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명가’로 불린 쌍용건설이 수도권 핵심 재개발 공동시공에서 주택 브랜드 ‘더플래티넘’을 단지명에 올리지 못했지만, 정작 브랜드 명패를 가져간 두산건설보다 재무 체력은 두 배 이상 탄탄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평판 순위와 재무 실체가 정반대로 엇갈린 셈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종합하면, 경기 부천 소사본1-1구역 재개발사업(총 2천8가구·8월 분양)의 단지명은 지분 40%로 참여한 쌍용건설의 브랜드를 뺀 ‘두산위브더제니스부천’으로 확정됐다. 두산건설 60%, 쌍용건설 40%의 컨소시엄이지만 하이엔드 브랜드는 주관사 두산건설 것만 적용됐다.
브랜드 인지도 경쟁에서는 쌍용건설이 밀렸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두 회사의 감사보고서와 대규모기업집단현황 공시를 대조하면 재무 성적표는 오히려 쌍용건설이 크게 앞선다.
■ 브랜드는 내줬어도…쌍용 순익 1541억·부채비율 144%
쌍용건설의 지난해(2025년) 별도 기준 매출은 1조8천433억원, 영업이익은 613억원, 당기순이익은 1천541억원이다. 전년 매출 1조4천598억원에서 몸집을 키웠고, 순이익은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부채비율은 2024년 말 186.98%에서 2025년 말 143.91%로 낮아졌다. 차입금은 633억원, 한 해 이자비용은 28억원에 그친다.
김인수 대표가 이끄는 쌍용건설은 2025년 2월 최대주주 글로벌세아㈜가 두바이투자청(ICD)이 남겨둔 지분 10%를 마저 사들이며 지분율을 99.98%로 끌어올려 완전자회사가 됐다. 그룹 동일인(총수)은 김웅기 글로벌세아 회장이다.
다만 순이익 급증은 실적 개선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666억원이었으나, 과거 누적결손금에 대한 이연법인세자산 886억원을 새로 인식하면서 세금이 오히려 이익으로 잡혔고 순이익이 1천541억원까지 늘었다. 이연법인세 인식은 현금 유입이 없는 회계상 효과다.
곳간에 쌓인 현금 일부는 모회사로 흘러갔다.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에 최대 500억원 한도의 자금을 연 5.63%에 대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대여 잔액은 435억원이었다.
■ 이름 올린 ‘두산위브’의 역설…부채비율 541%·이자만 442억
브랜드 명패를 챙긴 두산건설의 재무 구조는 정반대다. 두산건설의 2025년 별도 매출은 1조7천902억원으로 쌍용건설과 비슷하고, 영업이익은 1천86억원으로 오히려 더 많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120억원에 그쳤다. 차입금이 4천254억원에 달해 한 해 이자비용만 442억원이 빠져나간 탓이다.
외형도 쪼그라들고 있다.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2조1천753억원에서 지난해 1조7천901억원으로 17.7% 줄었고, 순이익도 198억원에서 132억원으로 33.4%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별도 기준 541.41%, 연결 기준으로도 433% 수준이다. 이익잉여금은 여전히 마이너스(연결 -4천829억원)로, 누적결손이 남아 있다.
두산건설은 2021년 두산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QCP그룹·동일인 권경훈) 계열 특수목적법인 더제니스홀딩스에 팔린 뒤, 이정환 대표 체제에서 최대주주에 기대는 자금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이사회를 열어 더제니스홀딩스를 상대로 450억원 규모 전환사채(98-1회)와 150억원 규모 사모사채(98-2회)를 발행하기로 의결했다. 전환사채 조달금 450억원은 2024년 10월 같은 최대주주로부터 빌린 96회 전환사채 450억원을 갚는 데 쓰인다. 최대주주 돈으로 최대주주 빚을 돌려막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2026년 6월 아파트 브랜드평판 분석에서 ‘더플래티넘’은 20위에 머물렀다. 조합원의 선택을 좌우하는 브랜드 인지도와 재무 건전성이 반드시 같은 방향은 아닌 셈이다.
■ 쌍용의 진짜 약한 고리는 브랜드 아닌 ‘사업구조’
쌍용건설의 취약점은 재무가 아니라 사업 구성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쌍용건설은 해외건설과 리모델링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지만, 국내 주택시장에서 브랜드를 각인시킬 대형 랜드마크 확보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2018년 ‘더플래티넘’을 선보인 뒤에도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의 신축 대단지보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가 많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쌍용건설의 지난해 국외 매출은 6천5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2.9%를 차지한다. 발주처와 입주예정자 등에 제공한 이행보증은 1조1천664억원(16건), 건설사업 관련 발주처 채무보증은 1조44억원(22건)에 이른다. 지난 6월에는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 ‘쌍용 더플래티넘’ 사업 시행사의 미분양담보대출 310억원에 대해 조건부 채무인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자기자본의 5.59%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브랜드를 대표할 상징성 있는 단지가 부족하다 보니, 조합원 선호가 갈리는 공동시공 현장에서 브랜드를 내주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쌍용건설 측은 “최근 ‘쌍용 더플래티넘 온수역’이 분양 흥행에 성공한 만큼 ‘더플래티넘’ 브랜드를 앞세워 수도권 입지를 지속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단지명 결정은 쌍용건설이 벌어들이는 실적이나 재무 체력의 문제라기보다, 국내 주택 브랜드의 존재감을 얼마나 키우느냐에 달린 과제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