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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이 1월 12일 대한약사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대한약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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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희 대한약사회장 “올해 완수” 호언장담 7개월… 결실은 국회 본회의 통과 ‘단 1건’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이 1월 12일 대한약사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대한약사회 제공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이 1월 12일 대한약사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대한약사회 제공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이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안에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밝힌 단기 과제 가운데, 30일 현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1건이다. 나머지는 상임위 소위원회와 본회의 문턱에 걸려 있다.

그 사이 정부는 대한약사회가 가장 강하게 반대해 온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확대를 대통령 업무보고에 올렸다. 약사회와 보건복지부가 2주에 한 번씩 만나기로 한 약정협의체를 가동한 지 한 달 만이었다.

■ 신년회견에서 꼽은 단기 과제 5건, 지금 어디까지 왔나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약사회는 지난 1월 12일 회관에서 2026년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반드시 수행할 단기 과제로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업자의 도매상 운영 금지법 통과, 수급불안정 의약품 성분명처방 의무화 법안 통과, 약사·한약사 업무범위 명확화 법안 통과, 기형적 약국 제제 법안 통과, 대체조제 사후통보에 따른 API 연동 실현 등을 제시했다. 특히 “한약사 교차고용 금지와 성분명처방 의료법 개정은 올해 안에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이른바 ‘네트워크 약국 금지법’이다. 국회는 4월 23일 본회의에서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약사 또는 한약사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는 조항과 함께, 인공지능으로 만든 이미지나 음성으로 전문가가 의약품을 추천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 국가필수의약품 공급이 부족할 때 식약처장이 제조를 주문하거나 직접 수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형적 약국’ 과제의 나머지 축인 약국 명칭 제한법은 아직 본회의 전이다.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은 4월 29일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뒤 3개월 만인 7월 29일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었다. 약국의 기능을 왜곡하거나 소비자를 오인하게 해 의약품 과다 구매를 유도할 우려가 있는 표현을 약국 고유 명칭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내용으로, ‘팩토리’나 ‘창고형’ 같은 금지 표현의 구체적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시행 시기는 심사 과정에서 공포 후 6개월에서 3개월로 앞당겨졌다. 본회의 의결만 남은 상태다.

정작 약사회가 최우선 현안으로 꼽아 온 한약사 업무범위 명확화 법안은 소위에 머물러 있다.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약국 개설자가 자신의 면허와 다른 면허를 가진 인력을 고용해 면허 범위를 벗어난 조제나 판매를 하게 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복지위는 3월 10일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을 다른 240여건과 함께 상정해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겼고, 그 뒤 4개월 넘게 소위 단계에 있다.

성분명처방도 같은 자리에 있다. 복지위는 3월 11일 법안소위에서 관련 개정안을 상정했다. 김윤 의원안은 수급불안정 의약품의 정의를 두고 정부가 성분명 사용 활성화 정책을 세우도록 하는 내용이고, 장종태 의원안은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처방할 때 성분명 기재를 강제하고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의료계 반발과 정부의 신중론이 맞서면서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도매업 겸영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지난해부터 본회의 문 앞에 서 있다. 이 법안은 이미 복지위와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해를 넘겼고, 이광민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2월 “상반기 내 통과를 목표로 3~4월 본회의 처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반기 국회의 마지막 법안 처리 일정이었던 5월 7~8일 본회의가 헌법 개정안 논의에 집중되면서 상정되지 못했고, 지방선거를 지나 후반기 국회로 넘어갔다.

■ “2주에 한 번” 약정협의체, 회원에게 공개된 결과는

권 회장은 이들 현안을 풀 통로로 약정협의체를 내세워 왔다. 그는 6월 28일 제2차 서울약사학술제 개회식에서 “약정협의체를 통해 약사회 주요 현안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6월 16일 권 회장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간담회에서 가동에 합의했다. 약사회에서는 권 회장과 이광민 부회장, 유성호 대외협력본부장이, 복지부에서는 정 장관과 곽순헌 보건의료정책국장, 성창현 보건의료정책과장이 참석했다. 권 회장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서영석 의원의 약사·한약사 업무범위 명확화 법안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했고, 정 장관은 “약사와 한약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실무 회의는 7월 1일 서울역 인근에서 열렸다. 5년 만의 재가동이었다. 양측은 한약사 업무범위 명확화와 창고형 약국을 최우선 의제로 두고 성분명처방 도입, 의약품 수급 불안 해소, 비대면진료 제도화, 공공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구축, 지역 약국 중심 약료서비스 확대, 의약품 안전관리 강화를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회의는 2주마다 열기로 합의했고, 3차 회의는 7월 13일 오후 세종에서 열렸다.

이후 공개된 내용은 원칙 확인 수준이다. 7월 1일 회의에서는 “약사는 약국, 한약사는 한약국”이라는 기존 원칙이 재확인됐고, 복지부는 한약사 관련 질의가 들어오면 약무정책과와 한의약정책과가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권 회장은 “한약사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보건의료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반면 약사회가 어떤 요구를 우선순위에 뒀는지, 정부와 견해차가 가장 큰 지점은 어디인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 협의체 가동 한 달 만에 대통령 업무보고에 오른 ‘편의점약 20종’

7월 1일 실무회의에서 공개된 의제 목록에 안전상비의약품은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보름 뒤인 7월 16일 정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약국이 없는 지역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점을 확대하고 판매 품목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품목은 현행 11개에서 법정 한도인 최대 20개까지, 판매처는 ’24시간 연중무휴 운영’ 요건을 풀어 약국이나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지역의 일반 소매점까지 넓힌다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12월 안전상비의약품 지정 고시 개정을 목표로 잡았다.

대한약사회는 일주일 뒤인 7월 23일 입장문을 내고 반발했다. 약사회는 “편의성을 이유로 일반의약품 소매점 판매를 쉽게 허용했던 해외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하고 역으로 소매점 판매를 제한한 바 있다”며 “안전상비의약품 제도가 시행된 지난 13년 동안 판매자 등록 기준 및 준수사항에 대한 위반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방침에 대해서는 “행정 편의주의이자 지역 상황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정책 판단의 소치”라고 했다. 대안으로는 전국 242곳인 공공심야약국을 법적 기준 수준으로 확충하고, 보건의료취약지에 공공약국 600여곳을 약 600억원을 들여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약사회와 경기도약사회, 경남약사회, 마포구약사회, 강동구약사회 등 지부와 분회의 성명도 잇따랐다. 정부 방침이 공식화되고 약사회가 공개 반발에 나선 이 과정이 2주 간격으로 운영된다는 협의체에서 사전에 다뤄졌는지, 다뤄졌다면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회원들에게 설명되지 않았다.

■ 릴레이 집회는 314일, 법안은 여전히 소위

한약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릴레이 집회는 지난해 9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작돼 올해 1월부터 청와대 분수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어지고 있다. 7월 14일 300일을 넘겼고, 7월 28일에는 314일차 집회가 열렸다. 이날은 제주도약사회 강원호 지부장과 김민성 약국위원장, 중앙대·한양대·가천대·제주대 약대생 4명이 참여했다. 권 회장도 6월 28일 학술제 자리에서 “30년간 방치된 한약사 문제 종식을 요구하는 릴레이 집회가 284일째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집회 일수가 300일을 넘기는 동안, 정작 약사회가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지목한 법안은 3월 소위 회부 이후 움직이지 않았다. 권 회장은 같은 날 “창고형약국 문제와 관련해 7개 법안을 마련했다”고도 했는데, 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네트워크 약국 금지법 1건이다.

■ 남은 일정과 남은 설명

권 회장은 2024년 12월 선거에서 유효득표율 39.2%로 제41대 대한약사회장에 당선된 뒤 지난해 3월 11일 취임했다. 대한약사회 최초의 여성 회장이며, 임기는 3년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촘촘하다. 창고형 약국 명칭 제한법은 본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고, 한약사 업무범위 명확화와 성분명처방 법안은 후반기 국회 심사가 남았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도매업 겸영 금지법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상태다. 복지부는 12월까지 안전상비의약품 지정 고시를 개정할 방침이어서, 약사회가 반대해 온 사안에서는 오히려 정부 쪽 시계가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약정협의체는 약사회 집행부가 약국 현장의 부담을 떠안은 회원을 대신해 정부와 마주 앉는 자리다. 그렇다면 협상 결과 못지않게, 어떤 원칙으로 무엇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와 어디에서 부딪히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회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다. 회의를 몇 번 더 여느냐보다,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가 확인될 때 성과도 체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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