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주현장 사망 3명에 종합 4등급…LH “공사 규모 반영 안 돼” 반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정부의 2025년도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 심사에서 종합 4등급(미흡) 판정을 받았다. LH는 평가방식의 한계를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LH 발주 현장은 최근 4년간 공공 발주청 가운데 사망사고가 가장 많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2025년도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 심사 결과’를 확정했다. LH의 종합등급은 전년도 3등급에서 4등급으로 떨어졌고, 안전성과는 2등급에서 4등급으로 두 단계 하락했다.
안전보건경영 리더십과 사고사망 감소 성과는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LH 기관장이 지난해 말 기준 공석이었던 가운데 안전을 총괄할 경영진의 리더십 지표가 가장 낮게 평가된 셈이다. 심사 대상 104개 기관 가운데 4등급은 LH를 포함해 5곳, 최하위 5등급은 대한석탄공사 한 곳이었다.
등급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산업재해 승인 기준 사고사망자 3명으로, 모두 LH가 발주한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다. LH는 직접 시공을 맡는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보고서는 정작 발주기관의 핵심 역할인 ‘도급사업 안전보건관리'(70점)와 건설현장의 ‘안전시공 작동 수준'(105점)을 나란히 D등급으로 평가했다. 두 항목 모두 각 분야에서 배점이 큰 핵심 지표로, 발주·관리 단계의 안전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여서 발주기관 책임론을 키우는 대목이다.
LH의 발주현장 사망은 이번에 처음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진석 의원이 국토안전관리원에서 받은 건설공사안전관리종합망(CSI)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LH 발주 현장에서 18명이 숨져 주요 발주청 중 가장 많았다. ‘공사 규모가 커 불리하다’는 LH의 항변에도 발주기관의 구조적 안전관리 부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번 4등급 판정은 사망사고 지표만으로 매겨진 것이 아니다. 심사결과보고서를 보면 노동자가 직접 일하는 ‘작업장’ 안전관리가 위험요소 가운데 가장 낮은 D등급으로 평가됐고, 보호구 지급과 A형 사다리 전도방지, 밀폐공간 출입통제, 작업허가 승인 절차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 곳곳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특히 작업장 분야에서 배점이 가장 큰 ‘기계·전기 설비 위험방지 및 추락예방 조치'(120점)가 D등급에 머물렀는데, 추락은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안전성과 350점 가운데 배점이 가장 큰 ‘사고사망 감소 성과 및 노력도'(150점)마저 최하 등급에 그치면서, 평가의 무게는 첨단기술 부족이 아니라 기본 절차와 현장 통제력 부재에 실렸다. LH도 일부 지역본부 현장에서 기본 안전수칙 이행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LH는 “안전보건 업무를 전사적으로 통합·조정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종합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외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상시 안전감시단 운영과 인공지능 기반 위험감지 시스템 ‘늘봄 A-Eye’ 확대 적용 계획을 밝혔다. 자체 집계로는 사망재해를 2024년 4명에서 지난해 2명으로 줄였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수치는 산정 기준과 대상 기간이 달라 이번 심사의 사고사망자 3명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LH는 이날과 오는 23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30일 국토안전관리원의 컨설팅을 받고 7월부터 개선계획과 이행실적을 국토교통부에 분기별로 보고할 예정이다. 다만 국민에게 이행 현황을 공개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는 “국토부에 보고하고 있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사망사고가 난 발주 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개선했는지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공공 발주기관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