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노동·인권 전문지

2025sus 12월 18일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과하는 포스코이앤씨 송치영 대표. (출처=연합뉴스TV)
사회 주요 기사

안전예산 깎아 1만원 덮개도 없었다…포스코이앤씨 ‘안전 전문가’ 송치영 체제의 역설

2025sus 12월 18일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과하는 포스코이앤씨 송치영 대표. (출처=연합뉴스TV)
2025년 12월 18일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과하는 포스코이앤씨 송치영 대표. (출처=연합뉴스TV)

– 신안산선서만 4명째 사망…정부 감독 “안전예산 깎고 CSO는 사업본부보다 낮은 직급”
– 작년 영업손실 4515억·영업현금 9502억 순유출…수주는 1위서 4위로 추락

포스코이앤씨가 ‘안전 전문가’를 내세운 송치영 대표 체제에서도 노동자 추락사가 반복되고 있다. 회사를 직접 점검한 고용노동부는 포스코이앤씨가 사업 규모는 키우면서도 정작 안전에 쓰는 예산은 해마다 줄였고, 안전을 책임지는 조직마저 공사 부서보다 낮은 직급에 둬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안전 경영’ 간판이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30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 오후 5시 26분께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서울 관악구 신안산선 복선전철 3-2공구 현장에서 35세 하청 노동자가 약 1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이 노동자가 작업하던 곳은 케이블 트레이 설치를 위한 개구부였으나, 추락을 막을 덮개도 안전난간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구부 추락은 1만원 안팎이면 마련할 수 있는 방호 덮개만 덮어도 막을 수 있는 대표적 ‘후진형 재해’로 꼽힌다. 안전보건 분야 책임자(CSO) 출신 대표가 이끄는 회사에서 최소한의 방호조치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 신안산선서만 네 번째 사망…최소한의 안전조치 없이 또 추락사

이번 사고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현장에서는 2024년 이후에만 4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2024년 10월 4-1공구를 시작으로 2025년 4월 광명 5-2공구 터널 상부 붕괴(1명 사망·1명 중상), 같은 해 12월 여의도 4-2공구 철근 붕괴, 올해 6월 3-2공구 추락 사고가 같은 노선에서 잇따랐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해당 현장에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수사에 착수했으며, 6월 26일에는 원·하청 현장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6월 15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과 송치영 대표를 직접 만나 그룹 차원의 경영 쇄신과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신안산선 3-2 복선전철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치영 대표는 취임 전 포스코이앤씨 안전보건센터장을 지냈고, 포스코그룹 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는 등 그룹 내 대표적 안전 전문가로 꼽혀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9월 25일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했다.

회사 경영진은 앞서 “연속적으로 발생한 중대재해와 그에 따른 공사 중단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사고가 실적 악화의 직접 원인이었음을 인정했다.

■ ‘안전 전문가’의 역설…정부 감독서 403건 적발, “CSO가 사업본부보다 낮은 직급”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 20일 ‘2025년 사고 다발 포스코이앤씨 산업안전보건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포스코이앤씨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1월) 이후 모두 9건(2023년 1건·2024년 3건·2025년 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지난해 8월 1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국 현장 62곳과 본사를 감독한 결과다.

감독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403건이 적발됐다. 현장 55곳에서 258건이 적발돼 안전난간·작업발판 미설치 등 기본 안전조치 미이행과 굴착면 붕괴방지·거푸집 설치기준 미준수 등 30건이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고, 본사에서도 145건이 적발됐다. 부과된 과태료는 현장 약 5억3천200만원, 본사 약 2억3천600만원이다.

안전보건관리체계 진단에서는 ‘안전 전문가’ 대표 체제의 구조적 한계를 짚는 지적이 잇따랐다. 고용노동부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와 안전 조직이 공사 시공을 주도하는 사업본부(전무·상무급)보다 낮은 ‘상무보’ 직급에 머물러 현실적인 지시·직언이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안전보건경영방침은 8년간 같은 내용으로 유지됐고, 현장 안전보건관리자의 정규직 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 34.2%로 주요 건설사보다 낮았다.

■ 안전예산은 깎였다…매출 늘수록 줄어든 안전 투자

특히 안전 투자는 사업 규모가 커지는 동안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매출액 대비 안전보건 특별예산 투자 비율은 2022년 0.32%에서 2023년 0.32%, 2024년 0.29%로 낮아졌다. 현장을 지원하는 안전전략예산 배정액도 2022년 109억원에서 2023년 84억원, 2024년 66억원으로 2년 만에 약 40% 줄었다.

협력업체 선정에서도 안전보다 가격이 앞섰다. 최근 3년간 협력사 안전수준 평가에서 탈락한 업체는 0.09%에 그쳐, 안전 능력보다 입찰 가격이 하도급 업체 선정의 사실상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김영훈 장관은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행·사법 조치를 진행 중”이라며 “포스코이앤씨는 조직 전반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철저히 쇄신해 중대재해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기업의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취임 3개월 만에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수주는 1위서 4위로

안전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재무와 영업 실적도 함께 흔들렸다. 송 대표 취임 약 3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24~26일 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포스코이앤씨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일제히 낮췄다. 신용평가사들은 중대재해 리스크가 이어지는 데다 재무구조가 악화된 점을 조정 사유로 들었다.

공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2025년 연결 기준 45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4903억원, 연결 당기순손실은 4776억원으로 주당 1만1341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연결 부채비율은 2024년 말 118.1%에서 2025년 말 172.6%로 1년 새 54.5%포인트 뛰었다.

주력인 도시정비 사업 외형도 쪼그라들었다. 2025년 도시정비 수주는 5조9623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지만 업계 순위는 2023~2024년 1~2위에서 4위로 밀렸고,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 2건·6477억원 수주에 그쳤다.

■ 영업현금 9502억 증발…우발채무 21.8조, 자본의 7.4배

현금 흐름과 자산의 질도 함께 나빠졌다. 2025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9502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307억원 순유입이던 전년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9810억원 급감한 것으로, 영업을 할수록 현금이 빠져나가는 구조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채권 회수 부담도 커졌다.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로 처리하는 대손상각비는 2024년 987억원에서 2025년 1742억원으로 약 77% 늘었다. 진행 중인 공사의 향후 손실에 대비하는 공사손실충당부채 잔액도 2024년 말 550억원에서 2025년 말 1147억원으로 1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불었다.

계열사 의존도와 우발채무도 부담 요인이다. 2025년 국내 계열사 매출은 1조1768억원으로 별도 매출(6조6995억원)의 17.5%를 차지했다. 여기에 입찰·계약 등 이행보증 19조2286억원과 발주처 등에 제공한 채무보증 2조5674억원을 더한 우발채무는 약 21조8000억원으로, 자본총계(약 2조9254억원)의 7.4배에 이른다.

다만 올해 1분기에는 연결 영업이익 533억원을 거두며 흑자로 돌아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 흑자 전환에도 지난해 9500억원에 달하는 현금 유출과 누적된 부실 채권을 감안하면 구조적 개선으로 보기는 이르다”며 “안전 전문가 대표 체제에서 반복된 중대재해와 재무 부실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지가 신뢰 회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LEAVE A RESPONSE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ESC 또는 배경 클릭하여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