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구 차녀 정명이·사위 정태영 부부, 현대카드 ‘2대 주주 현대커머셜’ 앞세워 사실상 지배
정부가 1년 가까이 카드론을 옥죄어 왔지만, 현대카드는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넘긴 데다 당국이 경계한 카드론까지 늘린 카드사로 지목됐다.
금융감독원의 점검을 받은 6개 카드사 가운데 목표를 초과한 곳은 셋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카드론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불린 곳은 현대카드뿐이었다.
카드론을 키우는 사이 연체율은 4년 연속 올랐지만, 회사를 20년 넘게 이끌어 온 정태영 대표이사 부회장은 현대카드에서 보수로 약 22억여원을 받았고, 정 부회장 부부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카드 2대주주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 배당으로 수백억원을 받아 갔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카드론을 빠르게 불린 삼성·KB국민·현대·롯데·농협·비씨카드 6곳을 상대로 가계대출 관리 한도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자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면담을 진행한 6곳 가운데 KB국민·롯데·현대카드는 관리 목표치까지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올해 카드사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1∼1.5%로 잡았다. 지난해 카드론 증가율 목표였던 3∼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고삐를 바짝 죈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카드론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가계부채 관리 한도를 잘 지키는지 확인하고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강화를 요청했다”며 “증가 폭이 큰 회사들을 중심으로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당국이 카드사들을 줄소환한 배경에는 이재명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7월부터 카드론을 신용대출로 분류해 연 소득 범위 안으로 묶으며 2금융권 대출까지 조였다. 금감원도 올해 3월 전체 카드사에 과도한 카드론 영업을 자제하라고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증시 활황 속에 ‘빚투’ 자금이 비교적 손쉬운 카드론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목표를 어긴 세 곳의 속을 들여다보면 결이 다르다. 여신금융협회 통계로 따져보니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는 정부가 카드론을 죄기 시작한 지난해 6월 말 이후 카드론 잔액을 각각 1천448억원, 683억원 줄였다. 가계대출 총량은 목표를 넘겼어도 당국이 콕 집은 카드론만큼은 덜어낸 것이다.
반면 현대카드는 같은 기간 카드론 잔액을 5조9천136억원에서 올해 4월 말 6조1천554억원으로 2천419억원(4.1%) 불렸다. 두 회사와 달리 카드론을 덜기는커녕 거꾸로 키운 것이다.
현대카드가 당국의 표적이 된 데는 그만한 전력도 있다. 현대카드는 2024년 한 해에만 카드론을 1조113억원(21.2%) 늘려, 9개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액이 1조원을 넘긴 ‘카드론 영업 선두주자’다. 게다가 금감원이 올해 3월 자제를 주문한 뒤에도 현대카드 카드론 잔액은 3월 말 6조1천325억원에서 4월 말 6조1천554억원으로 한 달 새 229억원이 더 늘었다.
■ 카드론 키우는 사이 연체율 4년째 상승…수익성은 반토막
카드론으로 외형을 키운 대가는 건전성 악화로 돌아왔다. 금감원 업무보고서 기준 현대카드의 총 연체비율은 2023년 0.97%에서 2024년 1.08%, 지난해 1.16%, 올해 1분기 1.21%로 4년 연속 올랐다. 고정이하채권비율도 0.66%에서 0.85%로 뛰었고, 카드론에 쌓아 둔 대손충당금 비중은 7.1%에서 7.8%로 높아졌다.
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3년 14.08%에서 올해 1분기 8.46%로 반토막 수준이 됐다. 앞서 금감원은 정기검사에서 현대카드에 카드론 건전성과 대출한도 관리 등을 문제 삼아 경영유의 8건과 개선사항 15건을 통보하면서, 카드론 잔액 중 저신용자 비중이 늘고 저신용자 연체율이 전체보다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 건전성 멍드는 현대카드…정태영 부부는 보수도 배당도 두둑
건전성이 나빠지는 동안에도 정 부회장 부부의 곳간은 두둑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카드에서 보수로만 21억9천100만원을 받았다. 배당도 쏠쏠하다. 부부가 합산 38.42% 지분으로 현대자동차(38.27%)와 나란히 양대 주주에 오른 현대커머셜은 지난해 120억원을 현금배당했는데, 이 가운데 부부 몫이 약 45억원(정 사장 약 30억원·정 부회장 약 15억원)에 이른다.
현대커머셜의 배당 곳간은 현대카드와 떼어 놓고 볼 수 없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 지분 34.60%를 쥔 2대주주여서 매년 현대카드 배당을 받는데, 현대카드가 지난해 푼 배당 1천60억원(주당 661원) 가운데 약 367억원이 현대커머셜 몫이었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 지분이 한 주도 없는 전문경영인이지만, 현대카드 경영을 20년 넘게 쥔 데다 현대커머셜 대주주로 있으면서 카드론을 키운 현대카드의 과실을 보수와 배당으로 거듭 챙기는 셈이다.
현대카드의 단일 최대주주는 지분 36.96%의 현대자동차이며, 기업집단 동일인은 정의선 회장이다. 결과적으로 정태영 부회장은 정의선 회장의 누나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의 남편(자형)으로서, 처가가 지배하는 대기업집단 안에서 현대카드를 실질 경영하고 있는 셈이다.
7월부터는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카드론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어서, 카드론을 키워 온 카드사일수록 관리 부담은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