억원이다.
■ ‘세계 최초’는 LG…시장 75%는 삼성, 최대주주 LG전자도 삼성 패널

LG디스플레이가 이날 공개한 제품은 24.5인치 풀HD OLED 패널로 720㎐ 주사율과 0.02㎳ 응답속도를 구현했다. 회사는 현존 게이밍 OLED 가운데 최고 수준의 주사율과 응답속도를 동시에 구현한 세계 최초 제품이라고 밝혔다. 에이수스의 e스포츠용 모니터 ‘ROG 스위프트 OLED PG259QWS 에이스’에 처음 탑재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같은 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독일 게임스컴에서 24.5인치 풀HD QD-OLED를 연내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를 탑재한 32인치 삼성전자 ‘오디세이 OLED G8’은 풀HD에서 680㎐를 지원한다. LG디스플레이 신제품보다 40㎐ 낮다.
기술 타이틀은 LG디스플레이가 먼저 가져갔지만 시장 점유율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크게 앞선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OLED 모니터 패널 매출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 74.5%, LG디스플레이 25.5%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의 약 3배다.
처음부터 격차가 이 정도였던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OLED 모니터 출하량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비중은 53.5%였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량을 늘리고 모니터 업체들의 QD-OLED 채택이 확대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고해상도 경쟁에서도 약점이 드러났다. LG디스플레이의 최대주주인 LG전자는 올해 하반기 출시하는 27·32인치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에 삼성디스플레이 QD-OLED를 처음 채택하기로 했다. 디일렉은 LG전자가 요구한 27인치 4K·160PPI 사양을 LG디스플레이가 맞추지 못한 것이 삼성 패널 채택의 주요 배경이라고 보도했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지분 36.72%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초 720㎐를 내놓을 기술을 갖췄지만 정작 최대주주의 일부 프리미엄 제품에 경쟁사 패널이 들어가는 상황인 셈이다.
이 같은 시장 격차와 재무 부담의 배경에는 지난 사업 선택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6월 LCD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를 주력으로 가져갔다. LG디스플레이는 같은 해 말 국내 TV용 LCD 생산을 종료했고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은 지난해에야 마무리했다.
LG디스플레이가 먼저 승부를 건 곳은 TV용 대형 OLED였다. 그러나 OLED TV 수요가 기대만큼 커지지 않은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LCD 저가 공세까지 겹쳤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누적 4조765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 3월에는 유상증자로 신주 1억4218만4300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현재도 사채를 포함한 차입금은 13조원을 웃돈다.
■ 6분기 4.8조 적자 후 차입금 13.4조…이자비용만 영업익 7.7배
사채를 포함한 차입금은 지난해 말 12조6641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3조3962억원으로 반년 만에 732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예금은 1조5727억원에서 1조4521억원으로 줄었고 부채비율은 243%에서 260%로 상승했다.
차입 부담은 손익에도 찍혔다. 상반기 이자비용은 3012억원으로 영업이익 390억원의 7.7배다. 외환손익도 악화하면서 영업에서 흑자를 내고도 세전손실 9814억원, 순손실 9945억원을 기록했다. 연결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2819억원에서 6월 말 마이너스 6700억원으로 돌아섰다.
당장 돌아오는 만기도 크다. 이자를 포함해 1년 안에 지급해야 할 차입금과 사채는 6조5493억원이다. 이 가운데 3조9702억원은 6개월 안에 지급해야 한다. 6월 말 예금 1조4521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4.5배와 2.7배 규모다.
과거 대규모 투자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파주 10.5세대 대형 OLED 생산시설에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2023년 투자 종료 시점을 5년 연장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투자를 잠정 보류하고 재검토하기로 했다. 회사는 현재 생산능력으로 수요 대응이 가능하고 시장의 구조적 회복을 판단하기에는 대외 변수와 위험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OLED 신기술 인프라에는 1조1000억원을 새로 투자하기로 했다.
증권가의 눈높이도 낮아졌다. 대신증권은 지난 17일 LG디스플레이 목표주가를 1만7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29.4% 내렸다. 3분기 영업이익은 3253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시장 전망치 4045억원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다만 제품 구성 개선 등을 들어 투자의견 ‘매수’는 유지했다.
LG디스플레이의 최대주주는 지분 36.72%를 가진 LG전자다. LG전자의 최대주주는 ㈜LG이고, ㈜LG 최대주주는 지분 16.60%를 보유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구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LG 지분은 43.39%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LG그룹의 동일인도 구 회장이다.
구 회장은 LG디스플레이 등기이사가 아니며 반기보고서의 보수 5억원 이상 수령자 명단에도 없다. LG디스플레이 이사회는 정철동 대표이사 사장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5170억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연간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390억원을 내는 동안 이자비용은 3012억원 발생했고 차입금은 다시 13조3962억원으로 늘었다. ‘세계 최초’ 기술을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으로 바꾸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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