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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6일 서울 이화여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가 청소·경비노동자를 향한 차별적 발언을 규탄하고 개정 노조법의 실질적 적용을 촉구했다.
사회

“우리 없으면 대학 돌아가나” 청소·경비 노동자들, ‘비필수’ 낙인에 분노

2025년 9월 16일 서울 이화여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가 청소·경비노동자를 향한 차별적 발언을 규탄하고 개정 노조법의 실질적 적용을 촉구했다.
2025년 9월 16일 서울 이화여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가 청소·경비노동자를 향한 차별적 발언을 규탄하고 개정 노조법의 실질적 적용을 촉구했다.

노조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청소·경비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을 두고 이들의 노동을 ‘필수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다. 특히 한 대학 교수의 발언이 도화선이 되면서 관련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개정된 노조법의 실질적 적용을 둘러싼 논의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 “청소·경비노동자, 필수노동 아니다” 발언에 격앙된 목소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16일 오전 이화여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승욱 교수의 발언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 교수가 “청소·경비노동자는 원청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지 않다”고 말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노조는 개정된 노조법이 실질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가진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이 교수의 발언을 책임 회피를 위한 ‘새로운 핑계’라고 비판했다. 이성균 지부장은 “20년 넘는 투쟁 끝에 개정한 노조법의 목적은 권한을 가진 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며 “언론과 경영계는 법 개정으로 기업이 망할 것처럼 선전선동을 하지만, 청소·경비노동자야말로 원청 사업장의 유지와 안전을 보장하는 필수노동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책임 없는 원청, 권한 없는 하청이라는 기만적인 구조는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이번 기자회견이 단순 항의를 넘어 개정 노조법의 실질적 적용을 위한 투쟁의 시작임을 천명했다. 이들은 원청과의 교섭권을 반드시 보장받아야 하며, 이를 가로막는 창구단일화 제도나 고용승계 회피 관행이 철폐되지 않는 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 노동자들의 생생한 증언… “우리는 의붓자식처럼 취급받았다”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은 열악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화여대 청소노동자 이애경 조합원은 “우리가 이화여대에서 일하지만 용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의붓자식’처럼 취급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과거 한겨울에도 찬밥을 먹어야 했던 현실을 언급하며, 이는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고 하청업체가 눈치를 보며 노동자를 통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매년 임금교섭을 해도 업체는 대학 탓을 하고, 대학은 답을 미룬다”며 “교섭이 아니라 책임 미루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 김지민 조합원은 ‘창구단일화 제도’가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어떻게 빼앗는지 고발했다. 그는 세브란스병원 사례를 들며 “사용자들이 어용 노조를 앞세워 창구단일화를 악용하고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청소노동자 정영자 조합원은 잦은 용역업체 변경으로 인한 고용 불안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5년, 10년을 일해도 업체가 바뀌면 퇴사와 신규 입사를 반복해야 해 근속과 연차도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원청은 개입할 수 없다고 방관하지만, 결국 모든 책임은 원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여는 이석 변호사는 정부와 노동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청소·경비노동자를 배제하려는 시도는 법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청소와 경비가 원청 사업의 필수노동이 아니라는 발언은 현실을 무시하는 궤변”이라며, 대학이 배움의 공간을 유지하려면 청결과 안전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학생 모임 ‘노학연대모임 바위’의 이진 활동가는 학생들이 노동자의 곁에 있음을 선언했다. 이 활동가는 “학내 노동자들이 없으면 대학이 운영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그들의 노동을 필수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부심을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청소·경비 업무의 외주화는 경영 효율화를 위한 통상적인 선택이며, 개정 노조법상 사용자성 인정 범위는 대법원 판례와 구체적인 업무 지휘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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