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트 철거 작업 중 5.6m 아래로 떨어져 사망… 안전난간·덮개 등 미설치 확인
다단계 하청 구조 속 원청 현대차의 책임 소재와 정부의 중대재해 예방 의지 공백 도마 위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10일 고용노동부 전주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트럭 도장1공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중대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력히 제기했다.
사고 당시 추락 지점에 산업안전보건규칙상의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없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다단계 하청 구조 속 안전 관리 문제와 정부의 중대재해 예방 대책 실효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 ‘위험 개구부’ 락카 표시만… 안전시설 전무(全無)
금속노조의 자료에 따르면, 3일 오후 9시 15분경 공장 2층에서 덕트 설비 철거 작업 중 고소작업대 이동에 방해되는 개구부 덮개(판넬)를 재해 노동자(대영기계 소속)가 들어 올리던 중 약 5.6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개구부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추락방호망 또는 뒤집힐 염려가 없는 덮개 등을 설치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 재해자가 떨어진 개구부에는 빨간색 락카로 “위험 개구부”라고만 쓰여 있었을 뿐 접근금지 라인을 포함한 어떠한 안전조치도 없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10월 1일부터 해당 작업에 투입된 재해자는 현장의 위험 요소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현장 상황에 맞는 충분한 안전교육이 부재했던 것으로 노조는 파악했다. 노동조합은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안전대책이 원청으로부터 하청, 재하청으로 떠넘겨지는 데에 있다고 비판했다.
■ 원청 실질적 지배 및 개입 정황… 노동부 대책 요구
현대차 역시 공사 발주자라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현대차가 협력사와 맺은 계약에는 협력사가 현대차의 승인 없이 제3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으며, 안전보건관리자를 선임하고 현대차의 안전보건관리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노조는 이 조항을 근거로 현대차가 하청업체들의 안전보건관리 역량을 평가하고, 규정 준수를 강제하는 등 공사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충분히 예측되는 뻔한 추락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가깝다’며 엄벌을 지시했고, 김영훈 노동부 장관 역시 중대재해 예방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금속노조는 노동부가 말로만 중대재해 엄벌을 외칠 것이 아니라 끊이지 않는 사고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인정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덕트 철거 작업 중에 발생한 사고인 만큼 노동부는 시저형 고소작업대를 이용한 철거 작업에 국한하지 않고 철거 작업 전체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확대하고 안전대책을 수립한 후 작업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하청 노동자의 명복을 빌며,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투쟁을 지속할 것을 결의했다.
이번 현대차 전주공장 하청 노동자 사망 사고는 개구부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기본적인 안전시설 미설치가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청의 안전 관리 소홀과 다단계 하청 구조의 구조적 문제가 중대재해를 반복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관계 당국의 책임 있는 조사와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